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폭풍 일단 피하고 보자”…벌써 美투자 줄이기 나섰다는 K기업들
응답 기업 절반 “경영환경 부정적”
자동차·전기·전자서 비율 높게 나와
10곳 중 4곳서 “美 투자 축소할 것”
반도체 업계는 보조금 축소 우려
韓기업 “정부, 대응 체계 구축 요구”
15일 매일경제는 최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1000대 제조기업 대상 ‘미국 대선의 기업 영향 인식’ 긴급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결과 응답회사 110곳 중 47.3%는 트럼프 당선이 경영환경에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자동차(64.3%)와 전기·전자(62.5%)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긍정적 영향은 12.7%에 불과했다. 영향 없음은 40.0%로 나타났다.
이같은 기업들의 인식은 투자전략에도 반영되고 있다. 응답기업 46.4%는 트럼프의 당선이 투자계획에 미친다고 응답했다. 국내투자는 축소 31.4%, 유지 49.0%로 조사됐다. 확대는 19.6%에 그쳤다.
미국 투자는 축소 37.2%, 유지 54.9%로 집계됐다. 국내 투자보다 축소·유지 비율이 높았다.
그간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칩스법) 수혜를 보며, 미국 투자를 진행해왔다. 트럼프 당선 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업계는 반도체지원법 폐지·축소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두 회사는 미국 정부로부터 각각 64조원, 6200억원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이 예정돼 있다.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지원금은 아직 지급되지 않았는데, 새 행정부가 이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미국 내에서 판매한 165만대의 차량 가운데 90만대 가량은 한국과 멕시코 등에서 만들어 수출한 차량이다. 조지아 신공장이 시험 가동을 시작했지만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을 만드는 공장이라 기존 수출 물량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기존 현대차 앨라바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의 가동률을 늘려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멕시코 생산물량 일부를 미국 외 다른 지역으로 수출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관세로 높아진 차량 가격을 보조금 지급으로 상쇄시킬 경우 수익성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며 “트럼프 내각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최대한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해야한다”고 말했다.
전현욱 SK온 IR담당은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트럼프 재집권 시에도 IRA 전면 폐지는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 전기차 성장 둔화 가능성 등에 대비하기 위해 배터리 외 품목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트럼프 2.0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세계교역 위축 등 국내외 투자·수출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는 칩스법과 IRA 등 인센티브 축소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투자 보다 더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대미 수출 영향에 대해선 부정적 영향 41.7%, 긍정은 8.3%로 조사됐다. 영향없다는 50%였다.
생산비용과 관련해선 응답회사 28.2%가 상승, 12.7%가 하락한다고 밝혔다. 현 수준 유지는 59.1%로 나타났다. 트럼프 당선인은 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생태계 복원을 통해 에너지 가격을 안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공급망 리스크 영향에 대해서는 심화 48.2%, 완화 2.6%, 현 수준 유지 49.1%로 조사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중심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은 규제축소에 대해서는 환영했다. 트럼프 당선에 따른 긍정적 효과로는 △규제축소(62점) △연준 금리 인하 압박(50점) △법인세 인하 등 감세(49점) △인프라 투자 확대(45점) △화석연료 개발·생산 확대(40점)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정부에 대해 대응 체계 구축을 요구했다. 트럼프 당선 결과에 따른 정부 정책과제를 점수화한 결과, ‘대미 투자 기업 불확실성 완화를 위한 대응체계 구축’이 114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수출시장·공급망 다변화 통한 통상환경 변화 대응(94점) △세제지원 확대, 규제 완화 통한 기업 경쟁력 제고(44점) △지정학 리스크 완화 노력 통한 에너지·물류 충격 최소화 △첨단산업 보조금 등 기업 신성장동력 확보 지원 강화(19점) 순으로 조사됐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정권이 교체되며 기대했던 이익이 줄고, 다양한 관세조치로 통상환경이 악화되는 것은 불가피해보인다”며 “냉철하게 득실을 따져보고 한국과의 파트너십 가치를 적극 설명해 예상되는 피해를 최소화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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