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도 되지 않았던 승률, 신진서는 극복했다···혈투 끝 ‘숙적’ 커제에 반집 대역전승, 삼성화재배 ‘나홀로 8강’

윤은용 기자 2024. 11. 1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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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9단. 한국기원 제공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 신진서 9단이 ‘숙적’ 커제 9단을 맞아 접전 긑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삼성화재배 8강에 진출했다.

신진서는 15일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202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16강 둘째 날 대국에서 중국의 간판 커제를 맞아 278수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짜릿한 흑 반집승을 거뒀다. 난적을 물리치고 8강에 오른 신진서는 이로써 2년 만에 삼성화재배 패권 탈환을 노리게 됐다.

흑을 잡은 신진서는 초반 포석 후 개시된 우변 전투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 초반부터 불리해졌다. 형세를 만회하기 위해 끈질기게 추격전을 벌였으나, 단단히 준비하고 나온 커제가 좀처럼 틈을 주지 않았다. 한 때 신진서의 인공지능(AI) 예상 승률이 10% 미만으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집요하게 상변의 백 대마를 공략하며 기회를 엿본 신진서는 커제의 실수를 틈타 순식간에 비등한 형세를 벌였다. 이후 종반 끝내기에서 완벽하게 수순을 밟아가며 끝내 기적 같은 반집 역전승을 챙겼다.

커제 9단과 대국하는 신진서 9단. 한국기원 제공



이날 승리로 신진서는 2021년 11월 LG배 4강전부터 커제를 상대로 파죽의 9연승을 달리며 확실한 ‘천적’으로 자리 잡았다. 통산 상대 전적도 14승11패로 앞섰다.

신진서는 대국 후 “느낌은 결승까지 둔 것 같은데 이제 두 판 이겼다”며 “수적으로 열세라 대진이 좋진 않지만, 남은 대국도 내 바둑을 둘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신진서와 함께 16강에 나선 신민준 9단이 중국의 쉬자양 9단에 역전패해 탈락하면서 삼성화재배 8강은 신진서와 나머지 7명의 중국 기사들로 채워졌다.

16강이 모두 끝난 뒤 대진 추첨 결과 신진서는 17일 열리는 8강 둘째 날 경기에서 ‘디펜딩 챔피언’인 중국의 딩하오 9단과 맞붙게 됐다. 신진서는 2022년 삼성화재배 우승을 차지했고 딩하오는 2023년 우승에 성공했다. 상대 전적은 신진서가 최근 5연승을 포함해 9승3패로 앞서 있다.

나머지 3판은 중국 선수끼리 대결한다. 16일은 진위청 8단 vs 쉬자양 9단, 당이페이 9단 vs 리쉬안하오 9단의 8강전이 열리고 17일은 신진서 vs 딩하오와 롄샤오 9단 vs 셰커 9단의 대진이 성사됐다.

삼성화재배 우승 상금은 3억원, 준우승 상금은 1억원이다. 제한 시간은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다.

8강 대진 추첨에서 신진서 9단과 대결이 확정되자 허탈한 웃음을 짓는 딩하오 9단. 한국기원 제공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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