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만들어 선고” vs “대한민국 만세”…판결 순간의 서초동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오후 2시 16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서관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그는 웃으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민주당 의원 수십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4개 재판 중 첫 선고인데 심경 한 말씀 부탁드린다’는 취재진 질문엔 묵묵부답이었다.
이 대표가 재판정인 서울중앙지법 311호에 통하는 법원 2층 출입구로 오후 2시 19분쯤 올라갔다. 대기선 밖에서 이 대표를 기다리던 지지자들이 “대표님 힘내세요” “이재명 무죄다” “파이팅” 등을 외쳤다. 이 대표는 재판부 입장 전 피고인석에 앉아 휴대전화를 계속 봤다.
선고는 오후 2시 38분부터 오후 3시까지 22분간 진행됐다. 재판장인 한성진 부장판사가 선고 내용을 읽는 동안 이 대표는 피고인석에서 선 채,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재판부가 ‘백현동 협박 발언’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판단하자, 이 대표는 이를 앙 다물기도 했다.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는 순간 방청석에선 ‘아’ 하는 탄식이 나왔다.
오후 3시 4분쯤 유죄 판결 내용이 법원 바깥에 알려지자 이 대표 지지자들은 동요했다. 여기저기서 “미친 X들” “죄를 만들어 선고하냐” “이재명이 무슨 잘못을 했느냐”는 외침이 들려왔다. 한 젊은 여성은 주저 앉아 울었고, 한 노인은 “무리한 기소를 한 정치검찰이 문제”라고 고성을 질렀다.
이 대표의 퇴정을 기다리며 서 있던 의원들의 표정도 굳었다. 이건태 의원은 양손을 모으고,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이 대표가 나오길 기다렸다. 일부 의원들은 고개를 들어 먼 산을 쳐다보기도 했다. 욕설이 계속 되자 김현 의원이 지지자들에게 다가가 “조금만 자제해주시라”고 부탁했지만, 지지자들은 김 의원에게 “저리 가라”고 손짓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오후 3시 10분쯤 서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법원에 출석할 때 옅은 미소를 띄웠지만, 퇴정할 때는 굳은 표정이었다. 입장을 발표하기 전 곁에 서 있는 의원들에게 이 대표가 ”(지지자들이) 좀 조용히 해주면 좋겠는데”라고 말하자, 의원들은 위아래로 크게 손짓하며 목소리를 낮춰달라고 했다.
이 대표 지지 집회의 한 지지자는 “그 다음주부터는 한남동 관저를 둘러싸고 윤석열이 나올 때까지 모입시다”며 “국민 여러분 나오십시오 분노하십시오”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게 나라냐!”라며 호응하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중앙지법 서문 앞에서는 이 대표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가 진행됐다. 선고 공판이 진행 중인 오후 2시 56분쯤 사회자는 “김문기 몰랐다 발언, 허위사실 맞답니다!”며 환호했다. 곧이어 백현동 부지 발언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인정되고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 집회 참가자들은 1분간 함성을 지르거나 만세삼창을 했다. 집회는 순식간에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고 “대한민국 만세!” “이재명 구속” 같은 구호가 들렸다. 애국가를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안팎에선 이 대표 지지 시위대 4000여명(이하 경찰 추산)과 반(反) 이재명 시위대 1000여명이 대치했다. 이 대표가 법원에 들어설 때부터 떠날 때까지 반 이재명 시위대가 “이재명 구속”을 외치자 이 대표 지지자들은 “김건희 구속”으로 받아쳤다. 1심 재판을 마치고 이재명 대표를 따라 법원에서 나오던 안귀령(35)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이재명 구속 주장 시위대에 “곱게 늙어라”라며 소리를 지르는 일도 발생했다. ‘김건희 특검’을 주장하는 신원불명의 남성은 신발을 던져 폭행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이날 만일 사태에 대비해 40여개 중대 2500명 경찰을 현장에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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