클로저 박영현이었다면…日전 최대고비, 5회말 최대 승부처였는데 KS 7차전처럼 했다면 ‘도쿄행 암울’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투수교체는 결과론이다. 베테랑 감독들도 투수교체가 늘 어렵다고 말한다. 류중일 감독도 5회말 투수 기용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한국은 14일 쿠바를 잡았다. 그러나 13일 대만에 지면서 15일 일본에 무조건 이겨야 했다. 6팀이 참가한 프리미어12 오프닝라운드에서 2팀만 살아남기 때문. 일본과의 격차가 분명한 건 알지만, 꼭 이겨야 했던 대만에 진 대가로 일본을 무조건 잡아야 했다. 그렇다면 내일이 없는, ‘한국시리즈 7차전’식 마운드 운영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이미 2회 도중에 올라와 4회까지 막은 유영찬에게 5회 선두타자 구와하라 마사유키까지 맡긴 건 좋은 전략이었다. 우타자였기 때문. 경기를 중계한 SPOTV 이대형, 이용규 해설위원은 이후 좌타자가 대거 나서기 때문에 좌완 곽도규나 최지민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선발 최승용을 2회 도중 구원한 유영찬은 제 몫을 했다. 그 사이 대표팀 타선이 터지면서 3-2로 앞서갔다.
곽도규가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좌타자 고조노 타이토를 삼진 처리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서 안타를 1개도 신고하지 못한 좌타자 다츠미 료스케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꼬이기 시작한 순간. 다음타자는 4번타자이자 우타자 모리시타 쇼타. 여기서 류중일 감독은 곽도규를 믿었다. 이해가 된다. 곽도규가 왼손 스리쿼터이긴 해도 우타자에게 딱히 약한 투수가 아니다. 그리고 그 다음타자가 또 다시 좌타자 구리하라 료야.
여기서 곽도규는 어렵게 승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모리시타가 호주와의 첫 경기서 3안타를 쳤고, 이날 2회말 첫 타석에서도 안타를 신고하는 등 절정의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 곽도규는 조심스럽게 승부하다 볼넷을 내줬다.
여기까지도 괜찮았다. 구리하라를 잡으면 되기 때문. 그러나 곽도규는 풀카운트서 몸에 맞는 볼을 던지며 만루를 허용했다. 이젠 교체가 필요했다. 후속 마키 슈고가 우타자이고, 역시 이번 대회서 타격감이 좋기 때문.
그런데 곽도규를 내리고 올린 투수가 이영하였다. 곽도규가 내려가면 내보내려고 미리 준비시킨 듯했다. 좋은 투수다. 단, 14일 쿠바전서 1이닝 2피안타 1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썩 깔끔한 투구를 하지는 못했다.
곽도규가 만루를 만든 순간, 경기를 중계하던 이용규 해설위원은 “여기가 최대 승부처다. 여기서 박영현을 올리면 어떨까 싶다”라고 했다. 일리 있는 얘기였다. 한국은 어쨌든 일본을 이겨야 했다. 그러면 3-2로 앞선 5회말 2사 만루 위기부터 무조건 넘기고 그 이후는 그때 생각해야 했다.
이영하도 좋지만, 불펜에서 구위가 가장 좋은 박영현을 곽도규에 이어 올렸다면 어땠을까. 박영현은 이번 대표팀의 마무리다. 국내 마지막 평가전이던 상무전서 9회를 책임졌고, 15일 쿠바전서도 9회에 경기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KBO리그든 메이저리그든 포스트시즌에 마무리나 메인 셋업맨이 8~9회 이전, 최대 승부처에 올라오는 건 이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다.
아마도 류중일 감독은 6회 이후 승부를 대비해 박영현을 아껴둔 듯하다. 내부에서 이영하의 당일 컨디션이 좋았다는 보고를 받았을 수도 있다. 이영하 투입이 잘못된 건 아니었다. 할 수 있는 교체였다.
단, 한국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실제 이기고 있었다. 누가 봐도 그 상황은 최대 승부처였다. 그렇다면 박영현이 나갔다면 어땠을까. 물론 박영현도 이영하처럼 역전 결승 중전 2타점 적시타를 맞았을 수도 있다. 홈런을 맞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좋은 불펜투수를 투입하고 결승타를 맞았다면 덜 아쉬웠을 수도 있다.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 사령탑에게도 투수교체가 참 어렵다.
한국은 1승2패로 도미니카공화국과 함께 공동 4위다. 16일 도미니카공화국전과 18일 호주전을 모두 이기고 공동 1위 일본, 대만의 전적까지 살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일본이나 대만이 급격히 부진한 경기력으로 무너지길 기대해야 한다. 이제 1패만 더하면 탈락 확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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