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 이어 장범준까지…“제대로 지은 ‘아파트’ 평생을 가네요”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4. 11. 1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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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곡 '아파트'는 윤수일(69)에게 가수 인생 최대 고비를 먼저 가져온 노래였다.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동명의 노래 '아파트'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8위로 한국 여성 솔로 가수 최초·최고의 기록을 쓰자 윤수일이 짓고 부른 원조 '아파트'도 역주행했다.

-후배 가수 장범준이 13일 '아파트' 리메이크를 발표해 '재건축'으로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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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만에 제2전성기...‘원조 아파트’ 가수 윤수일 씨
82년 방송금지 징계 불구 인기
로제 덕 다시 떠 고마운 마음
장범준 리메이크 요청해 승낙
아픈 마음 위로하려는 노래에
요즘 MZ세대들도 공감 보내와
일흔 앞뒀지만 음악열정 여전
내년 새 곡으로 전국투어할 것
무대에서 기타 치며 노래하는 가수 윤수일. 누리마루엔터테인먼트
불후의 명곡 ‘아파트’는 윤수일(69)에게 가수 인생 최대 고비를 먼저 가져온 노래였다. 1982년 첫 방송 녹화 날 무대 연출에 관한 이견으로 현장 신입 PD와 벌인 다툼이 ‘방송금지’ 징계로 이어졌다. 인터넷도 소셜미디어도 없던 시절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그는 좌절하지 않고 1년간 전국의 음악다방으로 직접 홍보를 다녔다. 흥겨운 노래는 금세 DJ들 손을 탔고, ‘방송에서도 틀어달라’는 전국의 엽서 청원이 방송국으로 쇄도했다. 결국 방송국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왔다. 윤수일은 1시간 특집 편성된 무대까지 책임지며 당대 최고의 인기 가수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로부터 42년이 지나, 2024년 또다시 대중이 ‘아파트’로 그를 소환했다.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동명의 노래 ‘아파트’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8위로 한국 여성 솔로 가수 최초·최고의 기록을 쓰자 윤수일이 짓고 부른 원조 ‘아파트’도 역주행했다. 유튜브 댓글엔 ‘잘 지은 아파트가 평생을 간다’ ‘K-7080 감성도 세계화되길 바란다’는 글이 쇄도했다. 윤수일은 15일 매일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10여 년 만에 새 음반을 내려고 마무리 작업을 하던 중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터졌다. 나는 참으로 운 좋은 가수”라며 웃었다.

-로제의 ‘아파트’ 발표 후 재조명 된 지 4주째에도 열기가 여전하다.

▶먼저 같은 제목의 곡으로 전 세계 음악 팬의 사랑을 받게 된 로제에게 축하를 전하고 싶다. 나는 15년 전 부산 해운대로 이사 와 음악 창작과 후배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어제도 신곡 녹음을 하느라 목이 살짝 쉬었다. 부울경에선 이따금 밴드 공연을 하는데, 방송에 자주 나가질 않으니 근황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시더라.

-후배 가수 장범준이 13일 ‘아파트’ 리메이크를 발표해 ‘재건축’으로 화제가 됐다.

▶노래를 새롭게 해석해보겠다는 제안이 와 흔쾌히 승낙했고 지난주 부산에서 만났다. 장범준이 부른 ‘여수 밤바다’를 들으며 참 낭만적으로 노래하는 친구라고 생각해왔다. 그에 비하면 ‘아파트’는 밴드 사운드와 팝적인 요소를 가미해 만든 노래인데, 장범준이 개성을 담아 잘 표현했더라.

-경쾌하게 들리지만 친구의 이별 경험을 담아 애달픈 감성이 짙다.

▶내가 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본연에 아픈 사람을 치유하고 위로해주는 마음이 있다. 한편으론 기존 가요에 없던 콘텐츠라 관심 갖는 분들도 많았다. 당시 이런 빠른 박자의 노래는 많지 않았고, 앞부분에 ‘딩동딩동’ 아파트 벨소리까지 나오니 생소하긴 했을 거다. 그러다 모두가 따라 부르며 분위기 띄울 수 있는 노래가 되면서 생명력을 이어가게 됐다.

-‘제2의 고향’ ‘황홀한 고백’ ‘도시의 천사’ 등 서울살이의 애환과 시대상을 담아 만든 노래들도 여전히 회자된다.

▶음악 하겠다고 상경했을 때 18살 혈혈단신이었다. 나를 알아주는 이 없는 크고 붐비는 도시에서 밴드 최말단(신중현 사단 ‘골든 그레이프’) 생활은 외로웠고, 도시에서 꿈을 키우는 청년의 마음이 가사에 묻어나왔다. 나중에 우리나라 ‘시티팝’의 선구자라는 과분한 명명도 받았다. 이제 기성세대가 된 팬들은 노래를 통해 그 시절을 회상하고, 꿈을 이루고자 하는 지금의 청소년들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다시 부산으로 간 이유는.

▶고향이 울산 바닷가이기도 하고 바다를 좋아한다.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창작할 곳을 택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서 가족들과 다 같이 온 게 15년쯤 됐다.

-새 음반도 모두 자작곡으로 채우나.

▶물론이다. 처음부터 내 곡은 내가 만들어 부르는 게 몸에 배어있다. 지금의 나이와 처한 상황, 사회 분위기가 곡에 녹아들어야 진정성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서울 잠실벌의 개발 붐이 불 때 ‘아파트’를 지었듯, 이번에도 삶 가까이에 있는 이야기로 10여 개 신곡을 썼다.

-일흔을 앞둔 나이, 창작이 힘들진 않나.

1980년대 히트곡 ‘아파트’ 리메이크를 기념해 최근 부산 바닷가에서 만난 가수 장범준(왼쪽)과 윤수일. 장범준 유튜브 캡쳐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작업이니 건강이 받쳐줘야 한다. 매일 해변을 걷거나 뛰고, 좋은 공기 마시면서 체력 관리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내년 초 새 앨범을 발표하면 윤수일 밴드와 함께 전국 투어 콘서트에 나설 계획이다.

-2014년 음반 ‘부산의 노래’에 아들 지호 씨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자식 둘 중 아들은 밴드 ‘무아’로 데뷔해 가수 활동하다 지금은 자기 개성껏 작곡가로 활동한다. 딸이 일찍이 결혼해 손주 둘을 봐주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부산에서 연예기획사를 차렸다.

▶가수를 키운다는 개념보다는 후배들이 활동할 수 있게끔 후원하고 있다고 봐달라. 여성 트로트 가수 장보윤, 한가빈, 재즈 보컬리스트 위나 등에 곡도 써주며 돕고 있다.

-당장 ‘아파트’ 무대 제의도 많을 텐데.

▶대부분 고사했다. 의외의 행운에 편승하겠단 생각은 애당초 없고 새로운 노래로 활동하고 싶다. 지금은 인기 정점인 로제의 ‘아파트’를 더 많은 분이 즐기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란다.

‘사랑만은 않겠어요’ ‘아파트’ ‘황홀한 고백’ 등 1980년대 히트곡을 부른 가수 윤수일. 사진제공=누리마루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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