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흑자 행진'에도 웃지 못하는 까닭 [아카이브]
한국전력 5분기 연속 흑자 기록
전기요금 인상과 비용 감소 영향
하지만 총부채는 더 늘었고
상반기 이자 비용만 3조원
전기요금 인상 압박은 여전
200조원이 넘는 누적 부채에 허덕이던 한국전력공사가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3분기 26조1034억원의 매출과 3조396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23년 3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이후 5개 분기 연속 흑자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조6334억원(6.7%), 영업이익은 1조3995억원(70.1%)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1조464억원(125.6%)이나 증가한 1조8797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한전은 1~3분기 누적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9조8698억원과 5조9457억원,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5900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누적 영업이익은 6조4534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12조3991억원이나 늘어났다.
이같은 실적 개선은 지난해 세차례(1ㆍ5ㆍ11월)에 걸친 전기요금 인상, 국제 연료가격의 안정화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기요금 인상 덕분에 판매단가는6.9% 상승했고, 한전은 올해 1~3분기 4조9430억원의 전기판매 수익을 올렸다. 반면, 같은 기간 자회사들의 연료비는 4조325억원 감소했다. 민간발전사들로부터 구매한 전력의 비용도 3조5247억원 줄었다.
한전의 이런 실적 개선세에도 전기료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엔 갈 길이 멀어서다. 올 상반기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2조890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02조4502억원)보다 4403억원 더 늘었다.
상반기 기준 누적 적자는 41조867억원에 달한다. 이자 비용만 2조2841억원을 지출했다. 누적 적자를 줄이지 않으면 실적이 좋아도 쌓이는 돈이 없다는 얘기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 6일 '빛가람 국제 전력기술 엑스포 2024'에 참석한 자리에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원가 인상 요인이 모두 반영되지 못했다"면서 "2027년 말까지 자체 사채 발행이 2배로 줄기 때문에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라도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지난 10월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기업이 쓰는 산업용(을)은 ㎾h당 16.9원, 중소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갑)은 ㎾h당 8.5원 올렸다. 정부는 민생 부담 완화를 이유로 주택용 전기요금은 올리지 않았다.[※참고: 현재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 유가가 불안정한 상황이지만, 한전의 4분기 실적도 좋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전 관계자는 "약속한 자구노력을 철저하고 속도감 있게 이행하고, 전기요금의 단계적 정상화와 전력구입비 절감 등 누적 적자 해소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겠다"면서 "고객 참여 부하 차단 제도 도입, 연료세제 인하 기간 연장을 통해 구입전력비를 절감하고, 긴축경영계획을 추진하는 등 재정건전화 계획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전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