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전 직원 기자 발령…신문사 매각 ‘꼼수’ 부렸나

최성진 기자 2024. 11. 1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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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이 최근 임원을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기자 발령을 내 노조가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신문사 매각을 추진하는 현 경영진이 기자 수를 실제보다 부풀릴 목적으로 취재·보도 업무와 무관한 업무직 직원까지 끌어와 기자로 인사를 냈다는 것이 노조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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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34명 중 본부장 뺀 33명이 ‘기자’
노조 “기자판 ‘야너두’…정신 나간 인사”
스포츠서울 누리집 갈무리

스포츠서울이 최근 임원을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기자 발령을 내 노조가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신문사 매각을 추진하는 현 경영진이 기자 수를 실제보다 부풀릴 목적으로 취재·보도 업무와 무관한 업무직 직원까지 끌어와 기자로 인사를 냈다는 것이 노조의 판단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스포츠서울지부는 15일 성명을 내고 “기자판 ‘야너두’(야, 너도 기자할 수 있어)인가. 임원 제외 전 직원 기자발령!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린가 싶은 일이 창간 39년을 맞는 스포츠서울에서 벌어졌다. 가짜뉴스가 아니고 진짜”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스포츠서울은 지난 12일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인사(11월1일 자)를 냈는데, 그중 미디어본부장 겸 마케팅국장으로 발령난 염아무개씨를 제외한 나머지 33명 전원이 기자로 발령받았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에서는 애초부터 편집국 소속으로 취재·편집 업무를 맡던 기자는 물론 편집국 ‘행정담당’ 및 ‘전산담당’ 직원, 마케팅국 사업팀과 마케팅팀 등에서 업무직으로 일하던 직원까지 실제 고유 업무와 무관하게 ‘기자’ 직책을 부여받았다. ‘○○○ 기자(관리담당)’ ‘△△△ 기자(전산담당)’ 이런 식으로 인사가 난 것이다. 그 결과 스포츠서울의 기자 규모는 하루 사이에 기존 19명에서 33명으로 늘었다.

노조는 회사 쪽의 이런 무리한 인사가 신문사 매각을 염두에 둔 경영진의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스포츠서울은 지난 5월 초 회사를 물적 분할하겠다고 공시한 뒤, 7월 말 기존 인력의 3분의 1가량인 18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구성원에게 통보한 바 있다. 물적 분할 추진 당시에도 스포츠서울 안팎에서는 경영진이 이를 빌미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이를 통해 신문사 매각의 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이라는 의심이 끊이지 않았다. 9월 말 실제로 단행된 정리해고에서는 기자 8명과 업무직 3명 등 총 11명이 대상자가 됐다.

다만 큰폭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자 수가 급격히 줄자, 회사 쪽이 이번 인사를 통해 ‘기자 수 부풀리기’를 시도했다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스포츠서울지부는 이번 인사 배경을 두고 성명에서 “이같이 황당한 일은 2020년 5월 스포츠서울을 인수한 김상혁 서울STV 회장의 진두지휘하에 벌어졌다. 김 회장은 최근 들어 운용자금이 모자라자 스포츠서울 매각에 혈안이 됐다”며 “잘 익고 실한 물건들은 무게가 나간다며 11명을 정리해고로 솎아냈고, 물건이 너무 줄었다 싶으니까 에라 모르겠다 배추도 당근도 다 ‘사과’라고 속여 팔겠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업무직에서 돌연 기자로 겸직 발령을 받은 이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업무직 직원 ㄱ씨는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번 인사를 앞두고 이렇게 기자로 겸직 발령이 날 것이라거나 그 배경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며 “기자로 발령받기는 했으나, 어떤 업무를 추가로 맡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정작 들은 바가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회사 쪽은 이번 인사가 구조조정에 따른 ‘고육지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 쪽 관계자는 “물적 분할 이후 기자 수가 부족해졌으나, 당장 신규 채용을 진행할 형편이 되지 않는 게 지금의 회사 현실”이라며 “외부에서 볼 때는 조금 낯설 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으나 회사 상황에 따라 다른 업무를 맡던 직원이 기사를 써야 하는 상황이 찾아올 수도, 기자로 일하는 직원이 광고·마케팅 등 다른 업무를 수행해야 할 수도 있는데 그게 너무 가로막혀 있어서 이렇게 인사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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