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한글 사랑한다 못하겠네…로스 킹에 허를 찔렸다

2024. 11. 1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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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보다 한글에 애정 큰 로스 킹 교수
명품브랜드 시몬느에서 GBF 6기 강연
북미 한국어교육 지원에 정작 한국 인색
“경제성장 한국이 한글책임 소홀” 쓴소리
‘숲속의호수’ 시몬느 회장과의 인연 소개
박은관 회장 “배움→이룸→나눔 진화를”
로스 킹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가 지난 13일 경기도 의왕시 시몬느 본사에서 진행된 코리아헤럴드의 최고위과정인 GBF 포럼에서 ‘한국기업이 해외 K-컬처 교육 인프라에 왜 투자를 해야할까?’라는 주제를 통해 강연을 하고 있다. 킹 교수는 한류 열풍으로 북미에서 한국어 교육에 대한 열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한국 정부나 기업은 찔끔찔끔 후원을 할 뿐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없다며 가감없는 쓴소리를 내놨다. 사진=담다 스튜디오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대한민국 최고의 명품 브랜드 가방 ODM 기업 시몬느의 박은관 회장. 그에게 17년전의 일은 지금도 생생하다. 출근길 라디오 아침방송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듣고 있었는데, 로스 킹(Ross King·이하 킹) 교수라는 사람과 얘기를 나누고 있더란다. 귀 기울일수록 킹 교수에 호감이 생겼다. 계속 쓴소리를 해대는데, 참 매서우면서도 공감이 갔다. 미국 미네소타주에 있는 한국어마을인 ‘숲속의 호수’ 설립자이자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소속인 킹 교수의 말에 손석희 사회자가 쩔쩔매는 모습이 한눈에 그려져 인상적이었단다.

개요는 이랬다. 손 사회자는 한국도 아닌 미국에서 한국어마을을 운영하고 있고 한국어 사랑이 대단하다고 연신 칭찬을 했는데, 킹 교수는 정색했다. 그러면서 킹 교수는 한국이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하고 있고 선진국 반열에 올랐고, 외국에서 자국어를 사랑하는 곳이 점점 생기고 있는데 왜 한국 정부나 기업 차원에서 지원이 인색한지 모르겠다며 온갖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니 천하의 손석희라고 해도 급당황한 것이다. 킹 교수의 울림에 박 회장은 100% 공감이 가더란다. 본인 역시 한글 사랑에 앞장서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파란눈의 외국인이 그렇게까지 한글 애정을 보여주니 감동이 밀려왔다.

출근후 박 회장은 방송국에 킹 교수의 숙소를 문의했고, 전화를 걸었을때 킹 교수는 샤워중이었다. 어찌 통화 연결이 돼 만나고 싶다고 하자, 킹 교수는 흔쾌히 응했고 차를 보내줘 회사에서 만났단다. 박 회장과 킹 교수의 첫 만남은 그렇게 이뤄졌다. 방송에서의 동일한 한글 애정 철학을 확인한 박 회장은 킹 교수에게 3000달러를 후원했다.

이후 17년간 둘의 ‘한글 우정’은 지속됐다. 박 회장은 지난 2018년에는 ‘숲속의 호수’에 무려 500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에서 이뤄진 한국어 교육 최대 기부금이기도 하다. K팝 등 한류 인기가 급상승하고 한글 배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한국어 프로그램 운영 시설이 부족한 탓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에 선뜻 거액을 후원한 것이다. 킹 교수가 그래서 박 회장을 만나면 늘 ‘엄지척’ 제스처를 취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최진영(오른쪽) 헤럴드미디어그룹 대표와 이남식(왼쪽) 인천재능대 총장이 로스 킹 교수에게 코리아헤럴드가 수여하는 한글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감사장 전달 자리에서 킹 교수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담다 스튜디오

▶킹 교수 “북미 한국어 배움 열기 뜨겁지만…”=지난 13일 경기도 의왕시 소재의 시몬느 본사에서 열린 코리아헤럴드의 최고경영자(CEO) 과정인 글로벌비즈니스포럼(GBF)에서 강연자로 나선 킹 교수의 첫마디 역시 박 회장에 대한 감사의 멘트였다. 킹 교수는 “해외 한국학과 한국어교육 지원은 한국의 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이 거의 유일했었는데, 박 회장의 시몬느가 한글사랑을 표방하며 많이 도와줘 늘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 현대차 LG CJ 등 한국의 기업들이 현재 해외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에 지원을 하고는 있지만, 100만달러 이상 후원하는 곳은 시몬느 뿐”이라고 덧붙였다. 보다 많은 지원에 아쉬움을 표한 것이다.

