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페이스’ 송승헌, 또 한번 파격 전라 노출 “현실에서 못할 일탈”[인터뷰]
“오랜만에 언론 시사회도 하고 관객분들 만나서 너무 좋아요. 관객들을 직접 만나면서 영화를 공개하는 그 날이 기다려져요. 코로나를 겪으면서 한국 영화 시장이 침체기를 겪고 있고 아쉬운 점이 많은데 오랜만에 관객분들 만나서 좋았어요.”
배우 송승헌이 ‘인간중독’ 이후 다시 한 번 김대우 감독과 재회했다. 새 청불 영화 ‘히든페이스’를 통해 이번에도 파격적인 전라 노출로 강렬하게 돌아온다.
송승헌은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영화 ‘히든페이스’(김대우 감독) 관련 인터뷰를 가졌다.
‘히든페이스’는 약혼녀 ‘수연’(조여정)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색(色)다른 밀실 스릴러.
송승헌은 ‘인간중독’(2014) 이후 10년 만에 김 감독과 신작을 선보이게 됐다. 그는 김 감독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면서 “이번에 감독님과 오랜만에 함께하는 것도 좋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줄곧 멋지고 정의롭고 바른 캐릭터를 연기해오던 송승헌은 김대우 감독의 ‘인간중독’(2014)에서 그간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인 불륜남 역에 도전했다. 부하의 아내와 사랑에 빠지는 군인 역을 맡으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것.
송승헌 역시 “김 감독님 전작들을 재밌게 봐온 사람이다. 젊었을 때 송승헌은 멋지고 사랑하는 여자가 있고 정의롭고 바른 이미지였는데 ‘인간중독’은 금기된 사랑 안에서 부하의 와이프를 사랑하게 되는 불륜남 역할을 했다. 이후에 제가 캐릭터를 고를 때 (폭이) 훨씬 넓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인간중독’은 사회 관습에 반하는 행동”이라며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권태로운 결혼 생활 중 임지연 씨를 만나면서 첫사랑을 만난 것처럼 연기했던 것 같다. 사회적인 시선에서 보면 분명히 안 되는 건데 ‘이 여자가 왜 지금 나타났지?’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이번에 성진은 좀 더 복잡한 욕망, 현실과 타협하려는 역할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번 ‘히든페이스’에서 송승헌은 극 중 오케스트라 지휘자 성진 역을 맡았다. 성진은 하루아침에 결혼을 앞둔 애인 수연이 영상 편지만 남기고 갑자기 사라져 혼란스럽지만 수연을 대신해 오케스트라에 합류한 첼리스트 미주에게 본능적으로 끌리게 된다. 결국 약혼녀 수연이 잠적한 후 그의 후배 미주와 바람을 피우며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게 된다.
송승헌은 “성진 같은 역할은 현실에서 해볼 수 없는, 하면 안 되는 일탈”이라며 “그런 걸 연기해보는 것도 연기자의 매력이고 재미인 것 같다. 작품이지만 일탈을 해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라면서 웃었다.
그러면서도 “감독님께 내내 ‘얘(성진) 너무 별로다’라고 말했다. 사회에서 별로 안 만나고 싶은 사람이랄까.(웃음) 뭔가 의뭉스럽고 욕망은 있는데 아닌 척하고. 하지만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솔직한 내면을 가진 남자라서 연기하기엔 재밌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또 “(감독님이) 성진이라는 캐릭터는 끝까지 참고 눌러주라는 요구를 많이 하셨다. 사무장과 싸우는 신, 애인 사이에서 화낼 수 있는 상황에서도 감독님은 ‘그래도 성진이는 감정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하셨다. 나중에는 (밀실에) 갇혀있는 미주를 두고 아내랑 멀쩡히 돌아다니지 않냐. 셋 다 정상적이지 않다”며 혀를 내둘렀다.
‘인간중독’(2014)과 이번 ‘히든페이스’로 함께 베드신을 작업한 임지연, 박지현의 공통점도 언급했다.
“둘 다 신인이었고 되게 말도 없고 조용하고 낯을 가렸어요. 그런데 촬영 들어가면 돌변하는 스타일이었어요. 촬영 들어가면 독하게 연기하더라고요.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도 되게 잘하겠다’는 느낌을 받았죠. 그런 점이 둘이 비슷했던 것 같아요.”
오케스트라 지휘 연기는 어땠을까. 송승헌은 “감독님이 최대한 지휘자처럼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기 때문에 지휘를 배웠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클래식을 평소에 듣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감독님은 평소에 클래식을 들으시더라. 저는 지휘를 했어야 해서 그 음악들을 다 알아야 했다. 지휘를 쉽게 생각했는데 촬영 때 해보니 제가 지휘를 해야 그 음악이 시작되더라”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케스트라 연주자 분들을 매번 모셔올 수 없으니까 일대일로 연습하다가 리허설 할 때 와주셨는데 제가 지휘를 안 하면 그 음악이 안 나오더라. 제가 촬영하면서 느려지면 음악이 같이 다운되고, 손짓 하나에 악기 소리가 달라지는 게 부담도 되고 책임감도 느끼고 긴장하며 했다. 촬영 내내 슈베르트 음악을 많이 들었다. 3~4개월 동안 클래식을 많이 들으면서 촬영했다”고 말했다.
‘히든페이스’는 성진과 미주의 정사 장면을 수연이 집안 밀실에서 모두 지켜보고 있다는 설정이 파격적이면서도 신선하다. 송승헌은 ‘히든페이스’의 주제를 놓고 ‘인간의 본능과 이면’을 다뤘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갖고 있는 욕망이 있을 텐데 그걸 대놓고 드러내는 사람도 있고, 사회생활하면서 숨기고 사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감독님께서 각각의 다양한 인간의 욕망들을 밀실을 통해 얘기해 보고 싶어 하셨어요. 감독님과 톤 조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촬영 현장에서도 열 번, 스무 번 찍었는데 감독님이 원하는 톤이 있으셨나 봐요. 그걸 찾기까지 여러 번 촬영했어요.”
한편, ‘히든페이스’는 오는 20일 개봉한다. 청소년관람불가.
김나연 온라인기자 letter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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