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논술 무효' 가처분 인용…"자발적 시정 기대 어려워"(종합2보)

임철휘 기자 2024. 11. 1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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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안 판결 선고 시까지 후속 절차 진행 중지"
"재시험·정시 이월은 다른 사건…판단 않는다"
"연세대에 관리·감독 미흡 감독관 책임 있어"
"연세대 완강한 입장도 후속 절차 중지 이유"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연세대 재시험 소송' 후원자 중 한 명인 정모씨가 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4.11.04.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임철휘 이태성 기자 = 법원이 2025년도 연세대학교의 자연계열 수시 논술시험의 효력을 정지했다. 이에 따라 논술시험 무효확인 소송의 판결 선고가 나올 때까지 연세대의 합격자 발표는 중지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재시험 이행'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고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수석부장판사 전보성)는 이날 "2025학년도 연세대학교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에 따른 후속 절차의 진행을 논술시험 재이행 청구 사건의 판결 선고 시까지 중지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논술시험의 공정성이 중대하게 훼손돼 이 사건 논술전형 절차의 공정한 진행에 대한 수험생 측의 정당한 신뢰나 기대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험의 공정성 훼손 여부에 대해 "논술 전형의 평가요소와 반영비율은 논술시험 100%로 사실상 오로지 논술시험 성적에 의해 합격 여부가 결정되므로 이 사건 논술전형에서 요구되는 공정성은 '논술시험 절차의 공정성'에 따라 절대적으로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명확한 정답이 존재하고 통상적으로 풀이에 투입하는 시간에 비례해 정답을 맞힐 가능성이 높은 수학 문제라는 시험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일부 응시자들만 미리 문제지를 접하는 등으로 시험 문제에 관한 사전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시험을 치렀다면 그 자체로 시험의 공정성은 담보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시험지가 조기 배부된 고사장 감독관들이 문제지를 회수한 뒤에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시험 문제가 외부로 유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시간 동안 72고사장 수험생에게는 일시적으로 배부됐던 문제지를 통해 얻은 정보를 활용해 시험에 대비할 기회가 제공됐다"며 "72고사장 수험생들을 통해 다른 고사장에 입실해 있던 수험생들에게도 시험 문제에 관한 여러 정보가 전달될 가능성이 발생하게 됐다"고 했다.

시험 시작 전에 문제를 보거나 문제를 외부 유출하는 것은 수험생들의 부정행위라는 연세대 측 주장에 대해서는 "감독관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은 연세대에 있으므로 결국 연세대의 과실로 부정행위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시험 공정성이 훼손된 원인이 온전히 일부 수험생들의 부정행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연세대가 논술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완강히 고수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연세대가 자발적으로 논술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된 문제를 시정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도 꼬집었다.

다만 재판부는 '재시험 이행'에 대해서는 "채권자들에게 인정되는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논술시험 재시행이라는 직접적인 이행청구권까지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재시험 외에 다른 방안이 가능하다면 대학의 자율성 측면에서 채무자(연세대)의 재량을 존중할 필요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후속 절차가 중지될 경우 그 모집 인원을 정시모집 인원으로 이월할 수 있는지 현 단계에서 분명하지 않다"며 "그 후속 절차가 재시험인지 아니면 정시모집으로의 이월인지는 별론으로 한다"고 했다.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더라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돼 수험생들의 손해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도 합격자 발표 중지의 근거로 적시됐다.

재판부는 "채권자들에게 인정되는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논술시험 재시행이라는 직접적인 이행청구권까지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재시험 외에 다른 방안이 가능하다면 대학의 자율성 측면에서 채무자(연세대)의 재량을 존중할 필요도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수험생 18명은 지난달 21일 연세대의 2025학년도 연세대 자연계열 수시 논술시험 무효확인 소송과 수시 논술시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연세대의 허술한 관리·감독 때문에 시험 문제에 관한 정보가 유출되는 등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실시한 논술시험 문제가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확산했다.

한 고사장 감독관이 착각해 시험 시작 1시간여 전에 문제지를 배부했다가 20여분 뒤 회수했는데, 온라인 커뮤니티에 시험 문제지로 추정되는 사진이 유포됐다는 것이다.

연세대는 논란이 확산하자 문제지를 촬영해 온라인에 게시한 수험생 등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고, 시험에 공정성이 훼손된 행위가 있었는지 전반적으로 조사해달라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가 사건을 수사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fe@newsis.com, victor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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