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기의 추석 선물’ ‘딸에게 보낸 동영상’···이재명 ‘선거법 위반’ 판결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판결문에는 20대 대선 후보 시절 이 대표가 발언한 내용들에 대한 판단이 세세하게 담겼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백현동 관련 발언을 한 상황과 목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대표가 본인의 당선을 위해 거짓말을 함으로써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대장동 막으려 김문기 몰랐던 것처럼 대응”
15일 나온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판결문에는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의 관계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명시됐다. 재판부는 “2009년 가을 추석 즈음에는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에게 보낼 추석 선물을 자신의 회사에 요청할 정도로 둘 사이 교유관계가 형성됐다”고 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에는 “과거의 사적인 교유관계에서 직무상 상급자와 하급자로 대면하는 관계로까지 이어나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이같은 접촉이 있었음에도 “대장동 비리 의혹이 번져오는 것을 막기로” 마음먹고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대표는 고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 등이 대략적 지침만 내린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면서도 김 전 처장과 이 대표의 인연을 지적하는 언론 보도에 대해선 직접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며 “김 전 처장이 자살하는 사태에까지 이르자 개인적 교유관계가 없고 성남시장 시절에는 아예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사람인 것처럼 대응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유죄의 증거로 김 전 처장이 자신의 딸에게 보낸 동영상과 뉴질랜드 오클랜드 스카이타워에서의 식사 동영상 등을 활용하기도 했다. 해당 영상들에는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와 함께 식사 및 골프 일정을 함께했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토론회 발언은 선거법 처벌 제외?···“해당 안 돼”
재판 과정에서 이 대표 측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근거로 토론회에서의 발언은 공직선거법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0년 후보자 토론회에서의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대해서는 토론회의 주제와 관련 없이 일방적으로 허위 사실을 표명한 것이 아니라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후보자 토론회는 제한된 시간 내에서 즉흥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해당 판례는 이 대표가 2018년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입원 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고 말해 기소됐을 때 최종 무죄를 안겨준 판결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전 처장 관련 발언이 나온 토론회 장면에는 해당 판례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골프 발언이 방송 중 즉흥적 답변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시민 패널이 피고인에게 질문을 하면 그에 대해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입장에서 발언하는 형식으로 이뤄졌고, 피고인의 발언에 대한 공방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상정한 토론회는 “후보자 등이 치열하게 공격과 방어, 의혹 제기와 해명 등을 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지만, 이 대표의 발언은 이같은 공방 상황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백현동 발언 ‘당선 목적’ 고의 인정
재판부는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은 국토부 압박 탓”이라는 이 대표의 국정감사 답변에 대해선 “국정감사를 지지율 상승의 기회”로 여겼다며 당선 목적이 있다고 봤다.
이 대표는 2021년 9월9일과 9월13일 언론사 인터뷰에서 ‘국감을 치를 때마다 제 지지율이 올라갔다. 기회요인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해 10월12일에는 기자회견에서 ‘국정감사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구체적 내용 등을 설명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백현동 발언이 있었던 2021년 10월21일 국정감사가 끝난 직후에는 “국민의힘 측의 일방적인 주장, 허위사실에 기초한 무차별 의혹제기가 있었지만 오히려 ‘토건세력 특혜폭탄 설계자’는 국민의힘 전신 정권과 관계자들임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이런 내용을 모두 나열하며 이 대표가 “국정감사를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의혹에 대응할 기회로 삼고자 했다”고 판시했다.
https://www.khan.co.kr/politics/assembly/article/202411151502001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11151729001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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