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카와 아야의 시사일본어] 히단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히단쿄’도 후보에 올랐다. 한국에서도 일본 발음 그대로 히단쿄라고 보도되는 경우가 많다. 히단쿄는 핵무기 근절 운동을 펼쳐 온 피해자 단체로 정식 명칭은 ‘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다. 일본의 노벨 평화상 수상은 이번이 두 번째다. 1974년에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들이지도 않는다’라는 비핵 3원칙을 내세운 공로로 사토 에이사쿠 총리가 받은 이래 50년 만이다. 그는 1970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서명하고, 72년에 오키나와 반환을 실현해 태평양 지역의 안정에 공헌했다고 평가받았다. 그런데 사실 일본인 입장에서 사토 총리는 평화에 이바지한 이미지가 별로 없다. 오히려 노벨 평화상의 ‘흑역사’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노벨 평화상 수상 후에 핵무기를 오키나와에 반입할 수 있게 한 밀약을 미국과 맺었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에 수상한 히단쿄야말로 세계 평화를 위해 오랫동안 꾸준히 활동해온 단체다.
히단쿄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 원폭 피해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필자는 2020년에 일본 히로시마 지역지인 주고쿠신문의 기자가 한국 피해자를 취재하는데 통역을 한 적이 있다. 이 신문은 원폭 관련 보도에 많은 열정을 쏟고 있다.
주고쿠신문 기자와 함께 경남 합천에 있는 한국 원폭 피해자협회를 방문했다. 한국 원폭 피해자는 합천 출신이 많다. 기자가 엄청 꼼꼼하게 취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는데, 그 결과물인 ‘히로시마의 공백’이라는 연재 기획기사가 그해 일본의 신문협회상을 수상했다.
그 기사는 한국과 일본의 자료를 검토한 결과 적어도 11명의 한국 피해자를 일본 측이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일본 정부가 귀국한 한국인 피해자들을 보상 대상에서 배제했기 때문에 놓친 것이다. 내년이면 원폭 투하 80년이다. 철저한 조사와 피해 보상이 이뤄지길 바란다.
나리카와 아야 전 아사히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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