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접수 먼저 했다고..." 기존 경영진 내몰린 기막힌 사연

강재웅 2024. 11. 1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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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법성 검증 않고 서류 먼저 제출시 등기 가능한 제도 개선" 필요
[파이낸셜뉴스]
"등기접수 먼저 했다고..." 기존 경영진 내몰린 기

최근 KH그룹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공격을 받아온 대양금속은 지난 10월 30일 임시주총을 통해 KH측의 특수목적법인인 비비원조합이 제안한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고 10월 31일 공시했다.

이로써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치열한 지분매입 경쟁에서 기존 경영진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짜릿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일장춘몽이었다.

KH 측이 기존 경영진의 임시주총은 불법이라며 같은 날 별도의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기존 임원진을 전원 해임하고 자신들의 임원들을 선임하는 안건들을 가결시켰다. 그리고 지난 6일 충남 예산 등기소에 신청한 것이 받아들여졌다.

등기가 이뤄진 후 곧바로 KH그룹은 대양금속 충남 예산본사와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 각각 7~8명의 인력을 투입해 회사 ‘접수’에 나섰다. 대양금속 직원들은 갑작스러운 외부인들의 난입과 공시와 정반대되는 결과에 큰 충격에 빠졌다. 익명을 요구한 대양금속 관계자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건지 알 수가 없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양금속 경영권 분쟁을 사태로 선행등기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가 화두로 떠올랐다.

선행등기란 먼저 등기를 신청한 서류를 우선적으로 접수한다는 등기소 행정방식이다. 분쟁의 시작은 지난 10월 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존 경영진과 KH그룹 측은 서로 다른 임시 주주총회 결과를 이날 각각 예산 등기소에 신청했다. 예산 등기소는 등기관은 양측 등기 신청인들에게 기존 등기를 동시에 취하하고 서류를 보완해 동시에 새로운 등기신청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동일한 안건으로 상이한 결과가 접수되자 판단이 어렵게 된 등기관 입장으로서는 당연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양측 등기신청인들은 31일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만나 등기관에게 서류를 동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예산 등기소는 11월 6일 또 다시 양측 등기 신청을 각하했다.

예산 등기소 측은 ‘동일한 주주총회를 두고 양측의 판단이 완전히 상이하므로 형식적 심사권을 가진 등기관으로서는 어느 쪽이 적법한 것인 판단할 수 없다’고 각하사유를 설명했다.

논란의 핵심은 KH그룹에 대한 각하는 11월 6일 오후 5시55분경이고 기존 경영진에 대한 각하는 오후 6시 이후라는 점이다. 통상 등기접수는 오후 6시 이후 불가능하기 때문에 KH측은 6일 당일 재 등기 접수가 가능했던 반면 기존 경영진은 하루 늦은 7일 접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충남 등기소는 KH그룹의 등기가 선행 접수된 사유를 근거로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등기관이 계속 양측 등기를 각하하면서 중립적인 입장을 보여 왔는데 기습적으로 KH그룹 등기를 받아들인 점은 상시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서류 내용의 적법성은 검증하지 않고 제반서류만 먼저 제출하면 등기가 가능한 현행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5년 누리플랜이라는 회사의 경영권 탈취 사례도 유사한 경우다.

당시 경영진 몰래 단순 사업자가 가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주총 의사록, 이사회 의사록 등을 위조해 선행등기를 하고 기존 경영진을 몰아냈다.

기존 경영진들이 법적 대응을 통해 다시 경영권을 찾아왔으나 8개월의 지루한 법적공방을 벌이며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해 실적이 악화되고 회사의 신뢰도는 바닥까지 추락했다.

중소 중견기업 경영권 탈취를 노린 편법적인 세력들이 선행등기라는 행정공백을 파고드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대양금속의 경우 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예산등기소의 처리방식은 추후 다툼의 소지가 크다”고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등기소의 석연치 않은 최종 판단에 대양금속 기존 경영진은 대전지방법원을 상대로 이사직무정치 가처분, 예산 등기 1계에 대한 탄원서 및 이의신청 등을 제기한 상태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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