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현실로…정치 인생 위기 맞은 이재명 향후 행보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도 단일대오 강조
예상보다 무거운 형량에 입지 좁아질 가능성
‘도덕적 흠결’에 대여 투쟁 동력 약화 우려
위증교사 사건 등 이어지는 재판도 부담
유력 차기 대선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에서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며 정치 인생에 큰 위기를 맞았다. 친이재명(친명)계는 아직 2심과 3심이 남았다는 점 등을 들어 이 대표 리더십에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온 만큼 대안 찾기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서울 지역 3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법원이 이 대표에게 과한 판결을 내렸다는 공감대가 민주당 의원과 당원 사이에 형성될 것”이라며 “오히려 이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엔 법원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이 대표 요청에도 70여명의 의원들이 집결해 세를 과시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이 대표를 기소한 검찰과 재판부를 성토하는 글이 이어졌다.
당장 이 대표를 대신할 차기 주자를 찾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무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교적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는 3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이번 판결로 상처가 났다고 해서 다른 차기 대선 주자를 찾아보자는 이야기를 누가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라며 “2심과 3심이 남은 상황에서 섣불리 당을 흔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사법부가 정치검찰의 억지 기소·조작에 제동을 걸어주길 바라는 국민 기대와는 너무도 다른 결과가 나왔다”며 이 대표를 옹호했다. 이들은 “검찰은 없는 죄를 만들어내기 위해 사법 질서를 무너뜨리고 여론을 호도했다”며 “오늘 하루는 정치검찰의 사법 농단이 성공한 것처럼 보여도 종국엔 정의와 진실이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문재인(친문)계도 일단 대표와의 단일대오를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무거운 형량에 이 대표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우선 이 대표에 도덕적 흠결이 생긴 만큼 공천개입 등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응하는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당직자는 “기존 지지층이야 이 대표를 믿고 신뢰하겠지만, 중도층에선 이날 판결로 이 대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당분간 보류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이 대표는 오는 25일 위증교사 사건 1심 재판을 앞두고 있는데, 당내에선 지금까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보다 위증교사 사건을 더 무겁게 느끼는 분위기였다. 이 대표도 SNS를 통해 위증교사 사건에 대해 여러 차례 억울함을 드러내 왔다.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제3자 뇌물 혐의 등에 대해서도 재판 절차가 시작됐다. 여기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으면 지난 대선 선거비용 434억원을 반납해야 하는 문제도 남아있다.
일각에선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김동연 경기지사 등 차기 대선에 내세울 대체 주자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두 사람은 지난 1일 독일에서 만난 사실이 최근 뒤늦게 알려졌다.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을 앞둔 묘한 시점에서 이뤄진 만남에 정치권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 바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판결과 관계없이 자신이 강조해온 ‘먹사니즘’ 정책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앞으로 예정된 민생 탐방 일정을 그대로 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재판 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재판 관련 메시지를 삼간 채 “정기국회 안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는 최대한 신속하고 강력하게 흔들림 없이 추진해달라”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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