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냐" vs "이겼다" 법원 앞 희비…놀란 의원들도 이재명 침묵 배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자 민주당 의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재판부에 무죄를 촉구하고자 법원 앞에 모였던 지지자들은 검찰과 법원을 향해 분노를 터뜨렸고, 다시 모일 것을 기약하며 자진 해산했다.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대표를 응원하기 위해 법원 앞에 집결했던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3시6분쯤 선고 결과를 뉴스로 확인하자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한 의원은 두 손으로 입을 막고 놀란 표정을 내보였고, 눈시울이 붉어진 채 허공을 응시하는 의원도 보였다. 유튜버들은 "징역이 나왔다!"라고 외치며 소식을 전파했다.
이 대표가 오후 3시12분쯤 법원을 빠져나왔을 때도 침통한 분위기는 이어졌다. 의원들은 이 대표가 "기본적인 사실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힌 뒤 자리를 떠나자 침묵으로 배웅했다.
의원들은 이 대표의 서초동 법원 동행 자제 요청에도 일찌감치 법원에 나와 이 대표를 응원했다. 이날 재판 시작 1시간 전부터 모이기 시작했고, 재판 시작 30분 전인 오후 2시쯤이 되자 박찬대 원내대표와 김민석·김병주·이언주·전현희·한준호 최고위원, 김윤덕 사무총장 등 지도부 의원들을 포함해 약 70여명이 집결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당내 분위기가 좋았고, (이 대표도) 무죄를 받을 것이란 자신이 있었다"며 "(선고 결과에) 다들 어이없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법원 인근에서 집회를 벌이던 이 대표 지지자들도 참담한 심정을 고스란히 표출했다. 이날 친명(친이재명)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와 민주시민 국민항쟁 추진연대 등 이 대표 지지단체와 지지자들은 서초역 7번 출구에서 서울중앙지검 서문까지 이어지는 대로변, 대법원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2개 차로에 자리를 잡고 이 대표 무죄를 촉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결과를 들은 다수의 지지자는 긴 탄식을 내뱉었다. 울음을 터뜨린 지지자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일부는 "법원을 불사르자" "법원에 쳐들어가야 한다"며 과격한 발언을 했고, 한 여성 집회 참가자는 바닥을 손으로 치며 "이게 나라냐" "김건희를 구속해야지 왜 이재명이 유죄냐"라고 외쳤다.
지지자들은 이내 대열을 정비하고 '이재명 무죄'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이후 "포기하지 말고 다시 모이자"며 다음을 기약했다. 집회 말미에 마이크를 잡은 한 참가자는 "끝이 아니다. 우리 다시 함께 뛸 수 있다"며 "다 같이 이재명 대표님에게 큰 보탬이 되자"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중앙지법 앞 법원로 5차선 도로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서는 "이겼다" 등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두 손을 들고 만세를 외치거나 애국가를 제창했다. "이재명 구속"을 반복적으로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일부 보수 집회 참가자들은 현장에 왔다 돌아가는 민주당 측 의원들을 향해 "축하한다"며 조롱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서울 서초동 일대는 이른 시각부터 이 대표 지지파와 반대파가 몰려 북적였다. 이 대표 재판 시간이 가까워지자 이 대표 지지 쪽에는 100m가량의 2차선 도로를 가득 메울 정도의 사람들이 모였고, 보수단체 집회에서 준비한 좌석 250여개도 모두 찼다. 다른 정치 성향의 유튜버·지지자들이 모인 만큼 서로 언성을 높이는 장면도 여러 번 목격됐다.
경찰은 질서유지를 위해 시위대 주변으로 펜스를 설치했고, 이 대표 차량 동선을 따라 경찰관을 배치했다. 양 집회 세력이 충돌할 경우에 대비해 2000명 이상의 경찰관을 투입했다. 서울중앙지법도 안전을 이유로 외부인·외부 차량 경내 출입을 제한했다. 경내 출입 시 법원 직원들이 직접 공무원증·방청권 등 제시를 요구하며 신분을 확인했고, 소지품 검사도 진행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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