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마할도 안 보인다…대기오염으로 하얗게 변한 인도의 하늘

최혜린 기자 2024. 11. 1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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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델리 초등학교,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
병원에는 기침·급성 천식 환자 줄 이어
지난 13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자동차들이 스모그가 가득한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스모그가 최근 인도 수도 뉴델리를 뒤덮었다. 정부는 휴교령을 내리는 등 조치에 나섰지만, 주민들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인디아(TOI)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뉴델리를 관할하는 델리주의 아티시 총리는 도시 전역의 대기 오염이 심각해 “별도 통지가 있을 때까지 관내 모든 초등학교를 폐쇄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주 당국은 디젤 화물 트럭 등 운행을 제한하고 필수가 아닌 공사 활동도 금지했다. 주요 도로에서는 먼지 억제제를 뿌리는 기계식 청소를 진행했다. 주민들에게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난방용 석탄과 목재 사용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인구가 3300만 명이 넘는 뉴델리에서는 최근 뿌연 유독성 스모그가 온 도시를 뒤덮을 정도로 심각한 대기오염이 지속되고 있다. 병원에는 기침과 급성 천식, 알레르기 등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줄을 이었다. 대표 문화유산인 타지마할도 스모그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상태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인도 아그라에서 관광객들이 스모그 속에 감춰진 문화유산 타지마할을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위스 대기질 분석기관 아이큐에어(IQAIR)를 보면, 이날 인도 뉴델리의 오염 지수는 450~500를 오갔다. 이 지수가 100을 넘지 않아야 대기질이 양호한 것으로 간주한다. 현재 뉴델리의 대기질은 평소 건강한 사람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 단계에 해당한다.

일부 지역에선 폐를 통해 혈류로 들어가 암을 유발할 수 있는 PM2.5 오염 물질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일일 권고치의 50배를 넘어섰다.

스모그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전날 오후에는 뉴델리 출발 항공편 88%, 도착 항공편 54%가 지연되기도 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가 짙은 스모그로 뒤덮여 대기가 뿌옇게 변해 있다. 인도 매체 ANI통신 영상 갈무리

대기오염의 원인으로는 도시 공장과 교통에서 발생한 매연, 지역 농부들의 개관 활동으로 발생한 연기, 인근 곡창지대에서 추수 후에 남은 농산물 쓰레기를 태우면서 발생하는 가스 등이 꼽힌다. 게다가 10월 중순부터 1월까지는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도 적은 탓에 오염 물질이 도시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오래 머무르면서 대기오염이 더 심해진다.

뉴델리의 대기 오염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주민들의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 지난 7월 란셋 의학저널 연구에 따르면 일일 도시 사망자의 7.2%가 대기 오염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대법원은 지난달 깨끗한 공기가 기본권에 해당한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조치를 취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뉴델리 당국은 물 트럭을 동원해 물을 뿌리는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다른 지역에서도 소형 무인기로 물안개를 분사하는 식의 일시적 대안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인도 북부와 파키스탄 일대를 뿌연 스모그가 뒤덮고 있다. NASA 제공

인도 일대를 뒤덮은 스모그는 위성사진에서도 보일 정도로 심각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희뿌연 스모그가 인도 북부와 파키스탄 일대에 퍼져 있다. 파키스탄에서도 10월부터 기록적인 대기오염이 계속돼 매일 7만 명가량이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하고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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