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BIBI) 안전 구역은 금기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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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비비(BIBI)는 K-팝신 안전 구역 밖에 있는 인물이다.
K-팝신 안전 구역이라 함은 섹스어필은 하되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진 않아야 하고, 속내는 내비치되 이를 드세 보이지 않게 표현하는 것이다.
목이 탄 전종서가 허겁지겁 들이켠 물이 그의 입술과 턱선 타고 비비가 먹고 있던 소시지에 떨어진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비비는 전종서를 수시로 훔쳐보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백마 탄 왕자처럼 화염에 갇힌 전종서를 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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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지금 비비(BIBI)는 K-팝신 안전 구역 밖에 있는 인물이다. K-팝신 안전 구역이라 함은 섹스어필은 하되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진 않아야 하고, 속내는 내비치되 이를 드세 보이지 않게 표현하는 것이다. "넌 내 손바닥 안" 정도는 외칠 순 있어도 상대를 대놓고 내려보는 "쓸모 없어진 네 몸"과 같은 표현은 되도록 지양한다.
안전 구역 밖에 서 있는 비비는 이 모든 걸 역행한다. 지난 14일 발표한 두 신곡 중 하나인 '번 잇(Burn it)'에서 "넘실대는 침대 위를 ridin"이라며 은근하게 성애를 드러내더니, 이내 "We get way too many calls when we XXXX'"(우리가 잠자리할 때 너무 많은 전화가 와)라고 노골적인 표현을 담는다. 결국 이 노래는 KBS 가요 심의에서 "저속한 표현이 사용된 가사"라는 이유로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사회적 시선에서 '번 잇'의 노골적인 묘사는 저속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뜻일 테다.
또 다른 신곡 '데레' 뮤직비디오에서도 비비는 금기를 욕망한다. 학교를 배경으로 교복 입은 비비와 전종서가 출연하는 학원물 형식이다. 영상은 초반부터 땀에 젖은 전종서의 모습으로 야릇한 분위기를 머금는다. 목이 탄 전종서가 허겁지겁 들이켠 물이 그의 입술과 턱선 타고 비비가 먹고 있던 소시지에 떨어진다. 비비는 그 물에 젖은 소시지를 기꺼운 듯 자신의 입속에 집어넣고, 그 소시지를 씹자마자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비비는 전종서를 수시로 훔쳐보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백마 탄 왕자처럼 화염에 갇힌 전종서를 구해준다. '데레'는 "예쁘다 멋지다 보다 값져"라고 사랑의 대상을 찬양하는 동시에 "절대 날 벗어나지 못하게"라고 강박하기도 한다. 그리고 '데레'에서 비비가 "핥고 잡아 뜯고 손에 쥐고" 싶다고 말하는 성적 대상은 뮤직비디오에 전종서를 출연시키면서 동성이 됐다. 명료하게 퀴어인지 퀴어베이팅인지 그 경계는 모호하지만, 분위기는 확실히 그것을 띄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비비이기에 가능한 그만의 영역이기도 하다. 콘서트에서 콘돔을 뿌리고, 곡 제목을 대놓고 '조또'라고 지으며, 자신의 심기를 건드리면 "그땐 보게 되는 거야 미친X"('나쁜X')이라고 말하는 가수. 그는 "야하고 다정한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는 생각을 드러낸 적이 있고, 실제로 앨범마다 이를 녹이며 그 대상을 특정 성에 구분 짓지 않았다. 그래서 비비가 '데레'에서 들춘 금기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애초에 비비는 데뷔곡부터 "사람들이 말하더라 저년 저거 이상하다 / 씻고나면 또 못알아보고서 bibi naked 착하더라"('비누')라는 가사를 노래했다. 그렇게 비비는 K-팝 시장에서도 대중도 처음 겪어보는 아티스트가 됐고, 그것으로 자신의 특별함을 만들었다.
비비의 풀네임은 'Naked BIBI'다. 발가벗은 아기처럼 순수한 날 것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미로 지었다. 많은 가수가 아름다운 것만을 노래하고 표현하는 반면, 비비는 누구나 품고 있지만 감추고 싶어 하는 욕망에 주목한다. 때문에 비비가 자신의 언어로 멜로디를 넓히고 성장하는 과정은, K-팝에 새로운 장르가 심어지고 커가는 것과 같다. 안전 구역 밖에서 서서 금기를 욕망하는 외기러기 비비의 모습은, 그래서 더 응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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