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3자연합과 의결권 업체 형사 고소…법정 분쟁 비화

박미주 기자, 홍효진 기자 2024. 11. 1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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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그래픽=이지혜

한미사이언스 지배주주 가족(모녀 대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했다. 오는 28일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한미사이언스가 3자연합(신동국 한양정밀 회장·한미약품그룹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과 이들을 위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체를 형사 고소했다. 사실상 3자연합과 대립하며 현재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쥐고 있는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측의 고소라 볼 수 있다. 최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측도 송영숙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한미사이언스는 15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신동국, 송영숙, 임주현 등 3자연합과 이들로부터 의결권 권유업무를 위임받아 대행하는 업체 대표 등을 대상으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3자연합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체와 공모해 회사 로고를 도용함은 물론 거짓된 정보로 주주들에게 잘못된 판단을 종용하는 사례들이 속속 확인돼 부득이 형사 고소를 진행키로 했다"며 "제보 내용에는 '국민연금도 3자연합으로 돌아섰다', '유상증자 한다' 등 거짓 정보, 결정되거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주주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3자연합의 의결권 대리업체가 주주들을 방문하며 제공한 인쇄물과 명함(사진)에 자사 로고가 버젓이 인쇄됐다"며 "특히 확인된 대면·유선통화 내용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 경영진에 대한 명예훼손성 비방은 물론 거짓정보를 주주들이 믿도록 하기 위해 국민연금 등 정부기관까지 인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조계에서는 회사로고를 무단으로 사용해 거짓된 정보를 주주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임시주주총회 결과를 왜곡할 위험성이 매우 크고, 주주들에게 거짓정보를 제공하며 자신들을 지지해달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주주관리와 주주총회 운영, 진행업무를 방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했다.

아울러 한성준 코리그룹 대표도 지난 13일 송 회장과 박 대표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코리그룹은 임종윤 이사가 최대주주인 기업이다.

고발장에서 한 대표는 박 대표가 회사 대표이사로서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의무가 있음에도 송 회장에 지시에 따라 송 회장이 설립한 가현문화재단에 3년간 120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송 회장은 2002년 4월 가현문화재단을 설립, 이후 2020년 2월까지 이사장직을 맡았다. 현재는 가현문화재단 산하 한미사진미술관 관장직을 맡고 있다.

한 대표는 박 대표가 가현문화재단 기부행위를 승인하는 이사회를 따로 소집해 승인하는 결의를 거치지 않고 △2022년 42억원 △2023년 60억원 △2024년 상반기 17억원을 기부, 재단에 119억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한미약품·한미사이언스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가현문화재단이 모녀 측에 의결권(지분 약 4.9%)을 행사했는데 "특정인의 사익 추구를 위해 주주총회 의결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한미약품은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 재단의 의결권 행사를 막으려는 의도라고 본다. 임시주총에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이사 수를 기존 10명(정관상 가능한 최대 이사 수)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개정건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임 부회장의 이사 선임 건 △주주친화정책인 감액 배당 건 등의 안건이 상정됐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도는 형제 측 5명과 3자 연합 측 4명으로 형제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3자연합이 요구한 정관 변경 건은 출석한 주식 수의 3분의 2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고발의 실제 주체인 임 이사가 한미사이언스 대표로 재직하던 10여년 기간에도 이사회 의결 없이 100억원 이상 가현문화재단 기부가 진행됐다"며 "송 회장의 공헌과 헌신을 몰랐을 리 없음에도 분쟁이 진행되는 와중에 어머니인 송 회장을 고발했다는 건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아들의 눈먼 욕심 앞에서의 비정함"이라고 말했다.

3자연합 측은 이날 입장문에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규정에 따르면 '중요한 소송의 제기'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고,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와 사내이사를 한미사이언스가 형사 고소하는 행위는 당연히 중요한 소송의 제기이며, 따라서 이사회 의결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판단된다. (형제 측은) 절차와 규정을 무시하고 오로지 형제 입김에 좌우돼 불법과 위법을 넘나드는 독재경영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며 "앞에선 화합을 뒤에선 고소 고발을 남발하는 형제들의 민낯을 보신 주주님들께서 이번 임시주총을 통해 꼭 심판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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