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푸드테크 집중육성…미래 교육 실리콘밸리 될 것”

황건강 2024. 11. 16.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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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미래, 총장에게 묻다] 최재원 부산대 총장
최재원 부산대 총장이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대학의 미래 비전을 강조하고 있다. 박상문 기자
“부산대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지역 발전과 국가 발전의 시작점으로서 시대적 사명을 다할 것입니다.”

최재원 부산대 총장은 지난11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시대적 사명을 거듭 강조했다.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인재 양성을 통해 국가 재건에 앞장선 거점 국립대학이자 고도성장기 국가 발전을 이끈 지역 인재 양성의 산실로서 지난 78년을 이어온 부산대의 전통과 성취는 지금의 시대적 사명과도 일치한다는 얘기다.

올해로 설립 78주년을 맞은 부산대는 최 총장의 진단처럼 새로운 시대적 사명과 마주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인재의 수도권 집중화, 지역공동체 위기 속에서 거점 국립대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시기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 총장은 취임과 함께 부산대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지역과 국가에 기여하는 발전 계획을 통해 기존의 대학들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최 총장은 “지역 대학의 발전이 없다면 지역과 국가의 발전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며 “부산대는 거점 국립대로서 지역과 국가, 그리고 세계에 기여하는 시대적 책무에 적극 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대는 지난해 11월 ‘에듀 트라이앵글(Edu-TRIangle)이 만드는 새로운 미래 교육도시’라는 비전 제시를 통해 ‘글로컬 대학 30’에 선정됐다. 올해는 부산교대와의 통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7년으로 예정된 통합 작업이 마무리되면 유치원부터 초·중·고등교육, 특수교육 등을 아우르는 교원 양성 체제가 구축된다. 부산교대 연제캠퍼스는 첨단 디지털 캠퍼스로 전환해 국내 유일의 교육 특화 캠퍼스로 조성할 방침이다.

부산대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시범 지역으로 선정된 부산시와 발맞춰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부산시의 9대 전략산업과 5대 미래 신산업 분야 등과 연계해 대학 특성화 계획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지난 11일 최 총장을 만나 부산대의 시대적 사명과 미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 진행은 정철근 중앙일보S 대표가 맡았다.

해양기후테크 연구의 허브로 손꼽혀

Q : 부산대의 시대적 사명은 뭐라고 보나.
A : “부산대는 1946년 5월 15일 설립된 국내 최초의 종합 국립대학이다. 초대 총장이었던 윤인구 총장은 ‘민족의 천년을 책임지는 대학’이란 비전을 제시했다. 해방과 한국전쟁이란 어려운 시기에도 민족의 미래를 먼저 걱정한 것이다. 저 또한 지난 6월 총장에 취임한 뒤 민족의 천년을 책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 왔다. 대학은 인재를 양성해 국가와 세계를 변화시키는 주체라는 점에서 오늘날 대학의 시대적 사명은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고 산업·기술을 발전시켜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부산대 또한 거점 국립대학으로서 차별화된 역할을 제시하며 이 같은 사명을 완수하는 데 적극 앞장설 것이다.”

