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기억] 부의 상징 텔레비전 안테나

2024. 11. 1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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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안테나, 서울 창천동, 1977년 ⓒ김녕만
“저요! 저요!” 선생님의 질문에 자신 있게 번쩍 들어 올린 아이들의 손 같다. 이 사진을 찍은 70년대 말에는 지붕마다 삐죽삐죽 솟은 텔레비전 안테나가 우후죽순이었다. 하지만 60년대까지만 해도 선생님이 “집에 텔레비전 있는 사람 손들어”라고 하면 60명 한 반에 불과 두세명이 고작이었다. 그 시절 지붕 위에 안테나가 있으면 부잣집이라 하여 도둑의 표적이 되기도 했고, 가구를 짜서 귀하신 몸인 텔레비전을 넣어두고 여닫이문에 자물쇠를 채울 정도였다. 또한 동네에서 유일하게 텔레비전을 보유한 집은 영화관처럼 아예 대청마루에 텔레비전을 내놓고 동네 사람들이 다 함께 보도록 하기도 했다.

그 시절 인간이 달에 첫발을 디딘 순간을 텔레비전을 통해 본 감격을 잊을 수 없다. 1969년 여름, 역사적인 장면을 보기 위해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어 남의 집 마루에 놓인 텔레비전을 목을 빼고 보았다. 유인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무사히 달에 착륙하고 우주비행사가 공이 튀듯이 겅중겅중 달의 표면을 걷는 장면을, 머나먼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을 텔레비전으로 본다는 자체가 놀라웠다. 그로부터 10년 동안 열에 여덟 가구가 텔레비전을 보유하게 되자 지붕마다 TV 안테나가 자랑스럽게 불쑥불쑥 솟았다. 아직은 흑백 시대였지만 내 집 안방에서 텔레비전을 보다니! 다만 흥미진진하게 드라마나 운동경기를 보고 있을 때 걸핏하면 지지직거리며 화면이 흔들려 애를 태우기는 했지만 말이다.

80년대 이후부터 흑백에서 컬러로 텔레비전이 바뀌고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지붕 위 안테나도 점차 사라졌다. 또 텔레비전 없는 집이 없어지면서 온 동네 사람이 모여서 보던 것이 이제 온 가족이 모여 시청하는 시대로 변했다. 그러다 요즘은 급기야 나 홀로 보는 시대가 되었다. 덕분에 채널을 놓고 다투는 일은 없어졌지만 대신 한 곳을 같이 바라보며 함께 웃고 탄식하고 환호성을 지르며 공감을 나누던 시간도 사라졌다.

김녕만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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