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철도와 독립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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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3월 5일 오전 9시 남대문역(현 서울역) 광장에 스물다섯 살 김원벽이 들어섰다.
경제사학자 김두얼 명지대 교수에 따르면 1919년 당시 전국 220개 군 가운데 철도가 지나는 60개 지역은 다른 곳보다 평균 7일 정도 만세운동이 빨리 일어났고 모인 군중 수도 당연히 더 많았다.
독립기념관과 한국철도공사가 지난 10월부터 '철도역에서 만나는 독립운동' 전시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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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3월 5일 오전 9시 남대문역(현 서울역) 광장에 스물다섯 살 김원벽이 들어섰다. 곁에는 서른세 살로 한참 형이지만 같은 '학생단' 대표인 강기덕도 있었다. 두 청년은 '조선독립'이라고 쓴 깃발을 꺼내 들고 군중 앞에서 휘저었다.
전날 3월 4일 고종 황제의 하관식이 끝나면 열차 편으로 남대문역에 도착하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보고 이 둘은 3월 5일을 기일로 잡았다. 역 앞에 사람들이 빠르게 모여들었고, 3월 1일 발생한 만세 행렬은 나흘 만에 다시금 서울에서 이어졌다. 이 물결은 조만간 번질 전국 연쇄 다발적 사건의 서막이었다.
실제로 3·1운동은 그해 4월까지 두 달간 총 110만여 명이 참가한 사건이다. 이 배경에 '민중의 발'인 철도가 있었다. 당시 철도는 최첨단 국가 기간 시설이었고 사람과 소식을 가장 빠르게 실어 나르는 수단이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시작한 만세운동이 충청·강원·전라·경상뿐 아니라 평안·함경까지 퍼져 나간 것도 철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남대문역을 통해 수원역·노량진역·영등포역을 거쳐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만 47만명, 충청에선 대전역을 중심으로 8만명, 평양역과 신의주역에선 모두 21만명이 모여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경제사학자 김두얼 명지대 교수에 따르면 1919년 당시 전국 220개 군 가운데 철도가 지나는 60개 지역은 다른 곳보다 평균 7일 정도 만세운동이 빨리 일어났고 모인 군중 수도 당연히 더 많았다.
그 10년 뒤에도 철도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1929년 10월 30일 광주에서 나주로 향하는 통학 열차에서 일본 남학생이 조선 여학생을 희롱한 게 발단이 돼 그 유명한 '광주학생독립운동'이 일어났다. 나주역이 이 운동의 진원지가 됐다.
독립기념관과 한국철도공사가 지난 10월부터 '철도역에서 만나는 독립운동' 전시회를 열고 있다. 다음달 2일까지 전국 주요 역사(驛舍)에서 계속된다. 출발 시간 전에 여유롭게 도착한다면 발걸음을 잠시 늦추고 둘러보면 좋겠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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