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저널리즘] AI, 도구 넘어 동료로…‘인턴’이 될 수 있을까
“기자는 최종 판단을, AI는 지원 역할
생성형AI 많은 예산 필요로 하지 않아
지역 언론사 등 효율적 활용 가능성 충분”
지난 10월 한국언론진흥재단 AI저널리즘 디플로마 과정 중 하나였던 런던정경대 교육을 마친 후 찰리 베켓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학 내 AI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베켓 교수는 AI를 한마디로 ‘인턴 혹은 비서’에 비유하며 “그런 인턴을 쓰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인간의 감독 없이는 절대 AI를 사용해서는 안되며 기자들은 저널리즘을 위한 뉴스 수집과 콘텐츠 생성, 배포를 도와줄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해야 함을 여러번 강조했다.
-생성형AI 등장 이후에 일어난 변화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 기술 수용이 S자 곡선을 그리며 발전해왔다. 처음엔 놀라움과 열광이 있지만, 곧 기술의 한계나 문제점들이 나타나면서 관심이 감소하고 위험성이나 비용 같은 부정적 측면들이 부각된다. 이후 사람들은 기술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실생활에 통합하게 된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도 20년 이상 걸쳐 발전을 지속해왔는데, 생성 AI는 단 2년 만에 매우 빠른 변화를 가져왔다. 2022년 11월에 본격화된 생성 AI는 불과 몇 개월 만에 엄청난 관심을 끌었고, 이로 인해 빠른 변화에 대한 이해와 예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예를 들어, 산업혁명 당시 증기 기관이나 전기 등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었을 때 직업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컸지만, 결과적으로 교육 수준이 상승하는 등 예상치 못한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다. 따라서, 생성 AI의 영향이나 기대치를 평가하기엔 아직 초기 단계이며, 장기적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앞으로 빠른 속도로 다양한 AI툴이 쏟아질텐데, 언론사와 기자 개인 차원에서 가져야 할 전략은
기자 개인은 AI를 사용하는 데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취미나 일상 활동, 예를 들어 요리 조리법 작성, 휴가 계획 세우기 등으로 가볍게 접근하며 AI와 친숙해질 필요가 있다. 좋은 질문을 통해 답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익히고, AI가 어떤 작업을 잘 수행하는지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AI는 기자들에게 정보 수집이나 아이디어 제공, 그래픽 제작, 코딩 등 다양한 작업을 지원하는 인턴이나 비서와 같은 역할을 수행 할 수 있다. 기자는 보도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판단력을 키워야 한다.
조직 차원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AI기술을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AI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명확히 구분해줘야 한다. 또한, 조직 내에 AI 활용을 모니터링하고 생산성을 관리하며, 효과적으로 사용되는지 평가할 수 있는 책임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기자와 독자를 위한 신뢰성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AI가 올바르게 활용되도록 하고, 다른 조직과 협력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며 협업을 통해 지속적인 혁신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자가 AI와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I가 데이터를 추출할 수는 있지만, 이를 뉴스나 이야기로 판단하는 능력은 없다. 기자는 AI와 다르게 데이터를 바탕으로 무엇이 뉴스가 될지, 어떤 사건이 중요한지 판단할 수 있다. AI는 단지 데이터를 처리하는 역할을 할 뿐,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중요성을 부여하는 것은 사람의 역할이다.
예를 들어 날씨 예보처럼 반복적이고 간단한 기사들은 AI가 할 수는 있지만, 기자는 판단력과 호기심, 유머 감각 같은 인간적 요소를 통해 더 깊은 의미와 맥락을 부여할 수 있다. 무엇이 중요하고 흥미로운지, 논란이 될 뉴스가 될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결정’이며, AI가 더 많이 활용될수록 오히려 기자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AI를 저널리즘에서 활용하는 것에 대해 규제가 필요한가
지금은 규제나 억압보다는 거버넌스 수준의 합의에서 AI활용이 이루어져야 한다. 저널리즘을 규제한다면 언론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저널리즘의 독립성을 위해 스스로가 책임을 지고 투명성을 갖추어야 한다. 저널리즘에서 AI를 사용할 경우 반드시 그 사실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그것을 믿는 사람들은 그 언론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AI 전반에 대한 규제는 별개의 문제다. 예를 들어, 정부가 AI로 세금을 결정한다면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AI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 권리가 있으며, AI가 오류를 범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도 우리의 권리다. 따라서 AI는 전기나 물처럼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사용되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AI시대에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지역 언론사가 살아남을 방법은
간단하고 작은일부터 시작해보라. 개발팀이나 기술팀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생성형 AI는 많은 예산과 다양한 자원들이 필요하지 않다. ChatGPT와 같은 AI 툴은 누구나 바로 사용 가능하며, 이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10%라도 높일 수 있다면 소규모 언론사에는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다양한 AI 툴과 정보를 참고해 기자 개인의 스타일과 역할에 맞춰 효율성을 점진적으로 향상시키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것을 권한다. 런던/이은영
■ 찰리 베켓 (Charlie Beckett) 교수=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미디어 및 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 저널리즘 싱크탱크인 ‘폴리스(Polis)’를 창립했으며 Polis/LSE 저널리즘 및 AI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베켓 교수는 BBC와 Channel4 뉴스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KPF 디플로마-AI저널리즘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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