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중국의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도망자' 신세였다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4. 11. 1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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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첫 노벨 문학상은 가오싱젠이었다.

정작 중국은 가오싱젠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비판했다.

가오싱젠이 중국과 대립한 건 1981년 발표한 '현대소설 기교의 탐색'이란 책 때문이었다.

1989년 프랑스로 망명한 가오싱젠이 약 10년 뒤 노벨 문학상을 받았으니 중국은 그를 수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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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도망쳐야 한다"고 그가 부르짖었던 이유는

중국의 첫 노벨 문학상은 가오싱젠이었다. 수상 연도는 2000년. '뉴 밀레니엄'의 첫 번째 해였으니 상징성도 컸다.

정작 중국은 가오싱젠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비판했다. 그가 공산당과 대립한 '문제적' 인물이었던 데다 1989년 톈안먼 사태 직후 중국을 맹비난하며 프랑스로 망명한 '조국의 반역자'였기 때문이었다.

스웨덴 한림원이 들으라는 듯 중국은 이렇게 비꼬았다.

"가오싱젠은 프랑스인이다. 중국엔 가오싱젠보다 뛰어난 수백 명의 작가가 있다."

가오싱젠의 '창작에 대하여'는 그의 문학세계를 아우르는 명문으로 가득한 책이다. "경애하는 국왕 폐하(스웨덴 국왕)"로 시작하는 노벨 문학상 수상 소감부터 노벨 문학상 강연 원고(제목 '문학의 이유'), 작가가 자신을 '너'로 부르며 쓴 자서전 형식의 글 그리고 인터뷰 대담집까지 한 권으로 꿰매져 있다.

읽기에 어려워 보이지만 첫 페이지를 펼치면 문학의 정신, 예술의 정신이 책을 펼친 방의 공기를 가득 채운다.

가오싱젠의 문학을 설명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도망'이다.

책에 따르면 문학은 개인의 목소리다. 언어는 "인류 문명의 최고 결정체"이고, 문학은 "자기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가오싱젠은 힘주어 말한다.

하지만 자유를 원하는 일은 쉽지 않다. 현실은 문학의 숨통을 자주 끊는다. 문학을 체제를 떠받치는 기둥 취급하기 때문이다.

가오싱젠은 이 지점에서 작가가 현실에 침묵한다면 그건 '자살'과 마찬가지이므로 진정한 작가는 '도망'을 쳐야 한다고 본다.

"진정 사상의 자유를 원한다면 작가는 침묵하기보다 도망을 가야 한다. 언어를 다루는 작가가 너무 오래 말이 없다면 그것은 자살한 것과 마찬가지다. 자살과 압제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살고 싶다면, 작가는 반드시 도망을 가야 한다."

프랑스로 망명한 그의 삶 역시 도망자 신세였다.

가오싱젠이 중국과 대립한 건 1981년 발표한 '현대소설 기교의 탐색'이란 책 때문이었다. 그때만 해도 중국 문학은 체제에 복종하는 하나의 도구와 수단에 가까웠다(리얼리즘).

그러나 가오싱젠은 예술 창작의 개인성에 주목했고 "예술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다"고 부르짖었다(모더니즘). 리얼리즘을 앞서는 모더니즘이란 생각은 논쟁을 촉발했지만 그의 견해는 확고했다. 1989년 프랑스로 망명한 가오싱젠이 약 10년 뒤 노벨 문학상을 받았으니 중국은 그를 수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문학이 사회를 바꾼다는 주장과 예술가의 심미적 행위라는 반론은 항상 대립했다. 중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또 유럽에서도 문학은 저 둘을 오가는 과정을 오가며 생성되는 기록들이었다.

저 무형의 흔적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우리가 읽는 '책'이 된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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