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첫 도입 ‘그린카드’ 할까? 말까?

박주미 2024. 11. 1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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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카드를 꺼내는 심판 (한국 배구연맹 제공)


프로배구 출범 20주년을 맞은 올 시즌, V리그에 처음 도입된 그린카드 제도가 1라운드 집계 결과 총 19차례 기록됐다. 한국 배구연맹은 그린카드가 남자부에서 10번, 여자부에서 9차례 나왔다고 밝혔다.

구단별로 살펴보면 남자부에선 우리카드가 아웃사이드 히터 한성정의 2회를 비롯해 4회로 가장 많았고 여자부에선 IBK기업은행이 3회로 가장 많은 그린카드를 받았다. 상황별로 살펴보면 19차례 중 단 한 번을 제외하고 모든 경우가 블로커 등 터치 아웃 반칙 상황에서 선수의 자진 신고, 그린카드가 나왔다.

그린카드 도입은 국제배구연맹이 2023년 시범 도입해 운영해 왔다. 전 세계를 통틀어 비디오 판독을 운영하는 나라에 한정해 그린카드가 도입됐는데 현재 이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이탈리아, 튀르키예, 불가리아 리그가 있다.

그린카드는 배구 경기의 페어플레이 가치를 높이고 불필요한 판독 시간 단축을 통해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 있다. 국제 배구 흐름을 따르기 위해 노력 중인 한국 배구연맹 역시 이런 취지로 올해 컵대회 시범 적용했고, 이어 V리그에서도 운영 중이다.

그린카드는 주심의 셀프 비디오 판독 또는 팀의 비디오 판독 요청 시 주심의 시그널 전에 선수가 먼저 반칙을 인정하고 손을 들면 주심이 해당 선수에게 준다.
비디오 판독 전 선수의 자진 신고라는 측면에서 일종의 '양심선언'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 배구연맹은 그린카드의 긍정적 효과를 위해 리그 일정 종료 뒤 페어플레이상 선정에 그린카드 포인트를 할당하는 기준을 마련했다.

그린카드 도입 약 한 달...잘 되고 있나요?

그린카드 도입 약 한 달. V리그 남녀 각 7개 구단 관계자의 반응은 어떨까?
대부분은 제도의 취지가 갖고 있는 긍정적인 측면은 공감하고 있지만 실효성과 목적에 맞는 운영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A팀 지도자는 그린카드 제도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에게 "해도 그만, 인해도 그만이죠."라고 답했다.
이 지도자는 "그린카드 도입 때 한국 배구연맹이 유인책으로 시즌 종료 뒤 페어플레이상 선정 때 추가 점수를 준다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뭘…. 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덧붙였다.

이 지도자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 배구연맹이 주는 페어플레이상이라는 것이 수상했을 때 확실한 장점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삼성화재-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우리카드 미들블로커 이상현이 블로커 터치아웃에 대한 양심고백으로 그린카드를 받았는데 우리카드 파에스 감독이 발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파에스 감독은 경기 뒤 "이상현이 흐름을 잘 고려했으니 좋은 선택이라고 봤겠지만, 제도 자체는 이해할 수 없다. 상금뿐 아니라 추가 점수를 얻는 VNL처럼 보상(3만 달러)이 있는 경우 (양심 고백을) 하는 이유를 알겠다. 그리고 ‘손에 맞지 않았다’고 하는 반대 경우 또한 받아들여 주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결국 확실한 보상도 없는 페어플레이상을 위해서 비디오 판독을 하면 확인될 것을 '굳이' 선수가 자진신고를 해야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B 구단은 "팀 차원에서 지도자와 선수들이 그린카드를 언제 쓸지 합의했다."고 귀띔했다.
배구 경기의 페어플레이 가치를 높이고 시간 단축을 위한 원래 목적이 아닌 하나의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의미이다.

이 구단 관계자는 "지도자들이 선수들에게 그린카드를 할 타이밍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니까 팀 분위기가 좋고 이기고 있는 상황, 흐름이 괜찮을 때는 그린카드를 써서 경기를 지연시키지 않기로 하는 거죠. 손을 빨리 들어서 그린카드를 받고, 경기가 답답하게 안 풀릴 때엔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 비디오 판독 시간을 활용하려고 (자기 손이 맞은 것을 뻔히 알고도) 손을 들지 않고 버티자고 합의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팀의 C 선수는 "감독 성향이 그린카드 제도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어서 누군가 강요하진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외에 나머지 구단에선 선수 개개인의 자유 의지에 맡기고 있지만 현재 리그 초반인 상황인 것을 고려하면 리그 후반으로 접어들면 현재처럼 그린카드가 많이 나올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는 후반기에서도 1점, 1점이 중요한 접전에서 자신의 양심고백으로 상대 팀이 득점해 팀 동료로부터 눈치를 보게 되는 불편한 상황을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는 것이다.

모든 일이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제도 도입 첫 시즌 다양한 실무 의견을 수렴해 제도의 올바른 운영과 정착을 위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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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미 기자 (jju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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