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시험 쳐야" vs "다시 치면 소송 낸다"...연세대 수시 절차 중단에 수험생 대혼란
교육부 "연세대가 대안 제시해야"
수험생 혼란 가중... 역차별 주장도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문제 유출 사건에서 피해 본 수험생들이 "시험 효력을 중지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다. 당장 합격자 발표 일정이 차질을 빚을 게 확실하고, 수험생들의 재시험 요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혼란 속에서도 별문제 없이 시험을 치렀던 학생들은 "재시험을 실시할 경우 법적 대응하겠다"며 반발하는 상태다.
법원 "시험 공정성 담보 안 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 전보성)는 15일 수험생 18명과 학부모 등 총 34명이 연세대를 상대로 낸 논술시험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수시 자연계 논술시험에 따른 후속 절차의 진행을 본안 1심 사건 선고 시까지 중지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문제 발생 후 감독위원들의 적절한 조치가 없었기 때문에, 수험생을 법적으로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모집 요강을 믿고 논술에 응시한 수험생들의 신뢰는 법적으로 보호돼야 한다"며 "이 사건은 근본적으로 감독위원들의 착오로 한 고사장에서만 문제지가 먼저 배부됐다가 회수된 것에서 시작됐고, 감독위원들은 문제지 회수 이후에도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시험의 공정성도 담보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시험의 공정성은 모든 응시자가 사회 통념상 동일한 조건과 환경에서 시험을 치렀다는 전제에서만 담보될 수 있다"며 "명확한 정답이 존재하고 통상적으로 풀이에 투입한 시간에 비례해 정답을 맞힐 가능성이 높은 수학 문제라는 특성을 고려할 때, 일부 응시자가 문제지를 접한 상태에서 시험을 쳤다면 정보가 사소하더라도 시험의 공정성은 담보될 수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수험생들을 대리한 김정선 변호사는 "이 사건 시험이 공정하지 못했음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수험생 측이 예비적 청구 취지로 올린 '재시험 이행'에 대해서는 별도 판단을 하지 않았다. 재시험만이 공정성을 해소할 방법은 아니라고 보이고, 재시험 외에 다른 방안이 가능하다면 대학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소송에 참여한 논술시험 응시생 A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원 판단을 존중하고 본안소송이 남아있는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입장"이라며 "연세대가 재시험을 실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날 법원 결정 이후 "연세대가 올해 입시 일정에 미치는 영향이 없도록 법원의 결정 취지에 부합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교육부는 연세대가 적법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전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도·감독하겠다"고 입장문을 냈다. 이번 연세대 사례처럼 합격자 발표가 중지된 전례는 없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합격자 발표 중지되면 어떻게 되나
이번 법원 결정에 따라 다음 달 13일로 예정된 수시 논술시험 합격자 발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측은 그간 재시험 불가 방침을 내세웠다. 연세대 측은 본안소송 담당 재판부에 "다른 대학들과 연계된 입시 일정상 재시험을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만일 1심 재판부가 수험생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학교 측이 항소할 경우 즉각적인 재시험이 이뤄질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A씨는 "12월 초에 논술시험을 진행하는 학교들도 있는데 연세대라고 못 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연세대에 응시한 수험생들의 혼란은 불가피해졌다. 시험을 잘 본 학생들이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수험생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연세대 논술시험 재시험 반대' 입장문이 게시되기도 했다. 작성자는 "감독관들이 전자기기를 회수했음에도 몰래 숨겨 부정을 저지른 행위는 개인적 일탈의 문제"라며 "논술고사를 정상적으로 치른 대다수 수험생에게 재시험이라는 역차별을 가하면, 이를 반대하는 수험생들이 연대해 '재시험 금지 가처분 신청'을 진행하겠다"고 주장했다.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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