이날 강의에서 보여준 킹 교수의 직선화법은 17년전 라디오방송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웬만한 한국사람 만큼 한국어 발음이 명료한 킹 교수의 날카로운 지적은 오히려 더 예리해졌다. 킹 교수는 “결국 한글의 나라인 한국이 해외에서 자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액수는 한마디로 ‘찔끔찔끔’이며, 이는 모두 한국 정부나 기업, 관련 단체의 무책임 탓”이라고 했다.

한, 해외 K컬처 교육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

그러면서 킹 교수는 ‘한국기업이 해외 K-컬처 교육 인프라에 왜 투자를 해야할까?’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논리적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내놨다.

킹 교수에 따르면, 북미의 한국어 교육 열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은 경제적 측면에서 급성장을 했고, 게다가 K팝 등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해외에서의 한국어 배움 열정은 계속 커지는 중이다. 지난 15년간 북미에서 한국어 관련 고등교육 프로그램은 140개가 생겼다. 한국어 전공과정도 40군데 이상 신설됐다. 이는 상대적으로 영어를 제외한 다른 언어에 대한 관심 저하와 비교된다. 지난 2009년 이후 영어가 아닌 외국어 등록학생 수는 29.03% 감소했는데 한국어 등록학생 수는 거꾸로 38.3% 늘어났다. 지난 10년간만 따지면 75%나 급증했다(모던 랭기지 어소시에이션(Modern Language Association) 통계 자료). 킹 교수는 “이 자료를 보더라도 한국어는 이제 글로벌 언어 톱10에 진입한 것이며, 앞으로 순위는 계속 위를 향해 치닫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긍정적인 면만 바라보는 측면이 있다고 킹 교수는 지적한다. 그는 지금까지 해외에서 한국어 교육과정이 이룩한 성과는 매우 취약하다고 낮은 점수를 줬다. 한국어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고는 하나 한국어 교육과정은 북미대학의 8%를 차지할 뿐이며, 한국어 학습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1.6%라는 것이다. K컬처의 인기도에 비하면 결코 자랑할 만한 것은 못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한글의 나라인 한국의 관심과 지원, 그리고 지속적인 기부 프로그램이 허약해서 그럴수 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킹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으로 한국인 특유의 ‘민족주의적’ 접근방식 때문이라고 봤다. 한국 정부나 기업, 그리고 한국인들이 한국어를 민족어로만 바라보고 해외 한국어 교육을 자국어 보급 정책적 관점이나 민족주의 사고로 국한해 이해하기에 해외에서의 한국어 교육이 장밋빛 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킹 교수는 “해외 한국어 보급을 위해서는 탈민족어·탈국어 중심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하고, 한류 열기를 한국어 전공자 확대로 이어주기 위한 지원 체계, 즉 파이프라인 구축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 파이프라인은 한국어에 관심을 가진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이 대학과 대학원에서 한국어 전공자로 성장하는 체계를 뜻하는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장학금 제도와 교육 시설 마련이 필수적이기에 이를 한국에서 발벗고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킹 교수는 “한국어 교육 학생수의 증가로 새로운 한국어 교수직이나 전임교사가 잘 생기지 않는 것도 후원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며 “대부분의 한국어 선생 자리는 전임이 아닌 precariate(한국 기준에서 보면 전임강사 또는 그 이하 지위)”라고 했다. 그는 이런 여러가지 한계와 맞물리다보니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 수 증가가 더 많은 전공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GBF 원우들이 박은관 시몬느 회장, 로스 킹 교수, 최진영 헤럴드미디어그룹 대표 등과 시몬느 본사 1층 로비에서 파이팅 사진을 연출하고 있다. 경기도 의왕에 위치한 시몬느 본사는 디자인과 친환경 세련미로 2003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은 곳이다. 건물 자체가 예술품으로 평가 받으며 국내 ‘오피스 캠퍼스’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사진=담다 스튜디오

킹 교수는 마지막으로 한류에 대한 지나친 편승과 오만을 경계했다. 그는 “한류가 시들어지면 그럼 한국어 교육은 어찌될까요”라고도 반문했다. 킹 교수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에서 해외 일본어 교육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30년전 일본이 한참 잘나갈때 북미에서의 일본어 교육 붐이 일었고, 일본기업들의 지원도 뒤따랐지만 딱 거기까지였다고 했다. 킹 교수는 “J-팝을 잃어버린지 10년후 일본어 배움 열기가 시들어졌었다”며 “K팝 대세몰이 역시 영원할 수 없는데, 이를 기반삼아 (한국 정부나 기업이)K팝 인기를 기반으로 적시에 해외 한국어 교육 투자와 지원을 잘하면 20~30년뒤 한국에 엄청난 힘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했다.

