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0순위, 백투백포를 맞다니…막내 호된 신고식, 형들이 나섰다 "첫 경기는 다 어려워, 자신감 잃지 마" [오!쎈 타이베이]
[OSEN=타이베이(대만), 이후광 기자] 19세 막내가 당하자 형들이 나섰다. 쿠바전에서 호된 성인 국가대표팀 신고식을 치렀지만, 조언을 아끼지 않는 형들이 있어 든든한 김택연이다.
김택연은 지난 14일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야구장에서 펼쳐진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쿠바와의 2차전에 구원 등판해 0이닝 3피안타(2피홈런) 3실점으로 부진했다.
김택연은 8-1로 크게 앞선 8회초 이영하에 이어 팀의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신인선수로 유일하게 류중일호 28인 최종 엔트리에 승선한 김택연의 성인 국가대표팀 데뷔전이 성사된 순간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훈련과 평가전을 통해 김택연을 마무리 박영현 앞을 지키는 국대 셋업맨으로 낙점했다.
그러나 이날은 우리가 아는 김택연의 모습이 아니었다. 선두타자 드레이크를 만나 좌전안타를 맞은 뒤 기베르트 상대 투런포를 허용했다. 2연속 파울에 이어 3구째 던진 공이 야속하게도 우측 담장 너머로 향했다.
김택연의 악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속타자 비냘레스 상대로 볼카운트 1B-1S에서 좌월 솔로홈런을 헌납, 충격의 백투백 피홈런을 기록했다.
김택연은 아웃카운트를 한 개도 잡지 못한 채 정해영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아쉽게 데뷔전을 마쳤다. 투구수는 9개.
김택연은 인천고를 나와 2024년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1라운드 2순위 지명된 우완 특급 유망주다. 입단과 함께 이승엽 감독의 눈도장을 찍으며 호주 시드니와 일본 미야자키 1군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했고, 스프링캠프 MVP에 선정되며 화려한 데뷔 시즌의 서막을 열었다.
김택연은 2024시즌 개막에 앞서 류중일 감독의 부름을 받고 팀 코리아 엔트리에 승선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최강팀 LA 다저스를 상대로 ⅔이닝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다. 93마일(149km) 포심패스트볼을 앞세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제임스 아웃맨을 연달아 삼진 처리, 한미일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다저스 현지 매체가 "김택연은 이미 다저스 선수"라고 호평할 정도로 구위가 압도적이었다.
김택연은 빠른 1군 적응을 거쳐 전반기 도중 팀의 마무리를 맡았다. 뒷문을 든든히 지키며 올스타전에 초대됐고, 후반기 기세를 이어 60경기 3승 2패 19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08의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렀다. 홀로 65이닝을 소화하면서 두산의 정규시즌 4위에 큰 힘을 보탰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가을야구 데뷔전을 갖고, 2⅓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큰 경기에 강한 면모까지 뽐냈다.
성인 국가대표팀 데뷔전에서는 올해의 무서운 기세를 잇지 못한 김택연. 그러나 좌절은 없다. 고개를 숙일 필요도 없다. 대표팀에는 이미 김택연의 성장통을 경험한 든든한 선배들이 있기 때문이다.
14일 쿠바전을 마치고 만난 신인왕 출신 소형준은 “(김)택연이는 워낙 잘하는 선수다. 첫 경기는 누구에게나 어렵다. 택연이한테도 맞을 거 다 맞았으니 내일부터 자신감 갖고 편하게 던지라고 이야기해줬다”라며 “다음 경기에는 잘할 거라고 믿는다. 공이 워낙 좋으니까 자신감 잃지 말고 좋은 공을 던졌으면 좋겠다”라고 후배를 격려했다.
KIA 타이거즈의 통합우승 마무리 정해영 또한 “(김)택연이한테 결과는 안 좋아도 경기를 이겼으니 괜찮다고 말해줬다. 좋은 공을 갖고 있는 선수라 다음 경기부터는 무조건 잘 던질 것”이라며 “모든 선수들이 택연이 탓을 안 하고 다 격려해줬다. 택연이는 아쉬워하면서 많이 분한 거 같던데 우리 모두 다 같이 ‘내일 나가게 된다면 네가 던져서 이기면 된다’라고 말해줬다”라고 위로의 메시지를 건넸다.
김택연을 향한 사령탑의 신뢰 또한 변함이 없다. 류중일 감독은 14일 경기를 마치고 “김택연이 홈런 두 방을 맞았지만, 끝까지 믿고 활용하겠다”라고 19세 필승조의 기를 살렸다.
/backlight@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