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귀환에 잠식된 바이든의 ‘고별’ 외교무대
‘동맹국, 미 국가안보에 필수적’ 메시지 보낼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부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남미 페루와 브라질을 각각 방문한다. 이 기간에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회담, 윤석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한·미·일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4년 전 경쟁자였던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내년 1월 퇴임하는 그의 마지막 정상외교 무대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세계 지도자들에게 “바이든은 ‘민주주의 대 독재’라는 냉전적 렌즈를 통해 직접 이를 보았습니다. 트럼프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제 미국은 동맹국과 글로벌 질서에 대한 약속에서 계속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은 4년 동안 전달한 것과 같은 메시지인 ‘미국의 동맹국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필수적이라고 믿는다’는 것을 전할 것”이라며 “동맹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고 우리의 역량을 확대한다. 바이든이 트럼프에 넘길 것은 이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이 현실화한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다른 나라 정상들을 얼마나 ‘안심’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정책의 연속성이 흔들리는 가운데 각국 정상들과의 회동이 겉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동에서 소통선 유지의 필요성과 양국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등 바이든 정부보다 한층 공세적인 접근을 예고한 상황이다. 뉴욕타임스는 미·중 정상회담이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접근의 시한이 빠르게 0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게 될 것”으로 지적했다. 폴리티코도 “바이든은 트럼프 하의 미·중 관계가 어디로 나아갈지에 대해 사실상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는 아마존을 찾아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다자 차원의 노력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정에너지 투자 성과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공언한 대로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고 화석연료 사용 확대를 추진하면 국제적 노력과 미국에 대한 신뢰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마지막 다자외교 무대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중동 전쟁 해결 의지도 강조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 역시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가장 급변할 수 있는 문제들이어서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말을 하더라도 맥빠진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폴리티코에 “미국은 더 이상 상당수 동맹관계가 적어도 부분적으로 기초를 두고 있는 ‘공통 가치’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바이든은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라는 냉전적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봤지만, 트럼프는 다르다. 미국이 동맹국과 세계 질서에 대한 약속을 지킬 힘이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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