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소음부담금 체계 세분화해야”

서울앤 2024. 11. 1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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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양천구, 전문가·참여 포럼 개최…소음 피해 저감방안 및 제도 개선방안 모색

[서울&]

7일 개최된 ‘공항소음대책 포럼’ 현장에서 이기재 양천구청장이 일어서서 주민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양천구 제공

이기재 구청장“포럼 논의와 제안들 정책에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

전국 공항을 뜨고 내리는 항공기 탓에 피해를 보는 소음 대책 지역 전체 가구 수는 9만4445가구(2023년 12월 기준 고시)에 이른다. 그중 김포공항 주변은 피해 가구의 약 83%인 7만7958가구가 모여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하는 지역이다. 김포공항은 서울 양천구를 비롯해 강서구, 구로구와 인천시 계양구, 경기도 부천시, 김포시, 광명시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에 걸쳐 피해를 주고 있다. 이들 지자체 중 김포공항 피해 가구의 절반을 넘는 51.3%인 4만30가구가 양천구에 있다.

양천구는 전국 어느 지자체보다 최우선적으로 항공기 소음 피해에 대처하고 있다. 양천구(구청장 이기재)는 지난 7일 오후 구청 디지털미디어센터에서 ‘공항소음대책 포럼’을 열고 항공기 소음 피해 저감방안 등에 대해 전문가와 관계기관, 피해 지역 주민들이 모여 토론과 관련 정책 발굴,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포럼에는 한국교통연구원 윤석재 연구위원과 한국교통대 박성식 교수 등 전문가를 비롯해 한국공항공사 직원, 공항 소음 대책 지역 공무원과 피해 지역 주민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포럼 첫 순서로 양천구의 항공기 소음 모니터링시스템 구축 업체 엔브이티(NVT)의 장석민 이사가 항공기 소음측정기와 분석방법을 소개했다. 소음 대책 지역에 포함된 신원경로당과 신월시영아파트 14동, 인근 지역인 신월시영아파트 15동 등 모두 세 곳에 소음측정기를 설치하고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이는 양천구가 구민들을 위해 자구책의 하나로 구축했다. 구는 국토교통부, 환경부, 서울시 등이 설치한 8개 공항소음 측정소와 독립적인 시스템을 통해 결과값 교차 검증으로 신뢰성과 독자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어 윤석재 박사는 항공기 소음을 억제하기 위한 ‘공항의 저소음 운항 절차’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윤 박사는 야간할증 등 소음부담금, 야간 운행제한과 이착륙 횟수 제한과 기종 제한 등 야간규제, 역추진 제한 등 저소음 운항 절차 등 대책별 사례로 미국 시카고 오헤어공항,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 등을 소개했다.

다음 발표자로 나선 박성식 교수는 주민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주제인 ‘공항 소음 피해 저감을 위한 관련 대책사업과 주민지원사업 개편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박 교수는 소음대책사업 개편 방안은 ‘생활지원금’의 지급 대상 및 기준을 마련하는 것으로 소음 피해 저감을 위해 ‘소음부담금 부과체계 세분화’와 ‘야간할증제도 도입’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원방안이 2023년 3월 발표됐으나 아직 결정이 이뤄지지 않고 지지부진한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와 지자체, 한국공항공사와 항공사 등 이해관계자 간 지속적인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소음 탓에 문을 닫고 생활해야 하는 주민을 위한 냉방시설과 방음시설 설치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 나아가 주민공모사업 등 전국 규모의 다양한 지원사업을 위해서는 최대 580억원이 필요한데 현재 확보 가능한 예산은 약 500억원에 그쳐 추가 예산 확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 확보 방안의 하나로 야간할증제도 변경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밤 11시에서 새벽 6시 사이 200% 할증만 이뤄지던 데에 추가해 22~23시와 6~7시 100% 할증, 20~22시 50% 할증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소개했다.

발표에 이어 한국교통대 이병찬 교수를 좌장으로 전문가와 한국공항공사 관계자가 참석한 토론과 주민과의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차분했던 발표와 토론 분위기와 달리 주민이 참석하는 질의응답의 열기는 뜨거웠다.

대표적 피해 지역인 신월3동 주민자치회 관계자는 “최대 3분에 한 대꼴로 지나가는 항공기 탓에 너무나도 오랜 기간 큰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한 뒤 “4개월치 에어컨 전기료 지원만이 아니라 연중 전기료 지원 등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음 피해 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국토부의 소음 피해 기준이 엘디이엔데시벨(LdendB)로 변경돼 피해 지역이 일부 늘어나는 바람에 피해가 심한 지역의 보상 규모가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피해 단체 관계자는 자치구의 재산세 감면에 대해 감사 표시를 한 뒤 “감면 규모를 좀 더 늘릴 방안을 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다.

포럼 행사 내내 자리를 지키던 이기재 구청장은 추가 감면 요구에 대해 “재산세는 지자체장 재량의 최대치인 지방세 징수 결산액의 1.5%를 반영해 이미 감면 중이어서 추가 감면은 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어 이 구청장은 에어컨 구입비용은 국토교통부를 여러 차례 설득해 최근 10년 평균가격을 근거로 월 10만원 지원하는 것으로 논의됐지만 현재가로 구입할 수 있도록 물가상승분 반영을 요구 중이라고 설명하자 참석 주민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양천구는 민선 8기 이후 공항소음대책지역 주민들을 위한 실질적 보상책 확대를 위해 기초지자체 중 전국 최초로 재산세 구세 감면을 시행하는 한편, 공항소음대책 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해 청력 정밀검사, 심리 상담 서비스, 공항이용료 지원 등 구민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사업들을 시행하고 있다.

이기재 구청장은 “이번 포럼은 공항소음대책사업 개선 방향에 대해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고 주체적으로 해법을 찾아나선 의미 있는 시간”이라며 “포럼에서 나온 유의미한 내용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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