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2기, 삼성·SK '脫중국' 시기 도래…글로벌전략 재편해야
中공장 생산성 비교…언제까지 가동할지 따져야
10조들인 SK하이닉스 다롄공장 가동한지 불과 2년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에 성공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중국 종장을 두는 것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탈(脫)중국에 대한 시점 판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VEU는 미국 상무부가 사전에 승인한 기업에 한해 지정된 품목을 수출해도 된다는 일종의 포괄적 허가를 뜻한다. VEU에 지정되면 건별로 허가를 받을 필요 없어 수출 통제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트럼프 2기가 들어서는 내년 1월20일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압박 조치를 강하게 펼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집권 초기에 빠른 속도로 수출 통제를 비롯한 광범위한 중국 통제 정책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상당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쑤저우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중국 시안 1·2공장에서 전체 낸드플래시 물량의 약 28%를 생산한다. SK하이닉스(000660)는 우시 D램 공장, 충칭 후공정 공장,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낸드플래시 공장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만드는 D램의 약 40%, 낸드플래시의 약 30%를 중국 우시·다롄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VEU 지위를 건드리게 되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구위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은 VEU 지위를 가지고 있다. 수출 통제에 살짝 비켜나 있다”며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VEU 지위를 변경하게 되면 매번 수출 허가를 신청해야 하고, 이에 따른 수출 허가가 100% 난다는 보장도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D램이나 낸드플래시 모두 세대가 올라갈수록, 즉 첨단공정일수록 중국 공장에서 생산이 어려워진다. D램이나 낸드플래시 모두 첨단 공정에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필요하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EUV 공정을 진행할 때 중국 공장에서 한국으로 제품을 실어 와서 공정을 한 이후 다시 중국 공장으로 옮기는 식으로 D램을 생산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도 500단 이상에서는 첨단 장비 공정이 필요하다.
결국 중국 공장을 운영하고 비용 절감을 하는 의미가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국내 공장과 중국 공장 생산성을 비교했을 때 수출 통제 절차로 인해 중국 공장 생산성이 더 낮아지는 결과가 초래된다.
특히 SK하이닉스 다롄공장은 인텔로부터 공장을 인수해 가동한 지 불과 약 2년이 흘렀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20년 인텔의 다롄 공장을 90억 달러를 들여 인수하기로 했다. 2021년 말 70억 달러의 인수 대금을 냈고, 나머지 20억 달러를 내년 3월까지 인텔에 내야 한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연구·개발(R&D)과 다롄 팹 운영 인력을 비롯한 유·무형자산을 이전 받을 예정이다. 내년 3월에 인수계약은 최종 마무리된다.
김 부연구위원은 “SK하이닉스 다롄 공장은 수출 통제 직전에 인수해, 다롄 공장을 가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세대가 올라갈수록 메모리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수출 통제 탓에 EUV 장비 반입이 어려워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해 비용을 절감하는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D램이나 낸드플래시 모두 세대가 올라갈수록 생산성 측면에서도 중국 공장을 언제까지 운영할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소연 (sy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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