강의 후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GBF 6기 원우인 안지환 성우가 손을 든다. 안 성우는 “교수님의 한국어 사랑과 열정 앞에 제가 오히려 부끄러워졌다. 교수님은 40년을 한국어 배우고 30년을 한국어 가르친 사람이라고 했는데, 어떤 기회로 한국어를 배우게 됐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답이 뭘까 궁금해하는 잠깐 동안 이후 곧바로 청중에 전달된 답이 모두를 웃음으로 이끌었다. “한마디로 운명의 장난이죠. 하하하”. 그러면서 그는 1980년대 한글을 독학했던 시절, 젊었을때 스페인 러시아 등에 자유여행하며 싸돌아 다니다 외국어에 관심을 갖게됐던 시절, 예일대에서 아랍어 일어 등을 배웠고 은사가 한국어학부 교수일때 맺은 인연으로 한국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던 시절 등을 회상했다.

킹 교수 “한국어와 만난 것은 운명의 장난”

GBF 지도교수인 이남식 인천재능대 총장은 “우리보다도 더 한국어를 사랑하는 교수님께 더 질문을 드리는 것보다 우리들이 앞으로 한국어에 관심을 갖고, 후원하는데 동참하자는 약속을 하는 게 낫겠다”고 제안했고, 원우들은 “예”라고 일제히 화답했다.

지난 10월 한글의날을 맞아 외국인대학생 대상의 한글올림피아드, 션과 함께 하는 한글런마라톤을 진행했고, 한글헤리티지재단 설립 기치로 한글사랑을 전파하고 있는 헤럴드미디어그룹(코리아헤럴드·헤럴드경제)은 이날 킹 교수를 한글사랑과 열정을 헌신적으로 보여준 대표사례로 꼽으며, ‘한글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감사장을 수여했다. 최진영 헤럴드미디어그룹 대표는 킹 교수에 감사장을 주며 “해외에서 한국어마을 ‘숲속의 호수’를 만들고 그 어려운 환경에서도 오직 한글사랑으로 잘 운영하고 있는 교수님의 한국어 사랑에 경탄과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헤럴드미디어그룹 역시 킹 교수님과 교류하며 협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강의 후 주로 기업 대표들로 구성된 GBF 원우들의 평가는 후했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말이 줄을 이었다. 배연진 연암 대표는 “킹 교수님 앞에서 한글을 사랑한다고 크게 얘기를 못하겠더라. 외국인도 그토록 한국어에 대해 애정이 큰데, 우리들 모두 새로운 시각에서 한글 사랑을 실천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영용 향산다회 회장은 “저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모국어인 한국어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지원 방안 모색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된 명강의였다”고 했다.

시몬느 본사에서 열린 GBF 강연에서 6기 원우인 안지환 성우가 주제발표자인 로스 킹 교수에게 “어떤 계기로 한국어를 배우게 됐는가” 등의 질문을 하고 있다. 이에 킹 교수는 “한마디로 운명의 장난이었죠”라고 답해 청중을 웃음바다로 이끌었다. 그는 80년대 독학으로 한국말을 배운 스토리와 이후 과정을 소개했다. 사진=담다 스튜디오

▶박은관 시몬느 회장 “배움·이룸·나눔 중요”=박은관 회장은 킹 교수 강연에 앞서 시몬느 회사를 소개하며 지나온 길을 회고했다. 박 회장이 설립한 시몬느는 37주년을 맞았다. 시몬느는 대한민국의 명품 브랜드 가방 ODM 기업이다. 독보적인 장인들과 기술력을 보유한 명품핸드백 ODM회사로, 럭셔리 패션제조업계의 TSMC로 불리는 곳이다. 현재 핸드백시장 글로벌 매출액 중 10%, 특히 북미시장의 30%는 시몬느에서 만든 제품들의 매출이다. 마이클 코어스, 코치, 베르사체, 지방시, 마크 제이콥스 등 LVMH 산하 브랜드와 토리버치, 알렉산더 왕, 이자벨 마랑, 산드로 등 세계 굴지의 디자이너 브랜드 보유 회사들이 주고객이다. 시몬느가 그동안 만든 명품가방은 총 4억개. 늘어뜨려 놓으면 12만km로, 지구 둘레를 3번 오간 길이며 서울에서 부산을 240번 왕복하는 길이에 해당한다.

시몬느 기업 자체의 파워도 대단하지만, 시몬느는 통큰 ‘기부철학’을 가진 박 회장의 나눔경영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뭔가를 이루면 꼭 나눠야 하는 법

GBF 강연에서 박 회장은 세가지 단어의 중요성을 거론했다. 배움과 이룸, 그리고 나눔이다.

