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명, 사령탑 징계 이유가 ‘심판 비방’?···오심이 쏟아지는데 입만 막으면 해결되나[스경x이슈]

김은진 기자 2024. 11. 1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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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 김주성 감독이 지난 12일 SK전에서 판정의 항의하고 있다. KBL 제공



프로농구가 오심과 항의로 얼룩지면서 1라운드에서만 감독 2명이 징계를 받게 생겼다.

한국농구연맹(KBL)이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언론에 토로한 김주성 원주 DB 감독을 재정위원회에 회부했다.

KBL은 “16일 서울 강남구 KBL 센터에서 제30기 제5차 재정위원회를 열고 김 감독의 심판 비방 행위를 심의한다”고 15일 밝혔다.

김 감독은 지난 12일 서울 SK와 홈 경기에서 경기 막바지 심판 판정에 항의해 테크니컬 파울을 2개 받고 퇴장당했다. 이날 김 감독 퇴장 뒤 권순철 단장이 코트로 들어와 심판진에 거칠게 항의했고, 이흥섭 사무국장은 경기 종료 후에도 본부석 쪽에 남아 항의했다. 권 단장과 이 국장도 KBL의 심의대상에 포함됐다.

이날 퇴장된 김 감독은 경기 종료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심판들이 진정으로 일관성을 갖고 판정하는지 의문을 품게 된 경기”라고 강한 발언을 했다.

이날 DB는 앞서고 있다가 4쿼터에 역전당했다. 애매한 판정이 나왔다. 경기 종료 17초 전 DB 김시래가 수비 리바운드를 잡은 뒤 SK 선수들과 몸싸움 과정에서 자밀 워니가 부딪히며 볼을 놓쳤고 심판은 이를 워니의 파울이 아닌 김시래의 턴오버로 판정했다. 공격권이 SK로 넘어간 뒤 SK 안영준의 3점슛으로 연결되며 승부가 사실상 결정됐다.

앞서 DB 치아누 오누아쿠의 U파울과 김영현의 파울 판정에 불만을 갖고 있던 김 감독은 이 장면에서는 SK에 파울이 불리지 않자 결국 코트 안으로 뛰쳐나가 항의했고 테크니컬 파울 누적으로 퇴장됐다. 당시 DB 관중들도 코트 안으로 물병을 던지며 심판에 항의해 소란이 벌어졌다.

김주성 감독은 경기 뒤 “이건 좀 아니다 싶을 정도로 판정이 석연찮다. 마지막 김시래 장면이 결정적이었다. 그게 파울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심판들이 파울 챌린지를 본인의 휘슬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알바노가 필리핀 국적 선수라 그런지 몰라도 억울한 판정이 많다. 내가 달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KT 허훈이 지난 7일 정관장과 경기에서 판정에 불만을 품은 채 교체되고 있다. KBL 제공



KBL은 김 감독이 재정위원회 회부된 사유가 ‘경기 중 항의’ 때문이 아닌 ‘경기 뒤 심판 비방’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KBL은 경기 뒤 취재진에게 판정 불만을 드러내는 감독에게는 번번이 징계를 한다. 앞서 서울 삼성 김효범 감독도 경기 뒤 취재진 앞에서 하드콜 관련 판정 불만을 표출했다가 재정위에 회부, 제재금 70만원 징계를 받았다.

KBL은 올시즌 개막하고 1라운드밖에 치르지 않았는데도 판정 시비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몸싸움을 비교적 관대하게 허용하는 취지로 ‘하드콜’을 도입했으나 그 판정이 일관되지 않다는 불만이 계속된다.

허훈(KT)은 개막 전 컵대회에서부터 “이게 농구인가 UFC인가 싶을 정도”라고 하드콜 기준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왔다. 지난 7일 안양 정관장전에서는 경기 종료 직전 골밑에서 격렬한 몸싸움을 하다 공격권을 뺏긴 과정에서 파울을 불어주지 않아 파울챌린지도 요청하지 못하자 광고판을 발로 찼다. KBL은 곧바로 허훈을 재정위원회에 회부했고 20만원 벌금 징계를 내렸다.

심판의 판정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잘못된 판정은 비판받아야 한다. 판정의 당사자인 현장의 선수단이야말로 판정에 대해 말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KBL은 경기 이후 판정을 비판하는 행위 자체를 징계한다. 경기 중 항의하면서 폭력을 썼다든지 심판에게 욕설을 했다든지 하는 문제가 아니라 경기 뒤 언론에 일종의 ‘하소연’ 하는 것을 징계하고 있다.

매경기 사실상 의무적으로 미디어에 노출되는 감독들의 입을 아예 틀어막으려는 KBL의 발상은 시대에 매우 뒤떨어진다. 국내 최고 인기 종목인 프로야구도 심판의 판정이나 KBO의 행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감독은 물론 선수들에게서도 수없이 나오지만 KBO가 이를 징계하는 경우는 없다.

지난 14일 창원 LG-수원 KT전에서는 경기 종료를 1분도 남기지 않고 파울 챌린지만 2개가 나왔고, 둘 다 비디오판독을 통해 번복됐다. KT가 78-76으로 앞선 채로, 경기 종료 38초 전 LG가, 3초 전에는 KT가 파울 판정을 받아 접전에서 자유투를 내주게 되자 비디오판독을 요청했고 그 결과 파울이 아니라고 모두 번복됐다. 심판들이 2점차 접전의 종료 직전 상황에도 파울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해 비디오 판독으로 죄다 뒤집힌 것이다. 비방이 두려우면 판정을 바로 하면 된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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