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 합의” vs “시작에 의미”…끝나지 않은 배달앱 공방전
"배달앱 상생안으로 오히려 업주 부담 커져" 주장
"입점 단체 반대에도 합의 강행…명분없는 합의"
소공연 "합의안 도출 충분히 진전 이뤄낸 일"
배달앱 "반발 단체들 몽니…인하 효과 있을 것"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외식업을 중심으로 한 자영업계가 배달앱 상생협의체 결과의 폐기를 요구했다. 수수료가 일부 낮아졌지만 전반적으로 배달비가 오르며 사실상 인상이나 다름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절차상 문제도 주장하고 나섰다. 애초 배달업과 관련이 적은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가 협의체에 참석한데다 입점단체 2곳의 반대에도 합의한 건 ‘날치기 통과’라는 입장이다.
반면 소상공인연합회와 배달앱 업체들은 충분한 합의를 이뤘다고 반박하고 있다. 차등수수료율 도입에 대해서도 영세 자영업자 부담 완화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맞서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반발 단체는 온라인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 법안 제정을 촉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배달앱 상생안 발표 하루만에 다시 공방전이 시작된 셈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단체들은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상생협의체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김진우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수수료는 내리고 배달비는 올려서 결국 더 부담이 증가했는데 이건 조삼모사일 뿐”이라며 “당초 상생협의체의 목적은 배달의민족(배민)의 9.8% 수수료 기습 인상에 따른 것이었는데, 인상 전 6.8%에 비교하면 결과적으로 1%의 수수료 인상과 500원 배달비 인상이 이뤄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배달앱 상생협의체는 12차 회의를 열고 배민·쿠팡이츠의 중개수수료를 현행 9.8%에서 거래액 기준으로 2.0∼7.8%로 낮추는 차등수수료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배달비도 구간에 따라 차등을 뒀다. △상위 35%는 중개수수료 7.8%, 배달비 지역별 2400원~3400원 △상위 35~50%는 중개수수료 6.8%, 배달비 2100원~3100원을 적용한다. △상위 50~80%는 중개수수료 6.8%에 배달비 1900원~2900원 △하위 20%는 중개수수료 2%, 배달비 1900원~2900원을 책정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애초에 하위 20% 구간은 배달을 거의 하지 않는 전통시장과 홀 위주 매장”이라며 “거래액이 높다는 건 해당 매장의 규모가 크다는 게 아니라 배달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대한 대형 식당은 하위 20% 혜택을 받고 오히려 영세한 배달 매장이 상위 35% 수수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거래액 기준조차 배달앱이 정해서 입점 매장은 자신들이 어느 구간에 속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달앱 상생협의체의 절차상 문제도 지적했다. 전날 회의에서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한국외식산업협회는 해당 상생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회의 중 퇴장했다.
입점 단체 중 절반이 반대했지만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등 공익위원이 찬성해 합의를 이뤘다.
김 공동의장은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는 사실 배달 관련 종사자가 거의 없는 단체”라며 “특히 정부와 배달의민족 지원금을 받고 있는 관계인만큼 애초 공정하지 않은 회의였다”고 주장했다.
“합의 의미 커…반발 단체 몽니” 정치권도 ‘들썩’
하지만 이들 단체 주장과 다른 목소리도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상생협의체가 마련한 합의안이 영세 소상공인의 부담이 완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합의안을 도출한 것은 충분히 진전을 이룬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총력을 다한 범정부적 노력에 사의(謝儀)를 표한다”면서 “합의안이 배달앱 광고료 인상 등 소상공인에게 또 다른 짐을 지우는 풍선효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배달앱 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액 하위 65%에 해당하는 13만 업주가 수수료 인하 효과를 볼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부 측의 관련 분석 자료도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배달 거래액 상위 35%에 속할 정도의 매장이면 사실상 영세로 보기는 힘든 곳”이라고 덧붙였다.
상생안의 정당성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한국외식산업협회 뒤에는 거대 기업이 모인 프랜차이즈협회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 단체가 영세 업체를 대표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거래액 상위에 속하는 업체들이 많으니 반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해당 2개 단체는 지난 회의 내내 건설적 주장을 하기보다 5%의 수수료율 만을 고집하며 합의를 파행으로 몰고 갔던 단체들”이라고 날을 세웠다.
전국상인연합회도 소상공인연합회의 주장과 결을 같이 하고 있다. 일부 수수료율 인하이지만, 시작한 데 의미를 찾자는 목소리다.
전국산인연합회 관계자는 “가맹점주협의회와 외식산업협회는 무조건 수수료율 5% 상한만 계속 주장하더라. (그들은) 매출 10억~20억원이 넘어가는만큼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다”며 “우리같은 어려운 소상공인은 다르다. 일단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바로 시작하고 보자고 생각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갈등은 정치권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배달앱 상생협의체가 협의를 했다고 하는데 반쪽짜리 협의”라며 “온플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자율 규제가 불가능하면 결국 일정한 제재 시스템을 만들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은 이런 상태를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전진 (noretur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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