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징역형 확정 땐 선거 10년 못 나가…'위증교사 재판'은 더 큰 고비
법원 '공직선거법 위반' 1심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선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정치권과 법조계의 예상을 뛰어넘은 중형이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대표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이던 2021년 대장동 사건 핵심 실무자인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의혹과 관련해 허위 발언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김 처장 관련 발언 중 ‘해외 출장 중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부분과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와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는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사실이 공표되는 경우에는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돼 민의가 왜곡되고 선거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현실화…유죄 판결, 野 결속력 높이나
검찰·사법부로 비난 화살 돌려…오히려 지지층 더 끌어모을 수도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해 “완벽한 무죄”라고 주장해왔다. 이 대표가 기소된 4개 사건(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대장동 백현동 성남FC·쌍방울 대북송금) 가운데 혐의가 비교적 간단해 무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봐왔다. 설령 유죄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벌금형 정도를 예상했다. 하지만 15일 1심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 상실은 물론 차기 대선 출마도 불가능해진다. 민주당은 대선 당시 정부로부터 받은 선거 보전금 434억원을 반납해야 한다.
○당분간 결집하겠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이날 판결로 당장 이 대표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오히려 당에서 다른 얘기를 입 밖에 내지 못하는 분위기가 더 굳어질 수 있다”고 했다. 지도부와 강성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이 사법부를 전방위 압박하는 상황에서 단일대오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예상보다 중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이 강성 지지층을 더욱 결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은 검찰은 물론 사법부까지 비난의 대상으로 삼으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오늘 판결은 명백한 정치 판결”이라며 “사법 정의를 바로세우겠다”고 했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선고 직후 SNS에 “오늘 이 대표에 대한 유죄 선고는 사법 개혁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썼다.
이 대표 스스로도 1심 판결에 대해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며 “국민 여러분도 상식과 정의에 입각해서 판단해보면 충분히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부 판단보다 ‘여론의 판단’에 기대어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국민의힘도 친윤(친윤석열)·친한(친한동훈)계 간 갈등을 키우기보다는 민주당 공세에 집중하면서 여야 대립이 더욱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잠룡 움직임 본격화 관측
하지만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더 확산하면 민주당 등 야권 물밑에서는 이 대표를 대체할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밖에 없다. 항소심 판결은 1심 판결 이후 3개월 내에 내리도록 하는 강행 규정이 있어 26개월을 끌었던 1심보다 빠르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 관계자는 “1심은 재판 지연 등의 전략이 통할 수 있지만 2심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르면 내년 에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에서 1심대로 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2027년 대선은 물론 향후 10년간 선거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한 초선 의원은 “당장은 단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중도층이 사법리스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오는 25일 위증교사 사건 1심 판결에서도 의원직 상실형이 나오면 대안 모색 움직임은 더 빨라질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 금고형 이상이면 의원직과 피선거권을 잃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선거법보다 위증교사에 더 무거운 형량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검사 출신인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위증교사는) 사안 자체가 중하기 때문에 더 중한 형이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경우 이 대표는 도덕성과 리더십에 타격을 받고 사법 리스크 대응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야권 잠룡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김 지사는 경기도에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영입하는 등 친문·비명(비이재명) 구심점 역할을 시도하고 있다.
민경진/박시온/배성수/한재영/정상원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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