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 "못나고 찌질한 동재도 사랑받을 거라 믿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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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지방 카르텔을 때려 부순 거지? 이제 누가 대검을 노릴 수 있지? 모범 검사 서동재."
거대한 마약 사건의 결정적인 실마리를 알게 된 서동재(이준혁 분)는 혼자 사건을 해결하고 출세하는 행복한 미래를 상상해보며 이렇게 혼잣말한다.
'비밀의 숲'의 스핀오프(파생작)인 이 드라마에서 주연한 이준혁은 "서동재는 명백한 악당이지만, 인간적인 매력이 분명한 캐릭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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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누가 지방 카르텔을 때려 부순 거지? 이제 누가 대검을 노릴 수 있지? 모범 검사 서동재."
거대한 마약 사건의 결정적인 실마리를 알게 된 서동재(이준혁 분)는 혼자 사건을 해결하고 출세하는 행복한 미래를 상상해보며 이렇게 혼잣말한다. 권력욕과 야망이 가득한 빌런(악당)인데, 이상하게 미워할 수가 없다.
인기 드라마 '비밀의 숲' 속 신스틸러로 주목받았던 서동재가 이번에는 주인공으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최근 최종회를 공개한 티빙 시리즈 '좋거나 나쁜 동재'에서다. '비밀의 숲'의 스핀오프(파생작)인 이 드라마에서 주연한 이준혁은 "서동재는 명백한 악당이지만, 인간적인 매력이 분명한 캐릭터"라고 강조했다.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준혁은 "저희 드라마는 고수가 가득 들어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목표했던 마니아 시청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끌어낸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좋거나 나쁜 동재'는 '스폰서 검사'라는 과거의 부정이 낙인처럼 찍힌 탓에 앞날이 캄캄한 서동재가 검사로서의 촉과 기회주의자의 본능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준혁은 스핀오프 드라마가 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출연을 극구 반대했다고 한다.
그는 "제가 주인공이 된다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었고, 이미 잘 완성했던 캐릭터를 다시 끄집어내 연기한다는 게 큰 부담으로 느껴졌다. 사실 '과연 이걸 누가 좋아할까?'라는 생각이 더 컸다"고 털어놨다.
형·동생처럼 지내는 소속사 대표의 끈질긴 설득 끝에 결국 출연을 결심한 이준혁은 아이디어 회의부터 대본 수정까지 함께하며 캐릭터를 완성했다고 한다.
이준혁은 "'비밀의 숲'과 같은 색깔의 작품이었다면 못 했을 텐데, 장르 자체가 바뀌어서 신선한 매력을 느꼈다"며 "크리에이터로 참여해준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님이 동재가 놀 수 있는 판을 깔아주신 느낌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좋거나 나쁜 동재'의 큰 매력 중 하나는 코미디라고 생각했다"며 "동재는 리액션(반응)이 재미있는 캐릭터여서 그의 다양한 반응을 보여줄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상황을 펼쳐내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비리 검사 서동재에게 정의감이나 사명감 같은 것은 없다. 그의 목적은 오직 하나다. 대검찰청에 들어가서 출세하는 것.
학연도 지연도 없는지라 승진에 몇 번을 미끄러졌는데, 환영받지 못하는 회식 자리에 굳이 쫓아 나가고, 부장 옆자리를 사수해가며 "승진해버리면 부장님 옆에 못 있잖아요. 전 내심 조마조마했습니다"라고 듣는 사람도 민망한 아부를 떤다.
이준혁은 "엎어지고, 구르고, 넘어지면서도 뻔뻔하게 버텨내는 동재의 모습이 찌질하면서도 웃기고, 인간적으로 그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재의 대사 중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다가 어느새 오늘'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대사가 특히 공감됐다. 저를 포함한 많은 분이 동재처럼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고 계실 텐데, 그런 지점에서 공감을 얻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의 로키와 비슷한 것 같아요. 로키는 우주를 멸망시키려던 악당인데, 사람들이 귀여워했잖아요. 못나고 찌질한 캐릭터도 공감받고,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었죠."
2007년 가수 타이푼의 뮤직비디오로 연예계에 데뷔한 이준혁은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 '비밀의 숲', '60일, 지정생존자', 영화 '신과 함께', '범죄도시3' 등에 출연했다.
그는 "항상 클리셰(상투적인 표현)를 비트는 캐릭터에 관심이 많았다"며 "동재도 설정만 놓고 보면 비호감이지만, 보다 보면 매력이 있다는 반전 덕에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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