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숲 이면의 진짜 뷰 [이지은의 신간: 시티 뷰]
도시 중심부와 외곽 지역
대비되는 공간 속 욕망
"거침없이 투명한 시티 뷰를 위해 유리를 닦는 사람과 스릴을 안전하게 감각하기 위해 가짜 암벽을 타는 사람. 평행의 정의에 의거해 그들은 절대 스칠 일이 없어 보였다."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시티 뷰」는 가짜 암벽 클라이밍을 취미로 즐기는 삶과 빌딩 외벽에 매달려 유리창을 청소하는 삶처럼, 도시 중심부와 외곽을 대비해 한 공간 속 다른 삶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강박과 결핍, 자해와 산재, 트라우마 등에 시달리면서도 겉으로는 매끄럽게 보이는 삶을 위해 애쓰는 오늘날 도시인의 모습을 그린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중년의 중산층부터 불안정한 생계를 이어가는 2030 청년 노동자까지, 여러 계층의 욕망과 아픔을 입체적으로 묘사한다.
책의 배경은 초고층 빌딩이 숲을 이룬 도시 송도다. 마천루 아래 고상한 가면을 쓴 채 욕망을 감추고 사는 도시생활자들의 이야기다. 의사인 석진과 필라테스 센터장인 수미는 각자의 욕망과 결핍을 감추고 표면적으로는 안정적인 부부 생활을 꾸려간다. 여기에 20대 헬스 트레이너인 주니, 도시 외곽 공단의 노동자인 유화가 등장해 은밀한 관계를 형성한다.
"「시티 뷰」는 공간이 곧 주제"라는 은희경 소설가의 심사평처럼 책에서 두드러지는 건 공간의 상징성이다. 장소들이 지닌 특징은 서사의 한 요소로서 각 인물의 내면을 뒷받침한다. 갯벌 위에 지어진 최첨단 도시는 한국 사회에서 새롭게 형성된 중산층의 욕망이 형상화된 공간으로 자리한다.
그 가운데 '병원'은 여러 계층의 삶이 교차하는 장소로서 기능한다. 병원을 운영하는 부유층의 삶, 외모 강박 때문에 섭식장애를 겪는 삶, 산재로 병원에 갈 일이 잦은 육체노동자의 삶, 내면의 고통을 덜어낼 길 없어 자해를 반복하는 삶까지, 병원은 온갖 종류의 삶이 모여드는 장소로, 그 속에 등장하는 삶들은 '몸'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그런 점에서 "제 아이들에겐 몸으로 평가받는 일을 시키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다른 이의 몸을 집요하게 평가하는 주인공 수미의 시선은 현시대를 잘 대변한다. 닭가슴살 하나로 끼니를 대신하는 헬스 트레이너 주니가 "이 몸뚱어리가 쪼그라들면 뭘 뜯어 먹고 사나"란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 또한 외양 중심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일면을 보여준다.
이 책은 하나의 공간 속 다른 삶을 대비시킨다. 지상에서 정상으로 오직 수직적 구도만을 허용하는 고층 빌딩은 성취 지향의 세계와 계층 간 격차를 알려주는 동시에,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 해룡의 서사까지 포괄한다.
저자는 "몸은 트레이너에게, 살림은 도우미에게, 교육은 학원 강사에게 맡기는" 수미의 삶을 통해 속물적 세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그 속에는 "당신의 밑바닥엔 무엇이 있는가"란 피할 수 없는 질문이 깔려 있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의도된 거짓을 말한다는 점에서 계층을 막론하고 조금씩 부도덕하지만, 무턱대고 비난하긴 어려워 보인다. 누구나 마음속에 숨겨둔 결핍과 상처로부터 완벽히 자유롭진 못할 거란 의구심에서다. 결국 이 책이 최종 도달하는 지점에 놓여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 보편에 대한 연민이라 할 수 있겠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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