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트럼피즘, 협상 테이블 위에 멀리건은 없다

오대양 2024. 11. 1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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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돌아왔다. 예상보다 많은 미국 유권자들이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그의 구호에 표를 던졌다. 철저히 자국 이익에 우선에 둔 대외 경제 정책, 트럼피즘(Trumpism)을 확대하라는 요구로 풀이된다.

미중 무역 전쟁 한복판에 선 우리 경제의 함수는 복잡해졌다. 최대 수출 시장이었던 중국과의 무역이 3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가운데, 대미 무역에서 활로를 찾던 참이다. 공급망 변화를 기회 삼아 흑자의 폭을 늘려가는 도중 2기 트럼프 체제라는 암초를 만난 꼴이다. 

무역 적자 해소는 트럼프 체제의 최우선 과제다. 미국의 8번째 무역적자국인 한국은 벌써부터 주요 타깃으로 거론된다. 더구나 반도체, 이차전지, 전기차 등 대미 무역의 주요 품목들은 세계 경제 패권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기존처럼 오랜 동맹 관계를 호소하는 정도로 트럼프라는 암초를 지나갈 수 없다.

△ 6일 서울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 선언을 지켜보는 시민들.

전문가들은 리더십의 시간이 왔다고 말한다. 테이블에 선 기업과 정부의 리더십에 따라 두 번째 트럼프 시대는 기회도, 위기도 될 수 있다. 관행에 의존하는 리더십은 테이블에서 꼼짝없이 더 많은 것을 내놓아야 한다. 무턱대고 선의를 보이는 것도 상대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만들 뿐이다. 테이블 위에서 필요한 건 상대를 견제하고 압박할 협상 카드다. 

윤석열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 통화 직후 골프채를 잡았다. 골프광 트럼프를 공략하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다. 앞서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펼친 '골프 외교'가 함께 거론되지만, 정작 트럼프가 일본에 내어 준 건 '브로맨스' 사진 몇 장과 립 서비스 정도였다. 1기 트럼프 체제는 임기 내내 무역 적자 문제로 일본을 압박했다. 국가 경제의 운명을 둔 협상에 '멀리건'(골프 경기 중 벌타 없이 추가 샷 기회를 주는 것)은 없다.

트럼프의 러브콜? '조선업 협력' 메시지의 진의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조선업 분야에 대한 양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리나라의 군함·선박 건조 능력을 높게 평가하며 선박 수출 및 유지 보수 분야에 대한 긴밀한 협력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과 시장은 미국 새 대통령의 메시지를 낭보로 받아들였다. 언론은 국내 조선업을 트럼프 트레이드 수혜 산업으로 평가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해군력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에 'SOS'를 쳤고, 조선업체들이 '훈풍', '트럼프 효과'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두 정상이 통화한 7일 국내 주식시장의 조선주들은 일제히 급등했다. 트럼프의 러브콜로 가장 주목을 받는 기업은 한화오션이다. 한화오션은 앞서 지난 6월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1억 달러에 인수했다. 최근 미국 해군 7함대 군수지원센터 싱가포르사무소가 발주한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2건을 연이어 따내는 등 양국의 조선산업 협력에 있어 선두에 있다. 

△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 역시 트럼프 당선인의 메시지를 기회로 받아들였다. 지난 10일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회복이 기대되는 종목으로 조선분야를 꼽았다. 대통령실은 14일 5박 8일 일정으로 떠나는 남미 순방 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과의 만남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환호는 이르다. 12분가량 이어진 두 정상 통화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협력의 범위를 넓게 잡았다. MRO를 넘어 선박 수출, 그리고 선박 건조까지 포함됐다. 각기 다른 이해관계와 과제를 안고 있는 문제다. 때문에 트럼프가 던진 협력이라는 말은 입체적으로 풀이된다. 선물이 아닌 노련한 협상가의 첫 포석으로 봐야 한다.

MRO의 경우, 미 해군 함정의 노후화에 따라 협력의 필요성이 커지는 분야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 시기 이미 일본과 이 문제에 대해 공식 협의한 바 있다. 남중국해의 중국 해군력을 견제하기 위해 수리 조선업이 발달한 동맹국들에 손을 벌린다는 계획이다. 

미국 정부의 연간 MRO 예산은 약 20조 원이다. 앞서 HD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이 시장을 염두에 두고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MRO 사업 수주가 미군과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는 크지만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HD중공업의 경우, MSRA 체결을 해놓고도 이번 MRO 사업에 응찰하지 않았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자체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미군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목적은 단순히 MRO 시장 하나를 공략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뛰어나지만, 여전히 조선 분야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곳은 미국이다. 

국내 조선업계가 전 세계 발주량의 80%를 독식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품목인 LNG 운반선조차 원천 기술은 미국에 있다. 육·해·공 방위 산업을 아우르겠다는 한화에게는 미국 시장이 반드시 필요한 교두보다. 선박·함정 건조 역량 강화와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미국, 미 해군과의 교류가 필수적이다.

