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먹이며 추행까지…재판서 울먹인 '고3 가스라이팅' 20대 여성 무당

서울남부지검, 강제추행·공갈·특수폭행·협박 등 혐의로 징역 10년 구형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법. /사진=뉴스1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하며 자해를 강요하고 강제추행·협박·폭행 등을 일삼은 20대 무속인에게 검찰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정성화 판사는 15일 오전 특수상해, 강요, 공갈, 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모씨(23·여)의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약 2년 동안 마치 영적인 능력이 있는 것처럼 피해자를 속였다"며 "피해자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때리거나 가족에게 위험한 일이 발생할 것처럼 위협해 피해자를 심리적 지배하는 소위 가스라이팅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스라이팅 당한 피해자가 자해하게 하고 음식물 쓰레기, 반려견 분뇨 등을 먹게했을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강제추행하고 폭행하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었고 강력한 처벌을 희망하는 점 등 참작해 징역 10년 및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과 10년간의 취업제한 명령을 선고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박씨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선처를 호소했다. 박씨 변호인은 "피해자가 입은 피해에 비춰보면 피고인은 달게 처벌 받아야 할 것"이라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뼈저리게 반성하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는 점, 피해자로부터 송금받은 돈 대부분을 생활비와 피해자와 여행하는 데 사용했다는 점과 피해회복을 위해 1500만원을 공탁했고 추가 공탁하려는 점 등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초범이고 피고인 가족이 출소 후 피고인을 잘 돌보겠다고 다짐하는 점 등을 고려해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어 선처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재판부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달라"고 하자 박씨는 울먹이며 "피해자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재범 방지를 위해 밖에 나가면 심리치료를 받고 법을 어기지 않고 살겠다"고 했다. 박씨 측은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약 2년간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하며 범행을 벌였다. 피해자 A씨(남)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21년 3월쯤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영적인 존재를 다룰 수 있는 것처럼 행세하는 박씨를 알게 됐다. A씨는 박씨에게 자신과 어머니 통증을 낫게 해달라며 공물 명목으로 117만원을 송금했다.

박씨는 두 사람의 통증이 잠시 호전되자 자신의 영적 능력 덕분인 것처럼 행세했다. 그는 A씨에게 "나는 영적인 존재를 다룰 수 있다" "빙의되면 전지전능의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속였다.

또 성인이된 A씨에게 동거할 것을 요구해 2022년 8월부터 약 8개월간 함께 살았다. 이 기간 박씨는 A씨가 자기 뜻대로 행동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A씨를 폭행했다. 또 "내가 직접 너희 엄마의 허벅지를 흉기로 찌르겠다" 등의 위협을 일삼았다.

자해를 강요당한 박씨는 치료기간을 산정할 수 없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가족과 가까이 지내면 그들이 죽을 수도 있다"고 위협하며 A씨가 가족과 지인으로부터 고립시켰다.

박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가 음식물 쓰레기와 반려견 배설물을 먹게 강요하고 지난해 6월엔 공공장소에서 강제추행도 저질렀다.

박씨의 선고 공판은 오는 29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김호빈 기자 hobi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