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40대 여성들이 한 남자를 만나고 사라졌다...공통점은 덤프트럭?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1월 15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임소희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 지난 2007년 부산 경남 일대에서 연쇄 실종으로 불릴 만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총 5명의 40대 여성이 어느 날 갑자기 행방불명된 건데 이 사건들 자세히 살펴보면 발생 지역과 상황에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너무나도 소름 끼치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시작은 2006년 실종 신고된 보험설계사 김 씨의 사건이었습니다. 해당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유력 용의자로 덤프트럭 운전자 홍 모 씨를 지목했는데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와 유사한 실종 사건을 4건이나 더 발견하게 됐던 거죠. 수사는 급물살을 탔고 이제 남은 건 잠적한 유력 용의자 홍 씨를 검거하는 일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경찰 역시 이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홍 모 씨이고 단순 실종이 아닌 연쇄살인일 수 있다는 가능성에 공감했습니다. 하지만 그를 해당 혐의로 재판에 세울 수 없었죠. 도대체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엑스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임소희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임소희 변호사(이하 임소희)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임소희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어서 참 어려운 케이스들이 많은데요. 이 사건 역시 그랬던 것 같거든요. 어떤 일이 있었던 거죠?
◇ 임소희 : 2006년 6월 10일 보험설계사 김 모 씨가 실종되었습니다. 가족들은 김 씨의 귀가를 기다렸지만 3일이 지나도 김 씨가 돌아오지 않자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 이원화 : 남편이 아닌 아내 지인들에게 이런저런 연락도 많이 했던 모양이더라고요.
◇ 임소희 : 네 그렇습니다. 김 씨의 남편은 귀가도 하지 않고 연락이 두절된 아내가 걱정되어 아내의 지인들을 수소문하다가 아내의 친구로부터 덤프트럭 임대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김 씨는 자신의 친구에게 덤프트럭 임대업을 하면 한 달에 25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라고 하며 돈이 조금 모자라니 500만 원을 빌려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김 씨에게 덤프트럭 임대업을 제안한 사람은 보험설계사였던 김 씨가 보험 고객으로 10년여를 알고 지냈던 덤프트럭 운전기사 홍 모 씨였고, 사건 당일 김 씨는 사업자금으로 준비한 4천만 원을 들고 홍 씨를 만나러 간 것이었습니다.
◆ 이원화 : 그러면 그 기사에게 연락을 해봤겠네요.
◇ 임소희 : 네. 홍 씨는 김 씨의 남편과도 친분이 있어 김 씨의 남편은 홍 씨에게 연락해서 혹시 집사람을 봤느냐 라고 물었지만 홍 씨는 최근에 만날 일이 없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경찰도 홍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지만 홍 씨가 그날 김 씨를 만나기로 한 것은 맞지만 김 씨와 연락이 닿지 않아 실제로 만나지 못했다라고 진술해서 홍 씨를 풀어주게 됩니다.
◆ 이원화 : 덤프트럭 기사가 아내가 실종되기 전 아내를 만났던 건가요?
◇ 임소희 : 네 그렇습니다. 김 씨의 실종 4일째인 2006년 6월 14일 경찰은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읍 송지리 농로에서 김 씨의 차량을 발견하게 되었는데요. 당시 차량의 앞뒤 번호판이 모두 떼어져 있었고 누군가 차 안을 훼손한 흔적도 있었습니다. 특히 차량 조수석 시트에서는 핏자국이 나왔습니다. 김 씨의 차량이 발견되며 경찰은 김 씨가 사라진 것이 단순 실종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본격 수사에 착수하였습니다. 경찰은 김 씨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삼랑진 철교에 설치되어 있던 CCTV를 분석했는데요. CCTV 분석 결과 김 씨의 차 안에 동승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홍 씨였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김 씨가 은행에서 돈을 출금할 때에도 홍 씨가 김 씨의 차에 탑승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왜 본 적이 없다고 했을까요? 굉장히 수상한데요.
◇ 임소희 : 네 그래서 경찰도 홍 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하고 검거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홍 씨는 잠적해버렸고 어디에서도 홍 씨의 행적을 확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 이원화 : 아니 자기가 잘못한 게 없으면 굳이 잠적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그래서 어떻게 됐죠? 이 사람 찾아냈습니까?
◇ 임소희 : 경찰은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하여 홍 씨의 행적을 쫓는 한편 홍 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여 피 묻은 옷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 김 씨의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사람의 혈흔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 이원화 : 홍 씨는 계속 못 찾은 건가요?
◇ 임소희 : 네. 사건이 발생한 지 6개월여가 되어 가던 2006년 12월 울산 울주에서 홍 씨를 봤다는 제보가 접수되었고 경찰은 마침내 홍 씨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홍 씨는 모자와 안경을 쓰는 등으로 변장한 채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있었고, 가명을 사용하며 대포폰을 쓰는 등으로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고 있었습니다.
◆ 이원화 : 그렇게 치밀하게 자신을 감추며 살았다고 하니 더 의심스럽긴 하거든요. 본인은 뭐라던가요?
◇ 임소희 : 홍 씨는 그날 김 씨를 만나기는 했지만, 김 씨가 갑자기 차키를 꽂아둔 채 어디론가 사라진 후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았다. 만일 김 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면 자신이 의심받을 것이 두려워 번호판을 떼고 차량을 훼손한 후 차량을 버렸다 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 이원화 : 단순히 의심받을 거에 대한 행동으로는 너무 지나치네요. 그리고 말이 계속 바뀐다는 그런 측면이 있고요. 근데 본인 집에서 피 묻은 옷도 나왔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이 부분은 뭐라고 하던가요?