△ 지난달 25일,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오른쪽)과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 스티븐 쾰러 제독(가운데)이 거제사업장에서 정비 중인 ‘월리 쉬라’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한화오션 보도자료

하지만 선박 수출과 건조 문제로 가면, 국내 조선업계의 성장 전략은 미국 현지 법과 부딪친다. 미국은 1920년 이래 존스 법(Jones Act)을 시행 중이다. 미국 내에서 건조되거나, 미국인이 소유하거나, 미국인이 선원인 배만 미국 내에서 운항을 할 수 있다는 법이다. 

법의 근간은 미국의 조선 산업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법은 미국 조선업의 쇠퇴를 가져왔다. 1980년대 미국의 자유무역 확대 기조에 따라 자국 조선업에 대한 보조금이 사라지면서 조선업에 대한 투자가 급감했다. 시설 노후화, 임금 상승, 부품 생태계 황폐화 등 문제로 미국의 조선업은 사실상 경쟁력을 잃은 상태다. 

여전히 소수의 군납 조선소가 남아 있지만, 전반적인 산업 침체로 발주된 함정조차 제때 인도가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미 해군은 전력 상 매년 2척 이상의 새 잠수함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실제 미국 조선소의 인도 실적은 연평균 1.2척에 그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의 해군력은 양적으로 중국에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노후화된 함선의 MRO 조차 동맹국에 손을 벌려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에 던진 첫 메시지가 조선업 협력인 이유다.

문제는 존스 법이 유지되는 한 국내 조선업체가 선박 건조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할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현재로선 국내에서 생산한 선박을 미국에 수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일각에선 존스 법 개정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잔존한 미국 현지 군납 조선소의 일감과 고용은 지역 경제와 직결되는 문제다. 함정 발주 물량을 조정하려는 미군의 시도조차 연방 하원 군사위원회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결국 트럼프가 말한 협력의 진의는 그가 일관되게 취하는 '온쇼어링(Onshoreing)' 전략과 닿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온쇼어링은 국내외 기업이 생산 시설을 자국 내에 짓도록 유치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외치는 트럼피즘의 핵심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미국 본토의 조선소에 투자하고, 황폐화된 산업 기반을 재건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미국 조선산업에 대한 국내 기업의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말한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한화오션과 같이 군수 산업에 대한 관심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매출 증대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거라고 보긴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미 쇠락한 미국 조선업 기반에서는 시설 투자를 한다고 해도 MRO 사업 수익조차 건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 한화오션이 지난 6월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Philly) 조선소. ⓒ 한화오션 보도자료

박 연구위원은 존스 법 개정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미국 조선소 노동자들은 전미 철강노조(USW) 소속으로, 이미 연방 상하원에 진출해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트럼프식 조선업 협력은 협박이 될 수도 있다. 기업은 시설 투자와 시장 개척의 리스크를, 우리 경제는 고용·투자의 기회비용 상실, 제조업 공동화를 강요받는 셈이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조선업 협력을 꺼낸 트럼프 당선인의 의도를 읽고 협상 카드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중요한 것은 미국이 원하는 것이 뭔지 우리가 정확히 알았다는 것"이라며 "국가 산업 전반을 놓고 이런 카드를 활용해 협상을 해야 하는데, 보조금 돈 얼마 받는다는 정도로 만족하는 정책 결정자들의 태도가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삼성의 약점을 물고 늘어질 하이에나"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연일 우리의 반도체 산업을 저격했다. 바이든 정부의 칩스 법(CHIPS Acts)을 '매우 나쁜 거래'라고 비판하며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축소를 예고했다. 관세를 높이면 반도체 기업들이 보조금 없이도 미국에 공장을 지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칩스 법은 미국의 반도체 산업 패권을 위해 바이든 정부가 2022년 제정한 법이다. 온쇼어링 전략의 일환으로, 자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5년간 총 527억 달러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현지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트럼프 정부 출범 이전에 이 보조금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의 위기론은 현재 진행형이다.  위기의 진앙지는 굴지의 재벌 삼성이다. 

점유율 세계 1위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중국의 추격을 받으면서 삼성의 '초격차' 구호가 위협받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 경쟁사들에 뒤처진 게 기정사실이 됐다. 대규모 투자로 국내외 파운드리(외부 업체가 설계한 반도체 제품을 위탁받아 생산·공급하는 공장) 시설을 늘리고 있지만, 이 분야 세계 1위의 대만 기업 TSMC와의 점유율 격차는 오히려 벌어지는 형국이다.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 사진. ⓒ 삼성전자 뉴스룸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보조금 축소와 관세 장벽은 업친 데 덥친 격 삼성의 경쟁력을 끌어내리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대한 무역 제재를 강화할 경우, 중국에 대한 삼성의 기존 투자까지 증발할 우려가 있다. 겹겹의 악재 앞에 선행 지표인 주가가 먼저 반응하고 있다. 한때 10만 원을 바라보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반 토막이 난 상황이다. 

