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출 이끈 車·반도체·컴퓨터…관세폭탄 노심초사

세종=최민경 기자 2024. 11. 1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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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 재무부가 한국을 다시 환율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경상수지 흑자 폭이 커진 탓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미 무역흑자국을 상대로 '관세 폭탄'을 예고한 상황에서 이는 우리 수출에 적신호가 될 수 있다.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에너지를 수입해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미국 재무부는 14일(현지시간) 발표한 '2024 하반기 환율보고서'에서 △한국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독일 등 7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미국교역촉진법상 △지난 1년간 대미 상품 및 서비스 무역흑자 150억달러 이상 △GDP(국내총생산) 3% 이상의 경상흑자 △12개월간 GDP 2% 이상 및 8개월 이상 미 달러화 순매수 등 3가지 조건 중 2가지 조건에 해당하면 '관찰대상국'이 된다. 한국은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조건이 기준을 넘었다.

관찰대상국은 당장 불이익이 없지만 트럼프 2기 정부가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큰 국가를 대상으로 압력을 넣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대만 △일본에 이어 8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번에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국가 목록과도 다수 겹친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역시 미국 비중이 가장 높다. 지난해 대미 경상수지 흑자는 자동차 수출 등이 크게 늘며 912억달러를 돌파,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2022년에 비해 689억7000만달러 늘어난 액수다. 올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대미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4% 증가한 951억1600만달러, 수입액은 5.1% 증가한 552억3100만달러로 집계됐다. 무역수지 흑자는 398억8500만달러다.

올해 1~9월 대미 수출 상위 10대 품목 중 수출증가율이 두 자리수 이상인 품목만 5개 이상이다. △자동차(+19.6%) △반도체(+147.5%) △컴퓨터(+170.1%) △일반기계(+117.7%) △합성수지(+32.3%) 등의 품목이다. 10대 품목 외에도 비누·치약·화장품 역시 61.9% 증가했다.

특히 대미 수출액 중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4.4%다. 올해 3분기까지 전체 자동차 수출액 529억518만달러 중 미국의 비중은 50%다.

트럼프는 미국 무역적자 원인으로 한국과 일본, 유럽, 멕시코, 캐나다산 자동차와 부품을 지목하는 등 관세를 예고했다.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무관세가 적용된 품목임에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5% 관세 부과를 시도한 바 있다.

이번에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세이프가드 등 무역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관세가 적용되면 현대차는 연간 수조원대의 수익이 감소할 수 있다.

정부는 미국이 무역적자를 내는 상위 7개국 중 한국의 투자·고용창출 규모가 가장 크다는 것, 한국기업의 미국 내 공장 신설에 따른 수출이 늘어난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으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확대해 무역수지 흑자를 줄이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수입품목은 원유와 천연가스다. 에너지는 트럼프 1기 정부 집권 당시에도 수입이 급격하게 늘었던 품목이기도 하다.

원유는 미국 수입품목 중 1위로 올해 1~9월 대미 수입액의 20.5%를 차지한다. 2016년 1억2624만달러 수준이었던 대미 원유 수입액은 트럼프 1기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들여와 지난해 123억1695만달러까지 늘었다. 전체 원유 수입액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0.23%에서 지난해 14.2%로 늘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2위다.

2016년 1078만달러였던 대미 천연가스 수입은 지난해 41억2336만달러로 늘었다. 지난해 천연가스 수입액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1.4%로 전체 국가 중 4위다.

특히 천연가스의 경우 대규모 장기계약이 연말에 종료되면서 가스공사가 미국산을 도입할 여지가 있다. 1990년대부터 이어온 카타르·오만과 연간 총 연간 898만t(톤) 규모의 장기계약이 올해 말 종료된다. 가스공사는 이 중 연간 400여만t은 3∼15년 기간의 단기·주기 계약으로 채울 예정이다.

특히 가스공사는 이르면 내년 초에 2028년부터 도입되는 장기계약 낙찰 업체를 선정할 예정인데 미국산 가스 공급업체도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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