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투자 선순환 안 되고 있어...반도체 클러스터에 교육 기능 필수”
“대만 TSMC 성장, 국가 지원 바탕”
“보조금·인재 양성 등 정부 역할 필요”
TSMC 성공요인으로 ‘서비스 정신’ 꼽아
한국의 반도체 파운드리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용인반도체클러스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만의 신주과학기술단지처럼 교육 인프라를 적극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5일 오전 사단법인 소부장미래포럼은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아시아 시총 1위 TSMC의 성공비결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대만 출신 왕수봉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TSMC를 비롯한 대만의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또 TSMC의 성공 비결을 설립부터 ‘전문직접회로 제조 서비스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철저히 파운드리 기업으로서 고객 기업에 대한 서비스 정신을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대만 정부는 1973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당시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을 벤치마킹해 공업기술연구원(ITRI)을 설립하고 이듬해 1200만 달러 규모의 반도체 예산을 통과시키며 반도체 강국의 기틀을 다졌다. 또 대만 정부는 1987년 ITRI 원장이었던 모리스 창을 영입해 파운드리 기업 TSMC를 설립토록 한다.
‘전문직접회로 제조 서비스 기업’을 모토로 철저히 파운드리에 집중한 TSMC는 1990년대 초 엔비디아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신생기업의 등장과 함께 성장했고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2008년 글로벌금융 위기를 겪으며 파운드리 분야에서 독보적 입지를 다졌다. 2010년대 애플의 시스템 온 칩(SoC) 생산을 맡으면서 말 그대로 폭풍 성장한다. 왕 교수는 “TSMC는 스스로 반도체 제조 서비스업으로 인식한다”라며 “TSMC 고위 간부들은 교육 과정 일부로 백화점, 식당 서비스 현장을 방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만 정부는 올해 초부터 ‘대만판 칩스법(산업혁신규약)’을 실행하고 있다. 반도체 등 기술혁신 대기업에 대해 연구개발비의 25%, 기계 구입비의 5%를 해당년도 법인세에서 감면하는 정책이다. 이 법안으로 TSMC는 연간 300억NTD(1조2000억원) 상당의 세금을 덜 내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8나노미터(1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이하 공정기술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2033년까지 총 3000억NTD(12조6000억원)을 투입해 보조금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왕 교수는 TSMC가 대만 자국 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 조성에 본격 나선 점도 강조했다. 미중갈등과 코로나19 팬데믹이 그 배경이었고, 특히 2019년 TSMC가 미국 업체로부터 수급한 포토레지스트의 불량으로 큰 손실을 본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TSMC는 2030년까지 간접화학재료의 68%, 부품의 60%를 대만 자국 내에서 수급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왕 교수는 “대만 현지 반도체 관련 기업 30여개사가 공급망 연맹을 맺었고, 이 연합에서 8개사가 출자한 TSS Holding Limited를 통해 미국으로 각 기업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말 소부장미래포럼이 출범해 현재 소부장 기업들과 학계 등 55곳이 회원으로 있다.
왕 교수는 현재 우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해 “기존 산업은행의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금융 지원프로그램은 사실상 저리 대출에 불과하다”라며 “현재로서는 대출이 아닌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에 추진중인 반도체클러스터와 관련해서는 “클러스터 성공을 위해서는 주거 뿐 아니라 학군, 주변 편의시설 구축이 수반돼야 한다”라며 “1979년 대만 타이페이 인근에 들어선 신주과학기술단지는 현재도 대만 최고 수준의 잘 사는 도시인데, 이는 미국에서 귀국한 고급 반도체 인재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이들 자녀를 위한 최고 수준의 학교를 함께 마련한 영향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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