◇ 임소희 : 경찰이 피 묻은 옷에 대해서 묻자 홍 씨는 갑자기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 이원화 : 사실 이게 사람 피라는 정도밖에 안 나왔기 때문에 통상적인 수준이면 모르겠다라든지 내 피일 수도 있지 않냐 이렇게 변명하는 게 더 상식적이거든요. 근데 무슨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 임소희 : 네 그렇습니다. 홍 씨가 김 씨와 만나고 있는데 괴한 3명이 습격해 홍 씨를 폭행하고 김 씨를 납치해 갔고, 이때 흘린 피가 옷에 묻은 것이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이에 경찰은 거짓말 탐지기를 동원했고, 거짓말 탐지기 조사실마다 거짓 반응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놀라운 사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어떤 거죠? 좀 전에 공개수사로 전환했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까? 그것을 보고 김 씨 실종 사건과 내 딸 실종이 너무 비슷하다 라는 한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온 곳입니다.
◆ 이원화 : 혹시 어떤 일이 있었기에 비슷하다고 느끼셨을까요?
◇ 임소희 : 제보 전화를 건 분에 실종된 딸은 최 모 씨로, 최 씨는 2005년 9월 30일경 실종된 상태였는데요. 최 씨 역시 덤프트럭 관련 사업을 한다면서 현금 3천만 원을 들고 집을 나섰다가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이뿐 아니라 이 사건들과 비슷한 실종 사건이 3건이나 더 있었습니다.
◆ 이원화 : 벌써 2건의 실종 사건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비슷한 게 또 3건이나 더 있었다고요?
◇ 임소희 : 김 씨와 최 씨 외에도 부산 김해 등지에 살던 부녀자들이 거액을 들고 덤프트럭 관련 사업을 한다며 집을 나섰다가 실종된 사건이 3건이나 더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모든 사건에서 실종자들은 모두 홍 씨의 지인이었습니다.
◆ 이원화 : 이쯤 되면 실종이 아니라 연쇄 살인 가능성도 열어놔야 할 것 같거든요.
◇ 임소희 : 하지만 해당 혐의로는 기소조차 하지 못했고, 검찰은 홍 씨가 김 씨의 차량 번호판을 훼손하고 유기한 것만을 이유로 재물은닉 및 자동차 관리법 위반죄로 기소하였습니다.
◆ 이원화 : 왜죠? 왜 안 될 걸까요?
◇ 임소희 : 당시 경찰은 실종자들이 살해되었을 것으로 보고 시신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였지만 단 한구의 시신도 찾지 못했고, 홍 씨가 실종자들을 살해했다고 단정할 수 없어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변호사님도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셨을 테니까요. 변호사님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기소가 어렵다 동의하십니까? 아니면 좀 아쉬운 대목이 있던가요?
◇ 임소희 : 네 아무래도 좀 아쉬운 대목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이 사건 실종자 가족들 중 한 가족이 경찰에 재수사를 문의하기도 했었는데요. 당시 그 가족이 재수사의 근거로 제시한 것이 2010년 부산에서 일어난 시신 없는 살인 사건이었습니다.
◆ 이원화 : 유명 사건이죠.
◇ 임소희 : 해당 사건에서도 이 사건과 마찬가지로 사건 당시 피해자의 시신이 화장되어 없었다는 점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무기징역이 선고되고 대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이었는데요. 실종자 가족들은 시신 없는 살인 사건 판례를 근거로 실종자들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이 사건에서도 홍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기소할 수 있지 않겠느냐 라고 주장했지만, 당시 수사기관에서는 시신 없는 살인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살해당했다는 정황이 확실해 기소가 가능했지만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이 실종된 것인지 살해당한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소가 어렵다 라고 하며 결국 재수사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 이원화 : 그렇죠 사실 검사가 공소제기를 하려면 공소사실을 특정을 할 수가 있어야 하는데 범행 방법이 뭔지 어떤 범행이 이루어졌는지조차도 지금 규명이 하나도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니까 답답했을 것 같긴 합니다. 근데요 그러면 지금 이 홍 모 씨라는 사람은 자유롭게 살고 있다는 얘기인가요?
◇ 임소희 : 홍 씨는 좀 전에 말씀드린 재물은닉 및 자동차 관리법 위반죄로 2007년 5월경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2009년경 만기 출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이원화 : 만약 경찰의 추정대로 홍 모 씨의 범죄가 맞다면 적용 혐의라든지 처벌 여부 이런 거 어떻게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 임소희 : 경찰의 추정대로 이 사건 실종자들이 실종된 것이 아니라 홍 씨에 의해 살해된 것이라면 홍 씨에게는 살인죄 혹은 강도살인죄 및 사체은닉죄 등이 적용되어 처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이원화 : 특히 강도 살인죄 같은 경우는 형량이 매우 높기 때문에 더군다나 피해자들이 다수 있는 상황이어서 아주 아주 중형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이 되기는 합니다. 사건 엑스파일 오늘은 너무나도 유사한 상황 속에서 벌어진 40대 여성 연쇄 실종 사건 살펴봤습니다. 해당 사건들이 발생한 지 벌써 20년이 다 되어갑니다만 실종된 여성들의 생활 반응, 그러니까 금융거래를 한다든가 병원을 이용한다든가 하는 움직임은 지금까지도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들이 실종이 아닌 살해됐다는 쪽에 더 무게추가 기울어져 있기도 한데요. 누구보다 답을 얻고 싶어 하는 분들은 바로 피해자들의 가족일 겁니다. 답답한 상황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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