Q : 거점 국립대의 차별화된 역할이란.
A : “거점 국립대는 지역사회에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지역사회가 가진 자산을 적극 활용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의 발전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부산대는 해양과 항만·물류의 중심인 부산·경남 지역의 거점 국립대다. 바다와 연결된 유라시아 대륙의 출발점이란 지정학적 특징이 자산이다. 이를 최대한 활용해 거점 국립대가 특화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총장 취임과 함께 10대 연구 분야를 선정해 집중 육성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Q :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인가.
A : “현재 5개 과제를 선정했다. 해양기후테크와 극한 환경용 반도체, 방위산업, 토탈 푸드테크, K컬처 등이다. 이 중 토탈 푸드테크는 부산항의 이점을 적극 활용한 분야다. 부산항의 연간 물동량은 약 2300만TEU로 1000조원 규모의 시장인데 토탈 푸드테크에 집중하면 부가가치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거다. 국내에서 농수산물이 집중되고 가공·저장 등의 생태계를 마련할 수 있는 곳은 부산이 유일하다. 해양기후테크도 부산의 지리적 이점에 주목한 분야다. 바다가 가깝다 보니 해양기후 분야에서도 우수한 연구자들이 부산을 찾고 있다.”
부산대 공동실험실습관에서 학부생들이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 [사진 부산대]
부산대는 국제적으로도 손꼽히는 해양기후테크 연구의 허브다. 지난 7월엔 교육부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국제교육협력원이 주관한 환태평양대학협회(APRU) 학습 교류 사업에 ‘기후위기 시대, 지속 가능한 환태평양 해양기후테크 이니셔티브’ 과제가 선정되기도 했다. 이를 포함한 한국의 제안 의제가 내년 APEC 정상회의 의제에 포함되면 부산대는 교내에 해양기후테크 국제인증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최 총장은 “인증센터가 들어서면 부산시의 글로벌 허브 도시 비전 실현에 기여할 뿐 아니라 관련 기업들이 부산에 모이면서 연간 수조원의 경제 효과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 측면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Q : 산·학·연 협력을 특히 강조하는 이유는.
A : “현재 지역 대학생들은 졸업 후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이미 오랜 기간 누적된 수도권 집중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지방 대학은 무엇보다 일자리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Q : 협력 성공 사례를 꼽자면.
A : “부산대 산학협력단과 기술 지주의 최근 3년 기술 이전 건수는 303건이다. 부산대는 LG전자와 30년가량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데, 최근에는 가상제품 개발 분야에 특화된 대학 미래연구센터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방산 분야에서도 관련 기업들이 부산대를 찾고 있다. 부산권의 4년제 대학 중 공학 계열 대학원생의 48.1%가 부산대 재학생일 정도로 석사급 이상 인력에서 부산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그런 만큼 양질의 일자리가 있다면 청년층 이탈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부산대 새벽벌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 부산대]
그의 진단처럼 최근의 수도권 집중은 유례가 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수도권 인구 집중도는 50.7%로 한국인 두 명 중 한 명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상황이다. 국내 일자리의 59.5%가 수도권에 몰려 있고 GDP의 52.5%가 수도권에서 창출된다. 부산도 수도권 쏠림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청년층이 계속 이탈하자 부산에선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는 자조 섞인 푸념마저 흘러나온다.

Q : 수도권 집중화를 완화할 방안은 없나.
A : “부산대는 오랜 기간 지역 인재 이탈 문제를 고민하며 적극 대응해 왔다. 지난 2월 통과된 지방대 육성법 개정안도 부산대가 주도적으로 노력한 성과다. 이 법안은 지역 인재를 의무적으로 35% 이상 채용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오랫동안 누적된 문제다 보니 단기간에 해소되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과거와 달리 최근 거점 국립대 사이에서도 ‘1도 1국립대’ 시각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도 이런 위기감 때문이다. 해외 유수의 대학들이 그렇듯 우리나라도 거점 국립대끼리 중복된 분야는 축소 통합하고 특화해야 하는 분야는 집중 육성하는 방식으로 변화해 나가야 할 때다.”
지방대 육성법 개정안도 부산대가 주도

Q : 부산대와 부산교대의 통합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A : “부산교대 연제캠퍼스는 교육 중점대학으로 만든다는 계획에 따라 교육 기능 집적화를 위한 재배치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종합대학의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기반으로 최적의 역량을 갖춘 교원을 양성하는 게 목표다. 동시에 에듀테크 산업을 비롯한 지역산업 연구개발 센터와 싱크탱크 기관들을 유치하는 목표도 세워두고 있다.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낙동강 삼각주 지역을 기반으로 미래 교육의 실리콘밸리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Q : 수도권 집중화 여파에도 대학평가는 상승세인데.
A : “부산대는 대학의 사회적 책무 이행도 평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024 THE 세계대학 영향력 평가’에선 국내 4위에 올랐고 ‘2024 THE 아시아대학 평가’에선 아시아 전체 대학 중 93위를 기록했다. ‘2025 QS 아시아대학 평가’에서도 81위를 차지했다. 양대 평가기관으로부터 100위권 안쪽에 든 대학은 국내에서 부산대가 유일하다. 부산대 입장에선 위기가 곧 기회인 셈이다.”

Q : 지역 대학 위기 속 대응 전략은.
A : “학부 교육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할 것이다.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기술도 이미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이다. 우리 세대가 원하지 않더라도 변화를 되돌리긴 어렵다.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대학은 기초연구 중심으로 재편하고 응용연구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적용은 기업의 연구소가 맡게 될 것이다. 이제 대학은 산학 협력과 창업 등 지역사회의 문제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지역 대학의 위기 속에서 지역의 산업과 일자리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것은 거점 국립대의 맏형으로서 부산대가 짊어져야 할 가장 큰 책무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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