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허정]트럼프 2기와 체코 원전 수출
소형원자로 등 원전 산업 활성화 나설듯
체코 원전 수주, 美 웨스팅하우스가 변수
韓, 트럼프 측과 다양한 채널로 협력 필요
우선, 한국의 체코 원전 수주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2022년 11월 최초 입찰서를 제출한 이후, 2년 만인 2024년 11월 체코 정부는 우리의 한국수력원자력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공식 선정하였다. 공식 선정되기 전에 우여곡절이 없지는 않았다. 1978년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지침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동의를 받게 돼 있다. 하지만 체코와 같이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맺은 나라로 수출할 경우 미국 에너지부에 신고 절차만으로 끝난다고 한다. 웨스팅하우스가 문제를 제기한 것은 자신이 신고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체코 정부에서는 이의 제기를 기각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우리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고, 내년 3월에 최종 계약을 맺는 절차만 남았다.
체코 원전은 우리나라 원전 수출 역사상 두 번째 쾌거라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로 약 20조 원 규모의 수출 성과를 이끌어냈다. 그 당시에도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는 원천기술을 문제 삼아, 한수원은 원전 건설에 들어가는 주요 기자재를 구매하는 선에서 해당 문제를 풀어갔다. 이번에도 최종 계약을 우리가 이루어낸다 하더라도 웨스팅하우스와 풀어가야 할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지는 않다.
사실, 민간 기업 간 갈등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한국과 미국 간 신뢰와 협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11월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에 가서명한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민간 기업 간의 분쟁을 그대로 두지 않고, 한미 정부가 함께 문제를 풀어 가겠다는 협력의 의지를 보인 것이다.
15년 전 첫 번째 발걸음에 이어, 이제 어렵게 두 번째 발걸음을 내디딘 우리의 원전 수출 산업이, 2025년부터 시작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새로운 에너지 정책에 힘입어 세 번째, 네 번째 발걸음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에너지 정책 기조의 목소리는 한결같다. 저렴한 에너지 공급을 위해 원유, 가스, 석탄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 내지는 폐지하고, 동시에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탈피하여 원전 산업을 활성화하려고 한다. 특히, 원전의 경우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중심으로 적극 육성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산업 정책 추진의 하나로 실시하고 있는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 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 혹은 축소하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공화당 위원들도 자신의 주에서 예정된 전기차나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트럼프는 당내 반대 의견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되기 전에 현 바이든 정부도 친환경 산업 투자 해외 기업에 보조금 지급을 위해 빠른 정책 집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되 동시에 미국 정부 당국과 다양한 협력 채널을 가동하여 국익을 위해 대화와 협상에 나서야 할 때다.
소위 100년 사업이라고 하는 원전 건설 사업은 장기간 고부가가치 창출 산업이며, 우리나라 원전 기술력과 신뢰도는 현재 세계 원전 수출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산업에서 수출 성과가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며, 이는 우리 정부가 원자력 기술과 원전 건설 산업 개발을 위해 오랫동안 일관적으로 우수 인력 양성과 재정 투자를 해 온 결과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 정부의 재생에너지 개발 중심의 정책 기조와 달리, 이번 정부는 세계의 에너지 정책의 흐름에 맞추어 원전 개발과 무탄소 지향적 정책 기조로 전환하면서 우리나라가 다시 한번 원전 수출국으로서 세계 시장에 등장했다. 앞으로 원전 건설이 우리의 새로운 주력 수출 품목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허정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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