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곧 바다, 어머니들 얼굴

박종근 2024. 11. 16.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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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품 장흥갯벌
김금옥 지음
도서출판 윤진

“어머니들의 인생이 곧 바다였다.” “밭일하다가도, 허리 아파 물리치료를 받아도 물 때가 되면 어김없이 갯벌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식에게 ‘절대 안 가야’ 하고는 전화 끊자마자 바다로 달려간다.” 지은이가 ‘바다가 그리 좋으실까’ 물으니 “바다에 오고 싶은 걸 참을 수가 없어”라며 웃는다.

지은이 김금옥은 전남 장흥 용산면 공무원. 득량만 갯벌과 양식장에서 3년간 함께 빠지고 뒹굴며 ‘어머니들’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이 사진집으로 펴냈다. 1·2부의 일하는 어머니들 모습은 가슴 찡하다. 육지에선 전동스쿠터를 타고(40쪽), 석화 담은 대야가 버겁지만(77쪽), 바다에만 오면 신이 난다(106쪽). 시린 바닷바람도, 거친 파도도 아랑곳 않는다(128~129쪽). 3부에선 세상 모든 감정이 깃든 어머니 얼굴들이 독자 시선을 빨아들인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부친 한승원은 서문에 “김금옥의 시각은 사랑스럽고 매섭다. 갯벌투성이인 그 아낙들의 작업은 성스러운 우주적인 율동이고, 생명력의 예찬이다”라고 썼다. 17세 어여뻤던 새색시가 바다와 희로애락을 같이 하며 70대 허리 굽은 노인이 되었다. 이 사진들이 갯벌에서 일하는 어머니들의 마지막 기록이 될지도 모른다.

박종근 기자 park.jo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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