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무죄 주장 패착"…이재명 1심 유죄 판단 결정적 이유는
法, 김문기·백현동 발언 허위·고의성 인정
법조계 "형 가중 사유 多 감경 사유 無 영향"
[이데일리 백주아 최오현 기자] 대선후보 시절 방송에서 허위 사실을 발언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경우 민의가 왜곡되고 훼손될 수 있다”며 “피고인을 향해 제기된 의혹이 국민의 관심사인 상황에서 방송 매체를 이용해 파급력과 전파력이 컸다”고 지적했다. 선거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하지만 허위사실 공표로 인해 잘못된 정보를 수집해 민의가 왜곡될 수 있는 만큼 죄책이 무겁다는 판단이다.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일관적으로 부인해온 이 대표가 첫 ‘사법리스크’ 시험대에서 유죄를 선고받게 된 결정적인 지점은 발언의 고의성 인정에 있다.
이 대표에게 적용된 공직선거법 제250조는 ‘당선될 목적으로 연설·방송 등 방법으로 출생지·가족관계·직업·경력·재산·행위 등에 관해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선 재판부는 2021년 12월 22일 이 대표가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 실무자인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관련해 “국민의 힘에서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 공개했던데 조작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허위로 판단했다. 이 대표는 김씨와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재판부는 “김문기는 대장동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해 성남도시개발공사 내 핵심 실무책임자였고 피고인의 발언과 같이 경기도지사이던 피고인에게 재판과 관련된 도움을 주었을 뿐 아니라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한 피고인의 대응에 관여하고 사망 전까지 관련 수사를 받아왔는 바 피고인이 이 사건 골프 발언을 하기까지 기억을 환기할 기회나 시간은 충분했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앞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던 김 전 처장은 돌연 목숨을 끊었다. 검찰은 문제 발언이 나온 인터뷰가 김 전 처장이 사망한 채 발견된 뒤 이뤄진 만큼 이 대표가 대장동 의혹과 거리를 두기 위해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고 봤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는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가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저희가 응할 수밖에 없었다”,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한 바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나 성남시 담당 공무원들이 국토부 공무원들로부터 이 사건 의무조항에 근거해 용도지역 변경을 해주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을 당했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은 국정감사에서 국감 목적과 무관한 발언을 했고 그 발언은 당선 목적의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한다”고 설시했다.
전문가들 “범행 부인, 전부 무죄 주장한 게 패착”
법조계에서는 중형이 선고된 결정적 이유로 양형에 있어 이 대표 측에 불리한 사정이 많았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사람을 ‘안다’와 ‘모른다’는 것은 객관적인 기준으로 설정할 수 없기에 증명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범행 일체를 부인해왔는데,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대표변호사는 “양형 관련해 당선될 목적으로 선거에 임박한 중대한 시기 허위사실 공표를 했다는 점, 방송 매체를 통한 전파력이 컸다는 점, 동종 범행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는 점 등을 따지면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가중 사유는 차고 넘친다”며 “반면 일관적으로 무죄를 주장하고 있었던 만큼 감경 사유가 없어서 의원직 상실형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훈 법무법인 에이시스 대표변호사는 “유사 사례들을 비교 검토해보면 제출된 증거 등을 기반으로 재판부가 공소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 유무, 전파성의 정도 등이 양형과 관련해 형량에 크게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백주아 (juabae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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