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첫 ‘외국인 CEO’ 탄생…‘트럼프 2기’ 대응 적임자 평가
현대자동차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에게 최고경영자(CEO)를 맡기는 파격 인사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확정된 지 열흘도 안 돼 미국 법인을 총괄하던 인물을 본사 CEO로 내세운 것이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면 전기차 보조금 축소, 관세 장벽 등의 이슈가 예상되는데 이에 적극 대응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은 15일 대표이사·사장단 인사를 통해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을 현대차의 CEO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현대차 CEO인 대표이사 자리에 외국인이 선임된 것은 1967년 현대차 창사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주요 임원 자리에 외국인 경영자나 디자이너를 중용한 적은 있지만 CEO로 임명한 적은 없었다. 1965년생인 무뇨스 신임 대표는 스페인 출신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파격 인사를 단행한 배경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2기 정부에서 글로벌 정세가 더욱 불활식해질 수 있어 이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도가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선거운동 기간 중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여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폐지‧축소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165만 대 이상을 판매한 최대 시장인 북미 지역 이슈에서 이러한 완성차 관련 이슈에 적극 대응할 적임자로 무뇨스 대표가 꼽힌 것이다.
도요타 유럽법인과 닛산 미국법인 등을 거쳐 2019년 현대차에 합류한 무뇨스 대표는 현대차의 글로벌 COO 겸 북미·중남미법인장을 맡으며 북미지역 최대 실적을 잇달아 경신했다. 미국 법인의 매출은 2018년 15조2928억 원에서 2023년 40조8238억 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3301억 원 순손실에서 2조7782억 원 순이익으로 개선됐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22년에는 미주, 유럽 등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최고운영책임자(COO) 보임됐다. 그 이후에도 좋은 실적이 이어지자 회사의 CEO로 다시 승진이 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성김 현대차 고문을 사장으로 임명하는 인사도 함께 진행했다. 대외협력·정세분석·홍보 등을 관할하는 그룹 싱크탱크 수장 역할을 맡긴 것이다. 이 또한 트럼프 정부 2기에 대응하려는 측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사장은 동아시아·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정세에 정통한 미국 외교 관료 출신 전문가다. 부시 행정부부터 시작해 오바마·트럼프·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핵심 요직을 맡은 바 있다.
기존에 현대차 수장을 맡았던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20년 12월 현대차 CEO인 대표이사 사장이 된 지 4년 만에 부회장에 오른 것이다. 이로써 2021년 윤여철 부회장 퇴임으로 사라졌던 현대차 부회장 자리가 3년 만에 부활했다. 현대차그룹 전체로 봐도 부회장은 정 회장의 매형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유일했다.
장 신임 부회장은 사장 취임 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증후군(코로나19)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위기 상황과 전동화로의 전환 물결 속에서 현대차의 최대 실적을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에 더해 현대차 인도 법인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이끈 성과도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고 현대차그룹은 설명했다. 장 신임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완성차의 상품기획부터 공급망 관리, 제조‧품질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을 관할하게 될 전망이다.
또한 기아 국내생산담당 및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 최준영 부사장과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이규복 부사장은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자동차 관련 계열사 중 현대트랜시스는 백철승 사업 추진 담당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대표이사를 맡았고, 현대케피코 대표이사는 오준동 기아 전동화생기센터장 상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맡는다. 건설 계열사인 현대건설 대표로는 이한우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이 선임됐고,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는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이 맡는다. 이번 인사는 내년 1월 1일자이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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