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6·25 때도 이러진 않았는데…" 접경지 주민들 4개월째 '고통'
[앵커]
최근 한 시민이 국회를 찾아가 제발 도와달라며 이렇게 무릎까지 꿇은 일이 있습니다. 북한 대남방송 때문에 괴로워서 살 수가 없다는 접경 지역 주민입니다. 저희가 현장을 찾아 밤샘 취재를 해봤는데 실제 낮밤을 가리지 않고 온갖 기괴한 소리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입니다.
[기자]
"매일 북한에서 들려오는 소리 때문에 잠도 못 자고 무섭고 힘들어요"
인천 강화도에 살고 있는 8살 초등학생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쓴 손편지입니다.
매일 밤 우는 아이를 지켜보던 아이 엄마는 지난달 24일, 국회 국감장에서 무릎까지 꿇었습니다.
하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안미희/인천 강화군 당산리 주민 : (찾아와서) 귀마개 얘기했잖아요. 그러면 시장이든 그 관리자가 와서 한번 귀마개 꽂고 있어 보라고 (하고 싶어요.) 인천시에서도 관심이 없는데 대통령이 관심을 가져주겠냐고요.]
접경 지역에 들어서자 길목 곳곳에 붙어있는 현수막.
경로당에 먼저 가봤습니다.
[86세 주민/인천 강화군 철산리 : 이틀을 밤낮을 떠들어 대는데 아주 머리가 빠개질 뻔했어.]
6.25 전쟁도 겪었는데, 생전 이런 소리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87세 주민/인천 강화군 철산리 : (6·25 때 대남방송해도) 그냥 뭐 이야기하고 떠들고 해도 이렇게 괴상한 소리는 안 했더랬어.]
[90세 주민/인천 강화군 철산리 : 아주 귀신 바가지 우는 것 같아. {그려.} 아주 이상해.]
주민들은 북한이, 시간대별로 가장 듣기 괴로운 소리를 '맞춤형'으로 쏟아내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저녁 7시, 취재진이 직접 기다려봤습니다.
[지금은 또 안 들려. 또 작아졌어요.]
장소를 옮겼습니다.
밤 9시, 이쪽에선 소리가 얼마나 큰지, 취재진이 하는 대화도 카메라에 잘 안 담깁니다.
밤 10시, 그러다 갑자기 멈추는 소리.
[지금 저녁 10시 6분인데요. 갑자기 방송이 멈췄어요. 평상시에는 이렇게 고요한 동네구나…]
밤 11시, 한 시간 만에 다른 소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밤 11시가 넘은 시간입니다. 이 주변 민가에는 불이 다 꺼졌는데요. 아까 저녁 10시쯤에 잠깐 멈췄던 대남방송이 1시간 만에 다시 재개를 한 건데 지금 동물 울음소리 들리시나요? 이렇게 더 무섭고 기괴한 소리가 더 크게 나오고 있습니다.
주민들 말대로 소리의 방향도, 괴성의 종류도 시시각각 바뀌는 겁니다.
새벽 2시, 차에서 잠을 청해보지만, 도저히 잘 수 없는 상황.
새벽 3시, 지금 시간은 새벽 3시입니다. 저희 취재진 모두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 이렇게 밖으로 나왔는데요. 북한이 바로 건너편으로 보이는 이 강가로 나왔더니 정말 소리가 커서 이렇게 앞사람과 대화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오전 7시, 꼬박 밤을 새고 다음날 동 틀 무렵, 동네 주민을 만났습니다.
[김옥순/인천 강화군 당산리 주민 : 어제 (저녁) 8시쯤 넘어서부터 대단했는데 그리고 (새벽) 2시쯤에는 그냥 아주 더 대단하고…]
[안효철/인천 강화군 당산리 주민 : 내가 (새벽) 2시 반에 일어났는데 나도 어제 4번인가 5번 깼어요. (이렇게) 잠을 못 자는 거예요.]
주민들은 "가축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안효준/인천 강화군 당산리 주민 : 매일 낮에 얘네들이 (알을) 낳지. 근데 요새는 알을 안 낳아. {안 낳은 지 얼마나 됐어요?} 방송하고부터 안 낳는 거지. {얘들아 왜 안 낳아.} 스트레스받는 거야 얘들도.]
인천시청은 JTBC 취재진 질의에 "우선 피해가 심한 35세대부터 총 3억5천만원을 투입해 올해 안에 방음창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며칠 있어보니 밤낮없이 굉음이 쏟아진다는 뉴스 속 표현만으로는 이곳 주민들의 고통을 다 담아낼 수 없는 수준입니다.
가장 듣기 괴로운 소리를 마치 연구라도 한 듯한 이 끔찍한 소리 공포 속에 주민들은 4개월째 방치되고 있습니다.
[작가 유승민 / VJ 박태용 / 영상편집 김영선 / 영상디자인 황수비 / 취재지원 박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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