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총회에 숨어든 화석연료 로비스트들…“지구의 미래 휘감은 독사”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 1700명이 넘는 석탄·석유·가스 산업 분야 '로비스트'들이 참석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5일(현지시각) 기후단체 '킥빅폴루터스아웃'(Kick Big Polluters Out)은 "최소 1773명의 화석연료 로비스트들이 기후총회 정상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승인받은 사실을 조사 결과 확인했다"며, "이는 해마다 열리는 중대한 기후 관련 논의에 엄청난 규모의 오염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주장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염 기업 로비스트 1700명 이상 ‘암약’
시민단체들 명단 헤아려 직접 감시
거대한 모형 뱀 들고 규탄 행사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 1700명이 넘는 석탄·석유·가스 산업 분야 ‘로비스트’들이 참석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총회 행사장에선 이들이 “지구의 미래를 휘감고 있는 독사”라 비판하는 행사도 열렸다.
15일(현지시각) 기후단체 ‘킥빅폴루터스아웃’(Kick Big Polluters Out)은 “최소 1773명의 화석연료 로비스트들이 기후총회 정상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승인받은 사실을 조사 결과 확인했다”며, “이는 해마다 열리는 중대한 기후 관련 논의에 엄청난 규모의 오염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주장했다. 킥빅폴루터스아웃은 화석연료 산업의 영향력을 감시하기 위해 여러 환경단체들이 만든 연합체다.
이 단체는 총회의 임시 참석자 명단을 입수해 소속을 분석해본 결과 1773명이 화석연료 로비스트였으며, 이는 “거의 모든 국가 대표단보다 훨씬 많은 숫자”였다고 밝혔다. 차드, 솔로몬 제도 등 기후에 취약한 나라 10곳의 대표단을 모두 합한 1033명보다도 많았다. 이들보다 더 큰 규모의 대표단을 보낸 나라는 개최국인 아제르바이잔(2229명), 내년 총회 의장국인 브라질(1914명), 튀르키예(1862명) 등에 불과했다. 이 단체는 “화석연료 산업의 존재감이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을 짓누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화석연료 로비스트들은 대체로 무역협회의 일원으로 기후총회에 왔으며, 로비스트들이 가장 많았던 그룹 10개 가운데 8개는 북반구 선진국들에서 왔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로비스트 규모가 가장 큰 그룹은 ‘국제배출거래협회’(International Emissions Trading Association)로, 대형 오염 기업인 토털에너지스와 글렌코어의 대표를 비롯해 43명을 데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일본의 스미토모, 캐나다의 선코와 투어멀린 등이 자국 대표단과 함께 왔고, 쉐브론, 엑손모빌 등 대형 화석연료 기업들도 39명의 로비스트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이 단체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기후총회에 화석연료 로비스트가 2456명 참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는 전체 참석자 8만5천여명의 3%에 해당했다. 그 전해인 이집트 총회(636명) 때보다 훨씬 늘어난 규모였다. 이는 아랍에미리트 총회에서 애초 목표였던 “화석연료 퇴출(phase out)”이 아닌 “전환”(transition away)이라는 반쪽짜리 합의가 이뤄진 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의심된다. 이처럼 화석연료 산업계는 거대한 힘을 앞세워 기후총회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는데, 시민단체들의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끝에 지난해 총회부터 참석자의 소속을 공개하는 규칙이 도입된 바 있다. 올해 아제르바이잔 총회는 전체 참석자가 5만2천여명 규모로 줄었는데, 이를 근거로 따져보면 화석연료 로비스트의 비중은 3%가량일 전망이다.
‘킥빅폴루터스아웃’은 “화석연료 로비스트들이 기후 협상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독사가 우리 지구의 미래를 휘감고 있는 것과 다름 없다”고 주장하며, 이날 기후총회 행사장에서 거대한 모형 뱀을 동원해 규탄 행사를 벌였다. ‘어머니 지구의 건강 재단’에 속한 기후운동가 으니모 배시는 “오염자들의 속임수를 폭로하고, 그들의 영향력을 제거하고 그들로 하여금 우리 지구를 상하게 한 대가를 치르도록 단호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오염자들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정의와 지속가능성을 위해 싸워온 사람들의 목소리를 우선시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이재명 ‘선거법 위반’ 징역 1년에 집유 2년...의원직 상실형
- [영상] 윤 ‘부적절 골프 의혹’ 골프장 직원 신상, 경찰 ‘영장 없이 사찰’ 논란
- 이재명 ‘중형’에 “결과 듣자마자 기절”…구급대 출동
- 연세대 ‘수시논술 무효’ 가처분 인용…합격자 발표 미뤄진다
- 이재명 선고에 민주당 참담…“사법부는 죽었다” “명백한 정치 탄압”
- 두 마녀의 날…삼전, ‘4만전자’ 됐다가 5만3500원에 마쳐
- 이재명 ‘중형’에…한동훈 “법 따른 판단한 사법부에 경의”
- 가수 김준수에 ‘녹취 유포’ 협박해 8억원 뜯은 BJ 구속
- 트럼프 일가, 다시 ‘퍼스트 패밀리’…장녀 이방카 지고 장남 뜬다
- BBC가 본 수능 “세계서 가장 힘든 시험…사회적 지위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