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학생 겁박"…난장판 된 동덕여대, '54억' 피해금은 누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동덕 100주년 기념관 앞에서 학생들이 남녀공학 전환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동덕여자대학교 학생들이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반발해 학교 점거에 나선 가운데, 대학 측은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 금액이 최대 54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15일 동덕여대는 홈페이지에 '학내 사태로 인한 피해 금액 현황'이라는 제목의 공지사항을 게재했다.

대학 측은 "언론 요청에 따라 피해 금액 현황을 알려드린다"며 "이 피해 금액은 추정액으로,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할 순 없어 외부 업체를 통해 추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피해 추정액은 최소 24억4000여만원에서 최대 54억4000여만원이다.

항목별로 보면 △취업박람회 자재 손상경비 7586만원 △취업박람회 10개 참여업체 피해보상 2억5851만원 △건물 보수 및 청소 비용 20억~50억원 △입시 추가 경비 1억200만원 등이다.

/사진=동덕여대 홈페이지 공지사항 갈무리

피해 금액에 대해 학교 측은 "(학생을 상대로) 법적으로 소송하는 방침은 아직까지 논의되거나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동덕여대는 이날 올린 추가 공지를 통해 "이런 상황으로 피해 보는 학생들께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대학 당국은 학내 질서 회복과 학습권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많은 피해가 속출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구제를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혹시 신변 보호가 필요하거나 학습권 침해받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피해 사례를 접수해 달라"고 덧붙였다.

15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정문에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반대하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걸린 모습. /사진=뉴스1

점거 농성을 주도하는 동덕여대 총학생회(총학)도 이날 입장을 밝혔다. 총학 측은 "전날(14일) 오후 총학은 대학본부로부터 3억3000만원에 달하는 피해보상 청구 문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본부는 농성과 점거를 해제하기 위해, 학생들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금전적 문제를 들어 겁박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부연했다.

총학은 "혼란한 학내 상황 속에서 학생들과 가장 먼저 소통해야 할 대학본부가 면담에는 응하지 않고, 돈으로 학생을 겁박하는 태도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대학본부는 피해보상 청구를 철회하고 공개석상에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덕여대 학생들의 시위는 지난 11일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학교 측이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 중이란 사실이 알려진 뒤부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은 "지성인으로서 대화와 토론의 장이 마련돼야 하는 대학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 중인 것을 매우 비통하게 생각한다"며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채태병 기자 ctb@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