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재명 감방가자” “판사가 미쳤다”…‘李 징역형’ 유죄 선고에 두쪽 난 서초동
‘보수‧진보’ 지지자 1500여 명 서초동 집결 시위…선고 후 상호비방 충돌하기도
李 배웅 위해 모인 민주 의원 70여 명 ‘당혹’…“선고 결과에 생각할 시간 필요해”
(시사저널=강윤서‧변문우 기자)
"이재명 축하한다, 이제 감방 다녀오자(보수 지지자들)" "이게 말이 되냐, 이재명은 무죄다(진보 지지자들)" 15일 오후 2시40분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공판에서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징역형을 선고받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현장은 지지자들 간 충돌로 아수라장이 됐다. 이 대표를 응원하기 위해 현장에 온 민주당 의원들은 선고 결과에 고개를 떨어트리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표는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대표의 유죄를 선고하며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경우 민의가 왜곡되고 훼손될 수 있다. 죄책과 범죄가 상당히 무겁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선고 직후 한참동안 재판부 쪽을 바라보다 고개를 살짝 떨궜으며, 법정에서는 얕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재명 무죄" "이재명 구속"…둘로 나뉜 '사법 중심지'
이날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현장 일대는 선고 결과가 나오기 몇 시간 전부터 보수단체들과 민주당 지지자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각각 파란색과 붉은색·노란색 옷, 모자, 조끼로 무장한 뒤 주먹을 쥐고 사회자 구호에 맞춰 각각 "이재명 무죄"와 "이재명 구속"을 외쳤다. 경찰 추산에 따르면 이날 현장엔 진보 진영에서 1000여 명, 보수 진영에서 500여 명이 집결했다.
서울중앙지검 인근에 위치한 서초역 7번 출구 앞은 푸른색 피켓을 든 지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대표적 친명(親이재명)계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대법원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반포대로에 모여, 법원과 검찰을 향해 "정치 검찰 해체", "이재명 무죄"을 연신 외쳤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선 "특검법 수용하라" "김건희부터 구속하라" "내로남불 억지기소 정치검찰 특검하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같은 시각 약 500미터 떨어진 옆 대로에선 정반대의 광경이 펼쳐졌다.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결해 "이재명 감방(감옥) 가자"를 외쳤다. 이들은 성조기를 쥐고 태극기를 휘날리면서 "이재명 구속하라"고 고성을 질렀다. 자유통일당 회원인 60대 이아무개씨는 "인간적으로 죄를 지었으면 법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50대 남성 김성호씨(가명)도 "범죄자를 한 번 방관하면 답이 없다"면서 "법의 양심에 따라 감옥 갈 건 가야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2시40분경 이 대표 사건의 1심 선고 결과가 나오자, 서울중앙지법에서 대기하던 민주당 지지자 측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재명'이 적힌 파란 옷과 '탄핵' 문구가 적힌 굿즈를 착용한 지지자들은 울먹이며 "이게 말이 되냐" "이재명은 무죄"라고 외쳤다. 다른 지지자들은 "사법부와 정치 검찰을 탄핵하라" "판사가 미쳤다" "김건희 특검 받아라, 특검 거부하면 대통령 탄핵이다" "김건희를 구속하라. 끝까지 가자. 이재명 대표는 힘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보수 지지자들은 '사필귀정'이라며 환호하는 분위기였다. '국민의힘'이 적힌 빨간 모자를 쓴 한 유튜버는 "이재명 축하한다. 대한민국 만세!" "감방가자. 같이 만세하자. 감옥에 갔다오면 된다. 나라 안 망한다"고 외쳤다. 일부 지지자들은 법원 건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민주당 지지자들을 비꼬기도 했다. 이에 각 진영은 서로 "닥쳐라" "매국노"라며 욕설 섞인 비방전을 펼치기도 했다.
"예상 외로 너무…" 선고 결과에 말 잇지 못한 민주당
이날 현장에 모인 70명가량의 민주당 의원들도 선고 결과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선고 전만 해도 '이 대표가 유죄 나올 일은 없다'고 자신하며 이 대표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일부 의원들은 선고 직전 시사저널과 만나 "이것이 유죄가 되기 시작하면 우리나라에서 선거를 할 수가 없다" "법률적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지만 과연 이런 부분으로는 유죄가 나올 수 없다는 게 상식적 판단"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선고 결과가 나오자, 의원들은 대부분 어두운 표정으로 말없이 법원 밖으로 걸어 나왔다. 시사저널과 만난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의원들은 '선고 결과를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고개만 저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의 징역형 선고 결과에 대해 "글쎄, 예상 외로 너무…(큰 결과가 나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다른 의원도 "(선고 결과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법원 밖으로 나온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일부 의원들을 모아놓고 얘기를 나눴다. 선고 결과에 어떻게 대응할지 당 차원의 방책을 짧게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의원은 시사저널에 "앞으로 당 지도부가 논의해서 향후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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