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날짜 잡혔는데…"대기획 다큐 PD, 수신료국 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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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공모에서 통과된 기획안으로 대기획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KBS PD가 갑작스럽게 수신료국으로 파견되면서 "누가 치열하게 고민하며 기획을 하고 제작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겠나"라는 내부의 비판과 우려가 나온다.
올해로 6년차인 KBS 시사교양 PD는 13일 사내 게시판에 "내년 9월 방송 예정이었던 KBS 대기획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기획하고 연출해온 메인 PD 선배가 수신료국으로 발령 받았다"며 "발령 받은 선배는 이번 대기획 다큐를 직접 기획안 원안자이다. 모든 제작진이 꾸려져 촬영까지 진행되고 있던 상태에서 하루아침에 프로그램이 갈 곳을 잃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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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프로그램 갈 곳 잃어…수신료 가치 보여줄 시점에 반대로 가는 모양새"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사내 공모에서 통과된 기획안으로 대기획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KBS PD가 갑작스럽게 수신료국으로 파견되면서 “누가 치열하게 고민하며 기획을 하고 제작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겠나”라는 내부의 비판과 우려가 나온다.
올해로 6년차인 KBS 시사교양 PD는 13일 사내 게시판에 “내년 9월 방송 예정이었던 KBS 대기획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기획하고 연출해온 메인 PD 선배가 수신료국으로 발령 받았다”며 “발령 받은 선배는 이번 대기획 다큐를 직접 기획안 원안자이다. 모든 제작진이 꾸려져 촬영까지 진행되고 있던 상태에서 하루아침에 프로그램이 갈 곳을 잃었다”고 전했다.
언급된 대기획 다큐는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과학 기술을 다룬 3부작 다큐멘터리 <트랜스 휴먼 비긴즈>(가제)로 해외 촬영까지 마쳤다고 전해진다.
이런 상황을 알린 PD는 “약속된 절차와 심사 과정을 거쳐 KBS를 대표할 만한 양질의 다큐멘터리로 인정받고 선택받은 것이 바로 대기획 다큐이다. 대기획 다큐는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맡고 있는 역할을 다하는 방식이자, 우리가 매일 말하는 수신료의 가치를 보여주는 장”이라며 “시청자들에게 수신료의 가치를 보여주고 KBS의 필요성을 설득해야할 시점에,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획 다큐 외에도 갑작스러운 발령에 곳곳이 인력난을 겪는다고 지적한 뒤 “필요한 업무와 인원에 대한 투명한 공개나, 수신료 업무를 개선할 방법에 대한 고민 없이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며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갑작스레 차출해버리는 깜깜이 방식의 발령이 최선인가”라며 “방송을 열심히 기획하고 만들어도 언제든 손쉽게 제작 과정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고 했다.
나아가 “30년 이상 회사에 열정을 쏟고 마지막까지도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기획안을 내고 연출에 고심했던 결과가 고작 이런 것이라는 개인적인 감상을 차치하고서라도, 이런 상황 속에서 누가 치열하게 고민하며 기획을 하고 제작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겠나”라며 “현재의 경영난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회복하는데 지금의 방식이 왜 필요한 것인지, 더 나은 방식은 없는 것인지를 고민하고 설명해주시라.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고 사측에 물었다.
이 게시글 댓글란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공감을 표하는 반응과 함께 “사내에서 기획안 공모 통과되어서 진행 중인 PD를 현업에서 배제하는 것은 대체 뭘 얻고자 하는 결정인가” “콘텐츠 만드는 회사로서의 정체성이 이제 그 선을 넘은 것 같다” 등 구성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4일 성명에서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아무렇게나 인사를 한다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업무처리방식”이라며 “수신료 업무 담당자들을 선발한 기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조합이 그간 요구해온 각종 현장 개선책들에 대해 진행 상황을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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