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모친 직접 고소... "회사 쪼개지나" 복구 불가 상태로 치닫는 한미약품

이재명 2024. 11. 1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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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미약품그룹에서 오는 28일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법적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한미사이언스는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창업주 아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장녀 임주현 부회장의 3인 연합과 이들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체를 위계 및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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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직접 겨냥한 법적 분쟁까지 시작
"거짓 정보 제공" VS "규정 무시 고발"
표심 잡는다지만, 그룹 마비 가능성도
임종훈(왼쪽)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한미그룹 밸류업 및 중장기 성장전략'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미약품그룹에서 오는 28일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법적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지만, 창업주 장·차남이 직접 모친을 고발하기에 이르면서 그룹이 복구 불가 수준으로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15일 한미사이언스는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창업주 아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장녀 임주현 부회장의 3인 연합과 이들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체를 위계 및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했다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에서 창업주 차남(임종훈)은 대표를, 장남(임종윤)은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1년여를 이어온 그룹 경영권 분쟁 중 내부 감사나 측근을 통한 간접적 법적 분쟁은 있었어도, 가족을 직접 겨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임시 주총을 위한 주주 설득 과정에서 3자 연합 측이 거짓 정보를 제공했다고 고발 사유를 설명했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무단으로 회사 로고를 도용함은 물론 ‘국민연금도 3자 연합으로 돌아섰다’, ‘유상증자한다’ 같은 거짓 정보, 결정되거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주주들에게 전달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정당한 주주 관리와 주주총회 운영·진행 업무를 방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송영숙(왼쪽)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9월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그룹 사옥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참석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3자 연합 측은 곧바로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는 독재 경영이라고 반박했다. 3자 연합은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 및 사내이사를 한미사이언스가 형사고발하는 행위는 당연히 중요한 소송의 제기이며, 따라서 이사회 의결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판단된다"면서 "절차와 규정을 무시하고, 오로지 형제 입김에 좌우돼 불법과 위법을 넘나드는 독재경영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13일에는 임종윤 사내이사가 개인적으로 소유한 코리그룹의 한성준 대표가 송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 3년간 송 회장이 운영하는 가현문화재단에 한미약품이 이사회 결의나 승인 없이 119억 원을 기부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미약품 측은 임종윤 이사도 당시 이사로서 기부에 참여했다면서 자폭 행위라고 반박했다.

임시 주총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모녀와 형제 양측이 막판 표심을 잡기 위한 비방전을 펴는 모습에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족 간 고소·고발까지 난립하는 건 양측이 확보한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탓이다. 현재까지 3자 연합은 특수관계인 포함 총 48.13%, 형제 측은 29.07%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3자 연합 지분에는 가현문화재단(4.9%)도 포함돼 있으나, 형제 측은 공익 재단은 어느 편도 들어선 안 된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지분 6.04%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영향력이 크다. 어느 한쪽도 과반을 넘지 못했고, 특별안건 저지선(3분의 1)도 장담하지 못한다.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장·차남인 임종윤(왼쪽에서 두 번째), 임종훈(세 번째) 형제가 3월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주주총회가 끝난 뒤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 결과가 나와도 경영권 분쟁은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이사회에 임 부회장은 진입하지 못하고 신 회장만 들어갈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데, 그러면 형제와 3인 연합 측 이사가 5 대 5 동률이 되기 때문에 교착 상태가 더 길어질 수 있다. 여기에 각종 효력 정지 신청과 업무방해 고발 등의 여러 법적 분쟁까지 겹쳐 그룹 전체가 마비되는 것 아니냐는 어두운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재명 기자 nowl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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