박 회장은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거치는 단계가 배움과 이룸, 나눔이라고 저는 생각한다”며 “어렸을때는 많이 배우고 그 배움을 통해 성숙해 이루는 단계가 되면, 그 다음에는 반드시 주변과 사회에 베풀어야 한다. 그런 인생이 멋진 삶”이라고 했다. 그는 이는 기업도 마찬가지라며 “회사 역시 많은 시행착오 속에 하나라도 더 배우고 성숙해지는 단계에서 뭔가를 이루게 되면, 꼭 사회와 나눠야 한다”고 했다. 이것이 시몬느의 나눔철학이라는 것이다.

그가 오랫동안 후원해 킹 교수가 설립한 ‘숲속의 호수’ 완공을 도와준 것도, 30년 넘게 한독번역연구소를 후원하면서 ‘시몬느 번역상’을 만든 것도, 몇년전 인문학적 창의성을 중시해 ‘박은관 문학상’을 제정한 것도 이 까닭이다.

박은관 시몬느 회장이 GBF 6기 강연에서 시몬느 설립과 성장 과정, 자신의 한글 사랑 등에 기반한 나눔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기업도 인생처럼 ‘배움, 이룸, 나눔의 3단계로 진화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담다 스튜디오

외국인이 설립한 ‘숲속의 호수’를 끝까지 후원한 것에서 알수 있듯이, 그의 한글사랑은 정평이 나 있다. 그걸 핸드백 용어를 우리말로 교체하는 것에서 입증했다. “처음 일할때 핸드백 제조업체에서 쓰이는 용어가 온통 일본어인 거예요. 생각했죠. 우리말로 바꾸면 되겠다고.”

시몬느가 베트남, 중국 등지에서 공장을 세워 핸드백을 만들때였다. 거기서도 제작 공정이며 서비스 과정까지 온통 일본어 투성이였다. 그에겐 목불인견이었다. “당장 핸드백 용어 사전 편찬에 나섰지요.”

그는 핸드백 종류, 부위, 기술, 기계, 자재, 가죽, 원단, 장식, 기타 부자재에 이르기까지 각종 용어를 한글로 대체하는 작업에 나섰다. 꼬박 3년이 걸리더란다. 박 회장은 “핸드백 용어를 우리말로 바꾼 이 사전을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캄보디아어로 번역해 각 나라에 보냈어요. 참으로 뿌듯했습니다.”

헤럴드미디어그룹은 박 회장에게도 역시 ‘한글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감사장을 수여했다.

한국건축문화대상의 시몬느 본사, 와!

한편 GBF 원우들은 의왕 시몬느 본사를 방문, 장인들이 만드는 핸드백 공정을 보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으며, 시몬느 사옥의 친환경적인 편안함과 아늑함, 고도의 세련미에 감탄을 자아냈다. 시몬느 본사는 2003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은 건물로, 실내외 자체가 예술품으로 평가 받는다. 국내 ‘오피스 캠퍼스’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사옥은 에스프리, 아베크롬비앤피치 등 1980년대 미국 패션기업이 집중돼 있던 샌프란시스코 주변의 건물들을 본떠 구현했다. 건물 각층 곳곳엔 외부로 이어지는 실외 정원이 눈길을 끈다. 지하 1층~지상 4층 구석구석엔 국내는 물론 이집트 등 해외에서 박 회장이 평생 수집한 650여점의 미술품이 벽에 걸려 있다. “왜 좋잖아요? 10미터만 걸어가면 흙을 밟을 수 있는 실외정원이 있고, 벽 곳곳에 디자이너가 영감을 얻을 수있는 미술품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이렇게 꾸민 것이지요.” 통큰 기부엔 전혀 자랑을 하지 않더니, 건물 디자인과 미술품 앞에선 은근히 자부심을 드러내니 그의 본사 건물에 대한 애정의 강도가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시몬느 본사 야외 테라스에 모인 GBF 6기 원우들이 로스 킹 교수와 함께 단체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담다 스튜디오

■GBF=‘세상을 바꾸는 혁신의 물결’을 기치로 국내 영자지 1위 코리아헤럴드가 운영하고 있는 CEO과정의 글로벌비즈니스포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국내 언론사 최초로 주한 대사 및 글로벌 기업 CEO, 정부 정책 결정자(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 등) 및 각 분야 혁신가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최고위과정. 상하반기로 나눠 한해 두차례 운영되는 GBF는 현재 6기 과정이 진행 중이다. 1기~6기를 합쳐 총 500여명으로 구성된 원우회는 각종 헤럴드 포럼 행사와 같이 하며 경제, 문화, 외교, 안보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와 트렌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그 결실을 맺으면서 권위와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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