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보수가 윤석열을 만든 게 아니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2024. 11. 15. 16: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갤럽 19%'는 임기 반환점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에게 충격이다. 국정 지지율 20% 선이 무너진 것보다 더 아픈 건 TK(대구·경북) 결과다. 전국 평균보다도 낮은 18%가 나왔다. 처음 있는 일이다. 8%포인트나 떨어졌다. 하지만 정작 핵심 포인트는 다른 곳에 있다. 오묘하게도 TK에서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9%포인트나 뛴 53%였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디커플링이다."

그걸 인정해야 그런 하나마나한 요구를 하는 대신, 자신을 포함해 '진영정치' 자체를 문제 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볼 것이 아닌가.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사저널=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갤럽 19%'는 임기 반환점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에게 충격이다. 국정 지지율 20% 선이 무너진 것보다 더 아픈 건 TK(대구·경북) 결과다. 전국 평균보다도 낮은 18%가 나왔다. 처음 있는 일이다. 8%포인트나 떨어졌다. 하지만 정작 핵심 포인트는 다른 곳에 있다. 오묘하게도 TK에서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9%포인트나 뛴 53%였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디커플링이다."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현기가 11월7일자 칼럼에서 한 말이다. 민심의 오묘함을 잘 짚은 칼럼이다. 윤석열의 TK 지지율이 전국 평균보다 낮다니, 이는 어떤 심정에서 비롯된 결과일까? 11월11일 발표된 매일신문-한길리서치 조사에선 TK 지지율이 44.7%(전국 지지율 22.3%)로 뛰었다는데, 이런 큰 차이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에게 표를 던진 보수 유권자들의 심사가 그만큼 복잡하고 오묘하다는 걸 말해 주는 게 아닐까?

윤석열 대통령이 11월7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에 대한 반감과 비난 수위가 높아지면서 보수 유권자들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적잖이 들린다. 아니 일부 보수 유권자는 스스로 오래전부터 "화가 치민다, 부끄럽다, 쪽팔린다, 처참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는 게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알려졌고, 기사 댓글에도 적잖이 등장했다. 그래서 보수 유권자들이 자신의 선택에 대해 반성하면 한국 정치가 나아질까? 혹 뭔가 크게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보수가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건 한국 정치의 현실, 즉 '진영정치'에 대한 심각한 곡해다. 속칭 보수·진보로 나뉘는 두 거대 진영의 유권자들은 대부분 '대깨우'다. "대가리가 깨져도 우리 진영 후보"에게 표를 던지게끔 프로그래밍돼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비중을 얼마로 잡건 선거의 승패는 소수의 중도파가 결정한다는 건 그간의 모든 선거가 입증해 보인 철칙이다.

진영의 포로가 된 유권자들을 상대로 올바른 선택을 하라고 백날 이야기해 봐야 아무 소용없다. 특정 진영에 속하면 막대기를 꽂아도 표를 던질 사람들에게 "휘어지지 않은, 제대로 된 막대기를 꽂아라"라고 요구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말이다. 이 점에선 보수·진보의 차이가 전혀 없다. 그걸 인정해야 그런 하나마나한 요구를 하는 대신, 자신을 포함해 '진영정치' 자체를 문제 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볼 것이 아닌가.

진영논리에 중독되지 않은 중도파는 "누가 더 나쁜가(싫은가)"라는 관점에서 표를 던진다. 윤석열에게 표를 던졌을 땐 "이재명과 문재인이 더 나쁘다(싫다)"는 판단을 내린 것뿐이다. 그 판단이 잘못됐건 잘못되지 않았건 당시의 판단을 훗날 벌어진 일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건 무의미하다. 유권자들은 응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국 정치의 수준이 늘 응징을 요구할 정도로 한심하기 때문이다.

"나는 무조건 야당만 찍는다. 이회창이 잘나서도 노무현이 못나서도 아니다. 정권교체를 해야 권력으로 해먹지 못하게 된다. 이런 정권교체를 열 번쯤 해야 깨끗해진다." 언론인 조갑제가 2002년 12월19일 오전 10시 투표를 하고 회사로 가는 택시를 탔는데, 경기도 평택이 고향이라는 50대 초반의 기사가 한 말이라고 한다.

22년이 지난 지금도 다를 게 전혀 없다. 현재 응징 대상은 윤석열이지만, 이재명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재명 무죄 판결 탄원 100만 명 서명운동'을 벌여 성공시킨 민주당을 보라. 아! 양쪽 모두 경쟁적으로 왜 응징받아 마땅한 일들만 골라서 하는지 정말 긴 한숨이 나온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