박상인 교수는 트럼프 시대에서 삼성 반도체 사업의 대외 환경이 악화된 것은 맞지만, 위기의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고 지적했다. 관료화되고 비대한 조직을 이끌고 첨단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도태된 핀란드 기업 노키아의 전철을 삼성이 밟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삼성이 자사 D 램 생산 체계를 고수하느라 HBM 생산 전환 결정이 늦어진 것은 삼성전자 내부의 의사소통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그널"이라며, "과거 노키아가 자사 OS를 기반으로 앱스토어를 구동하려고 고집하다가 뒤늦게서야 다른 OS를 넣느라 경쟁에 뒤처졌던 사례를 연상시킨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최근 삼성전자 경영진이 위기설 타개를 위해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하겠다는 해법을 발표한 것을 두고 '우왕좌왕'이라고 평했다. "10여 년간 블루오션으로 보고 투자해온 파운드리 사업을 내팽개쳐두고 다시 레거시 반도체(D 램, 낸드 플래시)에 집중한다는 것은 메모리 출신 경영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라며 "결국 사업 부문별로 분사하고 각사에서 독립적인 경영을 할 수 있는 경영자가 배치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사업 부문별 분사는 삼성 스스로도 고민하고 있는 문제다. 삼성의 파운드리는 첨단 공정 부문에서 퀄컴, 엔디비아, 애플, 인텔 등 주요 고객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설계(팹리스)와 생산(파운드리) 등 반도체 관련 사업 영역 일체를 한 회사가 갖고 있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파운드리 고객사 입장에서는 자신의 설계 도면을 경쟁사인 삼성에 넘겨야 하는 꼴이다. 또 다른 IDM 경쟁사인 미국의 인텔은 앞서 파운드리 부문 분사를 결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삼성은 미국 현지의 파운드리 시설에 2030년까지 총 45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도 수주 부진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생산라인의 가동률이 절반 수준에 그치는 데다, 공사 중인 미국 현지 공장의 가동 시점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첨단 공정의 수율을 개선하는 기술적 문제 해결과 더불어, 파운드리 부문 분사와 같은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재용 회장은 지난달 해외 언론의 관련 질문에 '관심이 없다'라고 답했다. 

△ 지난달 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이 머뭇거리는 배경에는 결국 재벌체제의 모순이 있다. 이재용 회장이 직접 갖고 있는 삼성전자의 지분은 0.7%에 불과하다.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지분을 모두 합해도 15% 남짓이다.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파운드리 분사를 추진하기 위해선 수많은 주주들의 이해를 거스르는 합병·분할 절차가 불가피하다. 아직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후폭풍도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이다.

박 교수는 "분사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이재용 회장 아래에 있는 재벌 계열사라고 하면 어떠한 고객도 독립적인 회사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와 같은 협상가들은 한국 정부와 삼성의 약한 모습을 봤을 때 결국 하이에나처럼 물어뜯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회에서는 트럼프 체제가 불러올 반도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 특별법(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 특별법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보조금 지원과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이미 연간 40조 원의 영엽 이익을 거두고 있는 삼성전자에게 필요한 것은 세제 지원이 아니다"라며, "경쟁국인 대만은 이미 RE100 문제를 해결하고, 첨단 공정을 쓰는 반도체 공장이 해외에 지어질 수 없도록 강제하는 자국 기술 보호 규정을 만드는 등 미국과의 협상 카드를 마련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길 막힌 수출 경제, 가장 취약한 곳부터 무너진다 

돌아온 트럼프 시대는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 전반이 한동안 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자영업 위기, 청년 실업 등으로 인해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내수·서민 경제 역시 위기를 피해갈 수 없다.

미 대선에 앞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트럼프 당선 시 관세 장벽과 상대국 보복 등으로 인해 한국의 수출이 최대 450억 달러 감소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 수출액은 6,300억 달러 수준이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도 약 0.29~0.67%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정부에 핵심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공급망 다변화, 내수 판매 확대 등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상인 교수는 기업의 고용과 투자가 줄어들면서 우리 경제의 취약 지점인 내수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의 기초 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 내수 민간 소비는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밑돈다. 미국, 일본 등에 비해 15~20%p 낮은 수치다. 수출 부진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구조적으로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경제 정책들의 면면은 결국 고환율, 고물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뜩이나 나쁜 국내 소비와 고용 상황은 트럼프의 불확실성 전략으로 시종 압력을 받아야 한다. 장기적으로 미국의 온쇼어링 전략이 지속될 경우, 국내에서 이뤄져야 할 고용과 투자 기회를 뺏기는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상인 교수는 정부가 내수 안정을 위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경제 양극화, 노인 빈곤 등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기업들이 단가 후려치기 등 가격 경쟁력 중심의 전략을 탈피해 기술·경영 혁신 중심의 전략으로 기업 체질을 전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타파 오대양 ody@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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